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2008-04-14, 11:00:00] 한겨레저널
플로리다는 겨울이 없는 동네라고 흔히들 말한다. 기자도 처음 플로리다로 이사 내려온 2004년도 겨울엔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let it snow, let it snow, let it snow !!!” 를 들으며 소나무 숲길이나 야자수 늘어진 바닷가를 운전할 때면 ‘기분은 영 아니올시다’란 생각에 서글프기만 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겨울이 오면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고 엄살을 부리는 플로리디안이 다 된 것 같다.
짧지만 겨울이 오는걸 피부로 느끼며 나뭇잎도 하나 둘 누런 낙엽이 되어 땅 위를 뒹구는가 하면 또 어느새 파릇파릇 나뭇가지에서 새 잎이 피어나는 걸 보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봄의 소리를 들으며 집집마다 겨우내 방치해 두었던 뜰이며 화단들을 새롭게 단장들 하기에 바쁜 건 북부지방이나 다를 바 없다.
Broward County에서는 해마다 갖는 봄맞이 행사의 Keep Broward Beautiful(KBB)이란 프로그램 중 Secret Garden Tour가 있다. 5월17일과 5월18일 양일간의 투어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일인당 10 달러라고 한다.
주로 멜본과 팜 베이 지역 주민들의 가정 중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선정하여 함께 구경하며 꽃과 정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멜본과 팜 베이는 플로리다 동부의 해안 도시로 탬파에서는 동쪽으로 약150마일, 올랜도에서는 약 70마일, 마이애미에서 약 180 마일 북쪽에 있는 도시로 카운티 가든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정은 15 ~ 20 가구 정도이며 하루에 다 구경을 할 수가 없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간 관람 할 수가 있다고 한다. 누구든지 관람을 원하시는 사람은 티켓을 구입하여 아름다운 정원을 구경할 수가 있는데 일인당 10달러의(양일 포함) 수입은 카운티에서 주위환경 등 카운티의 자연 보호에 쓴다고 한다.
특히 가든 투어 프로그램에 선정된 가정 중에 한국동포 유남영씨의 정원은 인도어 가든으로 관광객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방문객들에게 경험담도 들려주고 조언도 해주며 아름답게 꾸민 정원을 공개해 주고 있는 팜 베이에 거주하는 동포 유남영씨를 기자와 남편은 팜 코스트에 거주하는 꽃가꾸기를 좋아하는 김 영자씨와 함께 방문하여 만나보았다.

자세히 설명해준 약도를 들고 찾아간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는데, 벽을 타고 졸졸 흘러 내리는 작은 물줄기를 볼 수 있었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미소와 함께 반갑게 맞아주는 유남영씨 부부의 인사를 받으며 집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눈앞에 펼쳐지는 바깥 풍경과 폭포와도 같은 물소리에 어리둥절하고 있는 우리 일행을 보며 “신 벗지 마세요. 여기는 뒤뜰입니다.”라고 하시는 유남영씨의 말처럼 앞문을 열고 들어가니 금방 펼쳐지는 뒤뜰이 참 재미있다고 느꼈다.
눈앞에 펼쳐지는 언덕이며, 연못, 징검다리, 폭포수, 연못에서 노니는 금붕어 식구들을 보노라니 순식간에 깊은 산골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많은 정원수와 화초들의 이름은 물론 각기 다른 성격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유남영씨는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작은 공간인 정원에서 일어나는 생존 경쟁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나비를 잡아먹는 개이꼬(작은 도마뱀)를 쫓아내면 거미들이 나뭇가지에 거미줄을 치고, 거미 때문에 개이꼬를 살려주면 나비가 희생을 당한다는 등. 이런 저런 생태계의 순환을 배우면서 지렁이를 잡아다 금붕어에게 육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나비를 키우기 위하여 송충이까지도 귀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되었다”고 한다.
바쁜 도시 생활에서 직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마치 자연 속으로 돌아온 듯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이 현대인들의 크나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트레스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기자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동안 해마다 봄이 되면 정원을 오픈 하여 정원 애호가들을 맞이하였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람은 한사람도 정원을 통해 만나지 못했음이 아쉬웠다고 말하고.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듯이 정원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을 구성하여 서로 의견을 나누고 모종이나 씨도 나누어 갖고 꽃을 통해 서로의 즐거움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월 17일과 18일 양일 간 있을 Secret Garden Tour 행사에 앞서 유남영씨는 특별히 한국 사람들에게 정원을 무료로 공개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작은 모임을 갖고 싶다며, 작은 공간을 이용하여 꽃을 가꾸고 싶은 뜻 있는 동포들의 많은 방문을 바란다고 밝혔다.
이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꽃을 좋아한다. 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이쁘면 아름다우면 사람들은 모든 좋은 일에 꽃을 선물한다. 그러나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있다. 아름다운 꽃과 꽃을 사랑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만남을 기대해 보며 기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꽃을 가꾸며 느끼는 아름다운 마음을 배우고 또 애지중지 돌보던 꽃모종까지 한아름 선물로 받아왔다.
특히 꽃 가꾸는 마음만큼이나 수준 높은 음식 솜씨로 식사를 대접해 준 유남영씨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들의 아름답고 예쁜 마음이 꽃향기처럼 주위에 전해지기를 기도하면서….
<염인숙 기자>(636호)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시; 5 월 3 일 토요일 오후 12 시
장소; 182 Ridgemont Circel S.E. Palm Bay, FL. 32909
전화 ; (321) 952-0441 유남영

20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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