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물을 보며 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내 마음을 아름답게….!

<김명열칼럼> 물을 보며 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내 마음을 아름답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생활의 신조처럼 귀하게 여기며 나의 가슴속에 간직하고 읊조리는 문구가 있다.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이란 말이 있다. 이 글의 뜻을 해석한다면,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의미의 글이다. 우리도 이처럼 매일 탁해진 마음을 씻고 아름답게 마음을 가꾼다면 세상을 보다 밝고 명랑하게 살아갈 것이다.

하루의 일상 중에, 우리는 보통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부터 하고 아침식사를 한다. 세수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밤새 또는 어제부터 묻어난 먼지와 더러운 것들을 씻어내기 위한 행위이다. 얼굴을 하루라도 씻지 않는 사람은 없다. 더럽지 않아도 자고 일어나면 씻고, 외출했다 돌아오면 또 씻는다. 그런데 마음에 더러움이 낀 것에 대해 사람들은 무심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닦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것도 하루 동안 쌓인 더러움이 아니라 종신토록 쌓인 더러움인데도 말이다. 마음에서 남을 미워하는 악이 자라도 도려낼 줄 모르고, 남을 미워하느라 만신창이가 되어도 치료할 줄 모른다. 또한 마음을 가꿀 수 있는 좋은 칼럼의 글을 읽는 것도 인색하다.

이는 얼굴이라는 외면은 중시하면서도 마음의 내면은 경시하는 것이니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된 것이다. 지난주 어느날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가 밖에서 후두득 후두득 물방울을 튕기며 창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랜 가뭄 끝에 시원스레 내리쏟는 빗줄기에 내마음조차 시원스레 씻겨져 나가는 듯 한 착각을 일으켰다. 차고 앞에 세워둔 먼지 낀 자동차가 물로 세차를 하듯, 세차게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 묻은 먼지, 찌꺼기들을 세차해주고 있다. 얼마후 비가 끝나고 나니, 깨끗해진 차창으로 세상이 맑고 투명하게 비친다. 깨끗해진 창을 바라보면서 문득 나의 마음도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속에 내지신만의 집을 지어놓고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을 내버려 둔 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몇십년의 세월을 보냈으니, 마음을 대 청소하는 일이 이만 저만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음속에 쌓인 온갖 탐욕과 증오, 그리고 불신과 오만을 쓸어내면 비워진 자리에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들어 찰것 같아서 상상만 으로도 가슴이 벅차 왔다.

이러한 생각에 잠겨 잠시 명상에 빠지다 보니 옛날 농암 김창협(1651~1708)의 ‘농암집’에 게재된 시(詩), ‘세숫대야에 대한 경계’ 한수가 생각난다. 얼굴을 하루라도 아니 씻는이 있으랴(면유일일이부회자호=面有一日而不頮者乎). 허나 그 마음속이 종신토록 더럽다면(지어심이종신구예=至於心而終身垢穢), 작은건 살피면서 큰 것은 내버리며 (소찰이대유=少察而大遺), 내면은 경시하고 외면을 중시함이니(경내이중외=輕內而重外), 어허 이는 대단히 잘못된게 아니겠나(오호다 견폐야=誤呼多見蔽也)/

엊그제가 새해의 첫날인 것 같았는데, 세월은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는지 벌써 2023년도 5개월이 후딱 지나갔다. 할일도 많았던 것 같았는데, 한 일도 별로 없었고, 금년엔 무엇을 꼭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의 다짐과 각오가 있었는데 그것이 용두사미가 된지 오래됐다. 깜짝 놀라 정신을 가다듬으며 오늘도 흘러가는 생의 강을 바라보며 남은 한해의 인생 여정길, 마음속에 더럽혀진 오물들을 씻어내기를 노력해 본다.

