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점검해 본다<1>
플로리다주에 한인 이민이 본격화된 70년대부터 따진다면 이민의 역사가 30여년을 넘었다. 즉 한 세대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나 그렇듯 한인사회를 이루는 개개인의 한인들은 알게 모르게 한인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다. 이 한인 사회의 전체적인 흐름을 결정하는 것은 각종 한인단체와 한인교회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움직임이 한인들의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과연 이들 단체들과 단체장들이 올바른가에 대하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보는 4회에 걸쳐 플로리다 한인사회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미주 한인 사회와 리더십
2.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
3.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물고기
4. 각 단체들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
미주 한인 사회와 리더십<1>
리더십의 중요성
90년대 중반부터 기업의 경영에서나 국가 운영에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 또 그에 따라 많은 학자들이 리더십 이론을 연구하고 발표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세기 초 포드 시스템으로 대표되던 시설과 시스템 중심의 사고에서 이제는 그것을 다루는 사람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즉 이제는 사람에 대한 강조, 사람을 중시하는 사고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한 지역의 한인회가 어떻게 일을 수행하느냐에 따라 한인들의 화합과 단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플로리다 A 지역의 한인회는 회장이 몇 개월 간 공석 상태로 있다가 지역 인사들이 나서서 회장을 추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 몇 개월 간 한인 사회는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질시와 반목이 일어나면서 분열을 경험하였다.
물론 그것의 결과가 눈에 드러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급한 사람들은 한인회 무용론을 들고 나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떤 사회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을 고립시키고 자긍심을 상하게 하며, 나아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당장 이해 당사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더라도 차세대에 가서는 그 결과가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 사회에서 한인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다양한 이민자들의 사회인 미국에서 한인들의 이익을 구체적으로 대변하는 조직이 있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으며, 그러한 조직을 통하여 경제적, 정치적 이득을 획득해야만 거세지는 이민집단 간의 갈등을 극복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이 A 지역은 새로 선임된 회장에 의해 동포 사회를 하나로 묶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나 아직은 미흡한 상태로 지금도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포들은 매우 적절한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B 지역의 경우에는 한인회의 부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그의 결과가 매우 우려할 만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동포들의 행사에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단체들이 미봉책을 써서 행사에 참석하고 있지만 명분에 미치지 못해 동포들의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보니 2세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수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B 지역의 경우에는 전직 회장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지나치게 내세우며 좌지우지하다보니 당시 현 회장의 리더십이 제 구실을 못하게 되어 일어난 사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전직회장들이 한인사회 발전을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의 말을 잘 들을 사람을 회장에 앉히려 하다보니 시간과 물질을 써가며 한인사회에 봉사하려는 사람이 선뜻 나서지를 않기 때문이다.
C 지역의 경우에는 한인회장이 한인회의 일은 요식적인 것에만 한정하고,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좇는 경우이다. 한인 사회의 행사는 제법 활성화되고 있는 듯 하지만, 행사를 통하여 얻는 이득이 없어 괜한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경우는 한인사회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의 지역보다 더 부정적이다. 위의 두 예의 경우 한인들이 위기 의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갖게 되지만 C 지역의 경우 한인 사회에 잘못된 관행을 남기게 된다. 즉 한인회 행사는 그저 형식적인 것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차기 한인회장도 이 일를 반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는 리더십의 부재보다도 더 나쁜 것은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한 피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올바른 리더십은 회장 본인이 나의 위치 즉 나의 맡은 책임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특히 회장 그리고 단체장들은 지역사회와 단체의 발전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하여야 되나” 라고 고민하여야 되는데, 이것과 거리가 먼 한국정부의 하수인으로 전략해 한국정부에 아부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영양가 없고 별볼일 없는 감투(?)에 연연하고 있는 것은 참다운 리더가 아니라 한심하고 불쌍한 리더인 것이다.
수평적 리더십
21세기의 리더십의 중심은 권위주의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수평적 리더십이다. 사회 구성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는 사람을 중시하는 리더십이 21세기에 적합한 리더십이다.
수평적 리더십은 리더와 구성원들 간에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앉아 서로 대화를 나누고, 문제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토론을 통해서 좋은 정책을 결정하면 리더는 실시여부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방향 제시자 역할), 그리고 실시하는 데 있어 완성될 때까지 구성원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쳐서 낙오되지 않도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며(봉사하고 지원자 역할), 일체감을 조성하기 위해 모두가 동고동락(同苦同樂)하는 자세(같이 가는 파트너역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유교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우리’를 강조한다. 즉 조직에서 겸손하고 사양하고 겸허를 보이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평적 리더십의 리더행동을 동양적인 사고에 결합시켜보면 리더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예(禮)와 덕(德)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동등한 입장으로 상대방을 존경하고, 동고동락하고, 모범을 보이고, 언행일치하고, 솔선수범하고,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인정해 주고, 희생하고 봉사하고 겸손하고, 욕심을 버리고, 그리고 형제자매 대하듯이 차별을 두지 않는 행동, 이런 것들이 리더가 갖추어야 할 예(禮)와 덕(德)일 것이다. <508호/ 200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