<김원동칼럼>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파워맨들

<김원동칼럼>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파워맨들

필자가 살고 있는 이곳 토론토의 외곽도시로써 인구비율로 봐서 캐나다에서 여섯 번째의 도시이기도 한 “미시사가”라는 시(市 )가 있으며, 이곳에는 88세의 맥칼리온이라는 할머니 시장(市長)이 있다. 캐나다내의 최다선 최고령 시장임은 물론이다. 낮은 재산세를 유지하며 적극적인 기업유치로 고용창출을 하며 남다른 노력으로 시를 발전시켜 시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11번째 시장직에 오른 그 동래 시장선거에 관한 한 패배를 모르는 무적함대다.
89세가 되는 내년 시장선거에 또 나서겠다면서 “시민들을 위해 아직도 해야 할 일이 태산 갔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각종 레이크레이션을 즐기고 쉼 없는 운동으로 “내 스스로도 놀랄 만큼 건강하다”는 발언은 단연 해외토픽 깜이다. 시민을 위한 일에 무슨 정년이 있고 은퇴가 있을소냐 라는 강한 집념의 불도저 할머니는 정말 흔치 않은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는 사례의 주인공이고 보면 나이란 단순한 아라비아 숫자일 뿐이라는 말에 실감이 간다.
어디 맥칼리온 시장뿐이겠는가. 조선시대에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며 노익장을 과시한 인간승리의 주인공들이 많다.
무려 72년간 다섯 임금을 보필한 90대의 정원용, 조정이나 민생문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우려온 그를 일컬어 조선 초기의 황희 정승이 있었다면 조선 후기에는 정원용이라며 두 사람을 함께 일컬어 청백리의 표본으로써 명제상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그리고 80대 중반에 과거에 합격한 박문기가 세운 경이적인 기록도 그렇지만 역시 80대 초반에 득남을 한 후 이어 팔도관찰사를 두루 섭렵한 심수경의 기록도 그 무엇이 더 아름답다하랴.
그리고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여사도 예외일 수 없다.
“군관학교를 운영하며 많은 젊은이들을 거느리고 있다니 이제는 네가 잘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매(회초리)로 다루지 않고 말로 타이르겠다”
이 말은 윤봉길의사 의거로 인한 피신 차 1934년 기흥(중국)으로 가 있던 백범을 찾아간 그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아들 김구에게 한 말이다. 독립운동의 대부(代父)인 백범 김구가 60이 되던 해에 비로써 어머니로부터 회초리를 거두겠다는 선언이 나온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 명성왕후 살인범을 저격한 죄로 백범이 갇혀있던 교도소를 찾아가 포승줄에 묶여 나온 아들을 보고도 “나는 네가 경기감사가 된 것보다 더 훌륭하게 보인다”는 말로 격려해 주시던 그 아들에 그 어머니! 입시걱정, 좋은 학교, 조기유학에 골똘한 나머지 스스로가 만든 고뇌의 포로가 된 어머니들에게는 값진 교훈일 테다.
그러면서도 옥살이를 마치고 다시 만나거나 피신 중에서도 독립운동을 하고 있는 아들 김구가 한 일이 자신의 생각에 못 미치거나 못 마땅할 때는 거침없이 회초리를 드셨던 엄한 어머니셨다. 60된 아들에게 “회초리 벌”을 해금하신 그 어머니의 연세 또한 만만찮았으니 말이다. 아들 사랑 나라사랑에 무슨 정해진 시한이 있을까, 그래서 보약으로 수명을 연장하는게 아닌 좋고 옳은 일에 몰두하다보면 나이란 저절로 잊어버리고 무시되기 마련인가보다.
광복 64주년 기념식을 다녀온 직후에 쓰는 글이라 그런가, 읽은지 오래된 책갈피지만 다시 한 번 백범일지를 들고 한 장 한 장 차곡차곡 넘기면서 민족과 조국사랑이 무엇인지 느껴보고 싶은 별다른 의미로 와 닿는 날이다. 탬파처럼 한겨레도서관 같은 그런 아담한 공간에서 읽노라면 더욱 좋을테지 “한겨레”라는 뜻 깊은 의미도 함께 음미하고 되새기면서 말이다. kwd70@hotmail.com <700/20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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