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인회관 건립 과정이 한인회관보다 중요하다.

<특집> 한인회관 건립 과정이 한인회관보다 중요하다.

서부플로리다 한인회는 작년부터 한인회관 건립을 위해 동포를 상대로 모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부 플로리다 지역 한인 동포들의 의식은 한인회관의 건립 필요성에는 공감은 하지만 그렇게 절실한 문제라는 생각은 갖고 있는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동포들의 머리 속에는 한인회관이 한인회나 기관 단체들이나 필요한 것이지 개개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기자가 만나본 동포들의 반응은 대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리 아쉬울 것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년 5월 한인회가 출범한 이후 건립 기금 마련을 위해 모금 활동이 큰 성과를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이유는, 첫째 한인회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방법에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인회가 한인회관의 필요성을 홍보한다고 하지만 그 내용은 한인들의 단결을 위해 한인들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한인 동포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는 느낌이다. 한마디로 그릇을 만드는데 그것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다. 한인회관을 건립하면 그것을 무엇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제시가 있어야 그 이해 당사자들(수혜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한인회관의 규모, 예상되는 위치, 건립 비용, 건립 비용 마련의 구체적인 안(案) 등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누구나 그 사업에 대하여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인회관 건립이 단시일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임에도 채 1년도 남기 않는 임기(약 9개월)는 사업을 추진하는 한인회를 불신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위 두 가지 이유의 근본적인 것으로 사업추진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인회장이 취임하면서 공약으로 제시한 한인회관의 건립을 이사회의 적법한 승인 없이 진행되면서 절차상의 하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인회관의 건립 문제는 한인동포 전체의 중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한인동포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치고 추진 주체를 명확하게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회는 한인회관 건립의 대의명분만을 내세워 동포들의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지 않고 있다.

물론 전세계 한인동포들의 공통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인회관 건립은 각 지역 한인동포들의 경제적 이득은 물론 2세 교육의 실천적 장으로서의 공간, 나아가 한인들의 사회적 위상을 미국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전시장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에서 제기되는 것이다. 한인회관은 목표 없이 각 개인, 혹은 각 지역 단체별로 움직이던 한인 동포들의 역량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구심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다른 지역, 타국가의 동포들과 연대할 수 있는 기지, 그리고 유입되는 새로운 한인 이민자들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정보문화의 보급소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인회관을 건립하는 과정 자체가 한인동포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인회관을 건립하기 위하여 많은 동포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하면서 우리 민족의 단결 필요성을 역설하고, 2세 교육의 중요성을 밝히고 나아가 다가올 새로운 시대의 한인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일은 유형의 한인회관보다도 더 중요한 무형의 사업인 것을 깊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582호/200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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