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목사로 변신한 고문기술자 “이 근안”

<김원동칼럼> 목사로 변신한 고문기술자 “이 근안”

“인간 백정”이라는 별명과 함께 악명 높은 5공 시절 대공분야 경찰로써 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했던 인물이 바로 고문기술자 이근안 이다. 간첩구경도 못한 멀쩡한 사람도 그의 고문 앞에서는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시절이었다. 전두환의 부도덕하고 반인륜적인 “묻지마 통치이념”에 가장 충실한 빨갱이 제조 전문가로 그는 공직자면 누구나 바라는 청용봉사상을 비롯 17개의 표창을 받으면서 초고속 승진을 한 허위간첩자백서를 만들어 내는 베테랑급 수사관이었다. 전통성 없는 군부집단이 정권유지차원에서 필요에 의해 수시로 조성하는 공안정국에서의 그의 역할은 참으로 눈부셨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 만의 노하우인 육신과 영혼을 함께 죽이는 특이한 고문기술 앞에서 단말마적인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버린 사람들이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은 별 볼일 없지만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에서는 당의장을 비롯 당정간의 주요보직을 두루 섭렵하면서 잘나가던 김근태씨가 이근안 앞에서 겪었던 혹독한 고문의 실화는 유명하다.
“그 시대엔 애국인줄 알고 했는데 지금 보니깐 역적질이었다.” 이 말은 그 악명 높았던 고문기계 이근안이 7년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여주교도소를 나오면서 했던 첫마디다. 그 시대에는 애국인줄 알았다는 말도 참회를 거부하는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차라리 “나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는 말로 정부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동정심을 유발함과 함께 회개한 모습을 보였어야했다. 그리고 아무리 주어진 형기를 마쳤다고 해도 그가 짓고 치룬 죄값을 그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처신도 문제다. 감방문을 나섰을 때 면죄부를 받았다는 생각 이전에 자신의 고문후유증으로 오늘도 정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그 많은 사람들이나 혹은 그 유족들에게 옥문을 나오며 먼저 사과의 말을 했어야 한다. 진정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영접했고 기독교인으로 살 것을 결심했다는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일이다. 설령 하나님을 영접 안했다 쳐도 그게 순서다.
그가 지난 30일 대한예수교 장로회에서 목사 안수식과 함께 임직식을 가졌다는 보도다. 그 자리에는 고교동창들을 포함한 30여명의 친구들을 초대했다고 했으나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들을 달래보려는 노력은 없었다니 아쉽다.
지난 68년 1월 박정희대통령의 목숨을 노리고 남파된 무장간첩 중에 유일하게 생포된 김신조도 어느 날 느닷없이 목사로 변신하여 필자가 사는 이곳까지 무장공비의 전력을 훈장처럼 선전하며 신앙집회를 여는 초라한 모습을 보았다. 그럴 시간에 먼저 저들 때문에 순직했고 저들 때문에 졸지에 가장을 잃어버린 종로경찰서장의 유족들 앞에 먼저 석고대죄하라는 충고의 글을 써서 그가 읽도록 전한 적이 있다. 회개만하고 목사만 되면 지난날의 그 어떤 흉악한 범죄도 다 죄 사함 받았다는 착각을 일깨워주려 했음이다. 이근안도 머잖아 해외동포사회를 상대로 고문기술자로서의 복역을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신앙집회차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든다. 김신조나 이근안 같은 사람들은 목사직 보다는 하나님을 영접했으면 우선 조용한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게 도리다. 강단에 서는 모습보다 그게 좋다.
기독교란 원래 어떤 범죄자도 포용할 수 있는 사랑의 종교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기독교의 정신이나 진리를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문제다. 이근안의 변신을 보면서 해보는 소리다.  kwd70@hotmail.com<662/2008-11-06>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