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미워도 다시 한 번…”

<김원동칼럼> “미워도 다시 한 번…”

“盧 게이트”로 불리는 소위 잘못 풀린 사람들 5인방이 다투어 교도소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따라서 검은 권력을 엎고 검은 돈을 향해 무한도전 했던 그들의 빗나간 뒷얘기도 무성하다. 특히 막차로 구속된 박연차에 대해선 과거의 행적이 연일 쏟아져 나오면서 저런 사람을 어떻게 대통령 자신이 최측근 후원자로써 행세를 하도록 방치했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얼마전 김해발 서울행 대한항공 기내에서다. 낮술에 취한 채 비즈니스 칸의 뒷받침 대를 바로 세우라는 승무원의 요구에 욕지거리로 행패를 부리는 통에 비행기의 이륙이 30분이나 지연되는 소동을 벌린 장본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김해공항 홍보대사라는 신분도 이 기회에 밝혀졌다. 아주 적절치 못한 홍보대사 역할이었음을 말해 뭣하랴.
그리고 오래전 일이다. 자신의 기업체의 여공들은 라면으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그는 마담 뚜를 통해 천만원대의 화대를 지불하고 소개받은 유명여자연예인들과 일본을 오가며 호텔 등지에서 상습적인 마약복용과 그룹섹스까지 벌린 그 사건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박연차는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마약이라는 한 명제(命題) 앞에서 또 다른 두 사람의 마약범에겐 관대해지는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헷갈리는 이율배반성 칼럼이다.
연예계에서 마약복용사건은 수없이 이어져 왔다. 물론 외국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유독 두 사람의 마약사범으로 소정기간의 수형생활도 마친 그들 마약사범 연예인에 대해서만은 애써 관용을 베풀어보려는 내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일을 저지른다. 바로 가수 전인권과 배우 황수정이가 그들이다.
한국에서 방영된 숱한 TV프로그램 중에 나는 거의 한번도 빼놓치 안고 본 유일무이한 프로가 하나 있었다.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기술한국의 힘을 과시하고 국위를 선양하며 신화를 창조한 사람들을 다룬 “성공시대”라는 다큐멘타리 드라마다. 그리고 성공시대의 내용만큼이나 가슴을 뭉클하고 뛰게 하던 화면을 타고 흐르는 그 배경음악, 그의 거칠면서도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가창력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가히 일품이었다. 사자머리에 콧수염과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무대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던 나는 그의 열렬한 팬이었다. “들국화”가 터뜨린 불멸의 명반뿐인가 어디, 한국가요의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그가 남긴 족적을 마약전과자로 가려지는 데는 나름대로 한없는 아쉬움을 느끼기에 해보는 정상 참작론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인 배우 황수정! 인기 독점했던 <허준>의 예준아씨역보다 훨씬 이전이다. 해외에서 만난 남쪽청년(기자)를 사랑하며 북한의 엘리트여성으로서의 그의 열연을 보였던 <해빙>이라는 드라마에서다. 금기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가정은 몰락하고 어느 수용소에서 한설(寒雪)보다 더 차디찬 분단의 고통을 체험하는 장면까지만 보았던 내용이다. 분단의 벽을 못 넘고 통곡하는 명장면을 보고 난 후 난 그녀의 팬이 되었다. 그런 그녀도 전인권과 마찬가지로 마약복용사범으로 구속되어 수형생활을 했다. 그래서 나는 마약사범에 대한 뉴스가 뜰 때면 의례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의 근황이 궁금해 google판을 클릭해보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 두 사람 다 다시 무대와 화면으로 우리의 곁을 찾아온 시점이다. 편견을 버리자고, 용서해 주자고 조심스럽게 글을 두들기는 새벽의 컴퓨터 앞에서 나는 한참을 뜸 드리며 힘들어했다. 그래도 그 둘을 전과 다름없이 영원히 사랑하는 한 사람의 팬으로 남고 싶기에 다들 그렇게 해주자고 감히 권해보고 싶다. 황수정의 연기를 다시 보고 싶고 전인권의 노래를 나는 다시 듣고 싶다. 그래서 해보는 말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 kwd70@hotmail.com <668/20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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