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점검해 본다<3>

<특집>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점검해 본다<3>

플로리다주에 한인 이민이 본격화된 70년대부터 따진다면 이민의 역사가 30여년을 넘었다. 즉 한 세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한인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의 한인들은 알게 모르게 한인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 한인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각종 한인단체와 한인교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움직임이 한인들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과연 이들 단체들과 단체장들이 올바른가에 대하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보는 4회에 걸쳐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미주 한인 사회와 리더십

2.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

3.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물고기

4. 각 단체들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

3.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물고기

한인회와 교회, 공생을 위한 협력 필요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플로리다에는 4만 8천여명 정도의 한인들이 살고 있으며, 120여개의 교회들이 나름대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활동과 전도를 하고 있다. 마이애미, 올랜도, 탬파 등 한인들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는 물론 잭슨빌, 펜사콜라, 게인즈빌, 멜본, 포트 마이어즈 등 한인들의 인구가 적은 도시에서도 가장 눈에 띠는 것은 교회이다. 그 다음으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한인회의 활동이다.

그런데 특이한 현상은 한인들이 많으면 한인회나 교회의 활동이 활발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플로리다에서 한인회를 가장 모범적으로 잘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A시의 경우 한인 인구는 2천여명에 불과하다. 반면에 B시나 C시의 경우 만명에 가까운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한인회가 언제나 위태롭기만 하다. A시는 한인회와 교회가 한인 행사를 할 경우 서로 협력하면서 한인들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일을 진행시켜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도시의 경우 한인회와 교회의 알력이 심하여 양자가 모두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D시는 국경일 행사를 교회협의회와 한인회가 공동으로 개최해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공동개최를 하면서도 행사 순서지에는 한인회가 단독 개최하는 것처럼 표기하여 논란이 있었다. 지역 원로들이 한인회의 무례함을 질타하면서 약간의 큰소리가 났고, 한인회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각종 기록에는 한인회 단독 개최로 남게되었다.

여기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한인회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일 것이다. 한인들이 모이면 교회가 세워진다. 교회를 중심으로 한인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교회가 이민생활의 길잡이 역할을 하게된다. 한인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교회의 영역을 넘는 활동이 필요하게 되면서 한인회 조직이 만들어진다. 결국 한인회는 교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교인들 중에는 이민 초창기의 산 주역들이 있으며, 그들은 지역의 원로로 대접받고 있다.

그런데 한인회를 맡고 있는 임원들을 보면 지역의 원로보다 한 세대 젊은층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들은 시대의 변화를 이유로 교회와 한인회의 단절을 내세운다. 이제 교회의 역할은 교회 행사에 머물러야 하며, 한인회의 행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논리도 일면 맞는 점도 있다. 한인회는 그 지역 한인들을 대표하는 조직이라는 그들의 생각은 타당하다. 하지만 대표라는 것은 그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분열을 봉합하면서 공동체로 아우를 때 인정되는 것이다. 대표가 구성원들에게 요구만 한다면 구성원들은 대표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교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교회의 요구가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진정한 대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교회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어야

하지만 교회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많은 교회들이 이미 “우리는 세상을 위해 잘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우리한테 아직도 모자란다고 더 사랑을 베풀라고 강조한다”며 항변하고 있다. 믿지 않은 사람들이 할말이 없는 그럴싸한 말이다.

하지만 “한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라며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리고 계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생각하면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힘이 닫는데 까지 지역사회 구원을 위해 봉사하여야 한다. 혹 그 역할을 온전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회가 있다면 생각하고 있는 만큼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교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회는 교회를 필요로 하는 어느 곳이든지 들어가 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에 동참하며 그들을 도와 예수님의 사랑과 함께 복음의 말씀을 전하여 그들을 구원시켜야 한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믿는 자에게 특별히 내리신 명령이기 때문이다.

이제 교회도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음성을 좇아 믿음으로 변화하는 공동체가 되어 다양한 봉사로 그리스도의 빛을 발할 때 세상은 복음 즉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회의 참된 모습이 아닐까 한다.

통계에 따르면 지역 한인 전체의 약 10퍼센트 정도가 주일날 예배에 참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통계를 볼 때 교회가 전도활동을 하기보다는 기존 교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교회가 사회에 대한 무관심으로 전도는 커녕 새로운 교인들의 신앙생활까지 막아버리지는 않는지 반성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과거의 교회는 교회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역할과 목적 이외에 이민생활의 길잡이 역할, 한인 자녀들에 대한 교육자의 역할 등 여러 부가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를 통하여 믿지 않던 한인들은 교회의 선한 모습과 사랑에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복음을 접하게 되고,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인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봉사활동으로 많은 한인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음이 성장하면서 함께 교회가 부흥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정보가 다양해지고, 전문직종을 통한 이민 인구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역할은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은 자연히 감소하게 되고, 이에 위기 의식을 느낀 교회는 기존의 교인들을 단속하는 데만 급급하게 되었다. 교회 활동이 교회 안으로 점점 축소되는 이유는 바로 위에 열거한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미주 한인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인교회는 한인들의 신앙공동체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한인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믿지 않는 기성세대들은 물론 젊은 층들도 교회가 권위주의적 속성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목회자들은 성(聖)과 속(俗)의 구별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성과 속은 구별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젊은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자리에 있는 교회, 같이 앉아 떠들고 운동하는 목회자, 생활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교회를 원한다.

교회가 한인사회와 같이 어울리면서 봉사활동을 통한 선한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예수님의 지상명령인 “이 세상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에 복종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교회의 목표와 한인사회의 목표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회에 어두운 곳을 비추는 빛으로, 불쌍하고 병든 영혼을 구제하는 예수님의 제자로, 이 사회가 부패되지 않도록 소금의 역할을 다하여 한다.

또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인회는 동포사회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여야 하며, 나아가서는 한인사회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제2세 교육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는데 온 힘을 다 기울여 할 것이다.

얼마전 한국의 강원도에 있는 월정사 스님들과 천주교 춘천교구 신부들이 종교간의 화합을 위한 행사로 염주와 묵주를 내려놓고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족구 시합을 가져 화제가 되었다. 경기는 천주교 신부팀의 2대1 승리였다. 경기 후 천주교 춘천교구 교육국장인 오세민 신부가 “스님들이 자비를 베풀어 우리가 이긴 것 같다” 며 겸손하게 말하자 법상 스님은 “스포츠에 자비가 있을 수 있습니까. 신부님들은 실력으로 경기를 이겼습니다” 라고 말해 종교의 의미를 떠나 서로를 존중하는 화합의 장으로 막을 내려 참가한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였다.

이것은 높은 종교의 벽을 넘어서 화합과 단결의 의미로 한민족이라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이뤄진 뜻 있고 깊이 있는 행사라고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했다고 한다.

교회나 한인회의 대상은 모두 한국인들이다. 미주에 있는 한인교회의 대부분이 아닌 전 교회가 한국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한인회 또한 한인들을 상대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그러므로 한인회나 교회는 한인이라는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는 물고기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510호/200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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