이제 앞으로 살아가면 갈수록 나의 눈은 더 침침해질 것이다. 귀도 더 먹먹해질 것 이고, 각 관절 마디마디가 서걱거림이 더 할 것이다. 이곳저곳 몇 십년동안 써먹고 이용해온 몸은 닳고 닳아서 느슨해지고, 구멍이 뚫리고, 헐거워져서 삐거덕대며 아픈 곳도 이곳저곳에서 생겨나 점점 더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나 한편 삶이란 극복과 함께 수용의 역사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순연히 받아들이고, 편안히 받아들임으로 우리의 삶은 더 유려해질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쳤을 때 우리는 비로써 새로운 삶의 지경으로 접어든다. 받아들일 수 있기에 더 강해지고, 품을 수 있어서 더 넓어지며, 기다릴 수 있기에 두렵지 않을 것이다. 강물은 흘러가고 사람도 흘러가며, 우리네 인생의 장면이 또한 흘러간다. 그 흘러가는 강물에 이제껏 살아왔던 오염된 마음을 함께 씻어 흘려보내려고 한다. 세상을 살면서 이리 저리 부딪치고 꺾여지고 상처 난 마음도, 답답함이 겹쳐 지친 마음도, 실망이 반복돼 포기된 마음도, 다 씻어 보내다 보면 말끔히 새로워진다.

살다보면 우리마음 한켠에 분노라는 것이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속 시원히 처리한 일중에, 오래도록 우리를 시원하게 해준 일은 없다.

속 시원히 내뱉은 말은 나를 묶는 결박이 되었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내 지른 발길질은 너무나 긴 세월 속 나 자신을 괴롭히는 가시가 되었다.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 ! 이제는 마음에 얹히고 쌓여있는 모든 더럽고 추하며 못된 것들을 다 씻어 보냅시다. 아픔도, 슬픔도, 분노도, 이루지 못해 가슴 아린 못 이룬 꿈의 시들음도, 다 흘려보냅시다. 이루지 못한 꿈, 다하지 못한 사랑, 아직도 남아있어 가슴을 후패이던 고통이 흐르는 강을 건너, 하나님께서 가슴을 열고 은혜로 맞아주시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삶 속으로 넘어 갑시다. 우리는 하나님을 기대하고, 하나님께서는 항상 우리들의 기대 이상으로 우리에게 은혜와 축복을 선물해 주셨으니까……….!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말씨에서도 향기가 나고, 마음이 햇살처럼 따스한 사람은 표정에서도 온기가 느껴진다. 생각이 물처럼 맑은 사람은 그 가슴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생각이 숲처럼 고요한 사람은 그 가슴에서 새소리가 들린다. 모두가 한결같이 아름다운 마음, 아름다운 생각으로 미움의 담을 쌓지 말고, 불신의 선을 긋지 않는 동화속의 그림 같은 세상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이름으로 부족함을 걱정하기보다 넘치는 것을 두려워하며, 소유하는 기쁨보다, 베풀고 또 베푸는 기쁨을 깨달았으면, 풍요로운 물질에도 삶이 고독한 것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 배타주의 때문은 아닐 런지?……….

아름다운 꽃과 나무, 산과 강을 보라.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어보라. 함께 어울려 이 어찌 아름답지 않은가. 자연의 이치가 곧 사람의 이치인 것을……!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왜 그리 잘난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모두가 내가 제일이고 내가 최고라는 것이다. 누구든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 현상이나 오만이나 허세는 곤란하지 않은가.

지위가 높을수록, 가진 것이 많을수록, 사회적 책임은 더 크다는 사실은 자명한 일이다. 자리가 높은 인사들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자신의 자리보전에 더 많은 열정을 쏟는 것은 아닌지….? 재벌들은 사회공동체로서의 나눔보다 문어발식 기업 확장과 불법과 탈법에 의한 비리, 그리고 비자금 축적 이라는 독식에 여념이 없는 것은 아닌지. 경제가 조금 나아졌다고, 지위가 조금 높아졌다고, 상대방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태도는 한마디로 꼴 볼견이 아닐 수 없다.

물질을 나누면 반이 되지만, 마음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것, 있어야 베풀 수 있는 것이 물질이라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것은 마음이라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한마디의 말이 미소를 띠게 하고, 작은 배려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세상, 매사에 겸손하고누구에게나 상냥한 사람, 자신을 존중하듯 남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 이 얼마나 훌륭한가.

나누고 베풀며 볼을 부비 듯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내가 받고자 하는 예의를 남에게도 갖출줄 아는 사람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엔 혼자만 잘난 사람, 그래서 내가 최고인 사람들이 너무나 많아서 걱정이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60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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