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4>

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4>
[2008-06-13, 10:35:10] 한겨레저널

미주한인사회가 이민 100주년을 지나 이제 새로운 세기를 향하여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민 역사가 경제력을 통한 정착의 단계였다면 이제는 질적 변환을 도모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설정해야 할 시기이다. 70년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생소한 나라인 미국에 희망과 두려움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던 이민 1세는 이제 경제적으로 ‘은퇴’하면서 그 당시의 1.5세들과 2세들이 이제 경제적 주도권과 사회적 역할을 담당할 40대에 포진하게 되었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한 도약의 단계로 세대가 교체되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따라서 한인사회는 이제 기존의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을 지양하고 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보는 한인사회 전반을 점검하고 그것을 한인사회 전체로 공론화하여 미래를 향한 청사진 마련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1>한인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 <2> 한인회의 역할 <3> 이민교회의 역할 <4> 각종 단체의 역할 <5> 맺는 말 순으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동포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미주 한국사회, 새로운 100년을 위하여<4>

미래 지향적인 단체 활동이 필요하다.
과거의 인연으로 미래를 개척할 수는 없다.

플로리다 각 지역의 한인단체는 다른 주에 비해서 많은 편은 아니다. 한인들의 숫자가 다른 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조지아의 애틀랜타만 하더라도 셀 수도 없이 많은 단체들이 이름을 걸고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향우회, 동문회 등 과거의 인연을 매개로 한 단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한국인들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한국의 고질적인 지역주의와 학연주의의 재판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 한인 사회에도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주의가 한인사회를 갈라놓고 있으며, 학연에 묶여서 앞으로 한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고질병이 이곳 미국에서도 재연되고있다.
미국에 이민을 온 한인들은 다양한 과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민을 온 순간부터는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출발한다는 마음으로 이민 생활을 개척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민 선배들의 한결같은 충고이다. 과거에 대한 집착은 이민 생활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새로운 삶에 걸림돌이 된다는 말이다.
물론 같은 지역 출신들끼리 모여 이민의 애환을 풀 수 있는 삶의 여유도 중요한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의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며 다양한 경험이 어울려서 한인사회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 이것에서도 전제가 되는 것은 미래 지향적인 사고이다.
과거의 인연만을 추구하는 모임, 지역주의를 추구하는 모임 등은 미주 한인사회에서 척결되어야 할 모임에 불과하다.

소비적 단체에서 생산적 단체로 변화되어야

과거의 인연에 집착하는 모임을 필두로 하여 각종 동호회와 친목 단체들은 지나치게 내부 지향적이어서 미 주류사회로 한인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데에 도움을 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친목계나 동호회는 햇수가 많아지면 점점 노령화되고 내부적 갈등을 가진 채 운영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데 이는 그 단체 스스로가 운동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 지향적인 단체는 회원들의 결속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주로 내부 행사, 회원들의 경조사나 정기적인 피크닉 등 주로 소비적인 행사만을 개최하기 때문에 주동적인 인사가 활동을 등한시하면 유명무실한 단체로 변질될 가능성이 많고, 회원들이 노령화되면서 이민 2세들과 유대 관계를 만들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소비적인 단체들은 보다 생산적인 단체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억지로 단체의 성격을 변화시키기에는 무리가 없지 않지만, 한 단체가 그 지역의 한인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솔선수범해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변모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느 동호회는 정기적인 모임을 2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글학교와 연대한다든가, 어느 단체는 지역의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한다든가, 체육 단체들은 청소년들을 위한 체육 교육(방학 동안 축구 교실, 골프 교실, 테니스 교실 등을 개최하는 것)을 담당한다든가, 등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창안해서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한 생산적인 단체로 변화되어야 한인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며 아울러 단체의 지속성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각종 업종별 단체 미래를 대비하자.

이민 사회에는 위에 거론한 단체 이외에도 업종별 단체가 있어 활동을 하고 있다. 세탁인 협회, 식품인 협회, 미용재료상 협회 등 한인들이 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업종에서 단체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리다의 경우에는 각 지역에 이런 단체들이 결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저 이름만 걸고 있는 단체에 불과하다는 여론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는 단체의 활동이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체에 속한 회원들이 향후 경제 동향에 대한 이해가 적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동부 지역에서는 한인들이 오랜 세월 노력을 통하여 유태인들을 제치고 세탁업을 장악하게 되었다. 하지만 한인들이 운영하는 세탁소가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으며 노동집약적 형태를 유지한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너도나도 모두 세탁업을 하다보니 유태인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들의 단체를 통하여 법 개정을 위한 로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여러 가지 규정, 세탁소의 규모, 노동자의 수 등을 개정하여 한인 세탁소를 고사시키려는 유태인들의 법 개정 시도에 한인들은 저항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교훈을 찾을 것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협회를 만든 것이 아니라 공생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를 통하여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업종의 영역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공생을 할 수 있다.
많은 중국인들 자신들의 동포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업종에서 교육시키고 점포를 개설해준다고 한다고 한다. 또 요즘은 중동인들도 그런 전략을 펼쳐 한인들의 영역을 파고든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한인들은 자신만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인들이 쌓아놓은 경제력을 한순간에 팔아치우고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다른 업종으로 변경해버린다.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은 공동의 힘으로 쌓아 올린 제방에 구멍을 뚫는 격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각종 업종별 단체들은 상위단체인 경제단체총연합 등의 단체로 통합하여 한인들의 경제력을 한곳으로 집중해야 한다. 한 예를 든다면 어느 지역에 실업인협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단체에 불만을 품은 몇몇이 모여 경제인협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후에 몇몇이 불만을 갖는다면 ○○○협회가 만들어 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두 단체는 이름만 거창할 뿐 아무런 역할도 못하는 단체에 불과해졌다고 한다. 한국인처럼 단체 만들기 좋아하는 민족도 없다고 하지만 어느 단체든 운영하면서 갈등은 존재할 것이다. 그런 갈등은 내부에서 해결해야만 보다 강력하고 성숙한 단체로 발돋움할 것이다. 계속 세포분열 하듯 단체만 우후죽순처럼 만든다면 한인사회는 사분오열될 것이다.

각종 단체들은 한인들의 정치력의 신장을 위해 힘을 기울여야

각종 단체 즉 향우회, 동문회, 업종 단체 등은 결국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함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인들이 지금까지 이룩한 경제력이 유지되고 확대될 수 있는 방법을 정치역량의 강화에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정치적 힘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이다. 하나의 법을 세우는 데도 많은 로비스트들이 정치자금을 싸들고 의원들을 찾아간다. 선거철만 되면 각종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투표수를 가지고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한인사회를 아우르는 단체들은 지나치게 사적 이해 관계나 친목단체 수준에만 머물러 있기 때문에 미국 사회를 향해 한인들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단체는 한인회이다.
한인들의 영향력을 한곳으로 집중해야만 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데 그것은 한인회가 주축이 되어야 한다. 한국정부에서도 한인회는 지역 대표기관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여러 소수민족 이민 사회에도 한인회와 비슷한 단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각종 단체들은 한인회를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여 정치적 신장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단체 등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단체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금을 마련하여 비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단체들이 투명하게 재정 활동을 하여야만 회원들에게 신뢰성을 얻을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하여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는 여러 단체들이 미래의 비전을 향해 변해야 하며, 그래야만 우리의 후세대가 미국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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