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근검절약(勤儉節約)을 나의 생활 속으로…!

<김명열칼럼> 근검절약(勤儉節約)을 나의 생활 속으로…!

옛날, 과거 오래전 김용기 장로님이 세운 가나안농군학교의 식당 배식구 정면에는 이런 글귀가 써있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호미를…..’이란 모토로 각계각층의 교육생들을 일깨운 가나안 농군학교의 근검, 절약의 실천항목은 다음과 같다.

1)밥을 먹을 때는 한알의 밥풀도 버리지 말 것. 한국의 5천만명이 매일 한알의 밥알을 버리면 5천만개의 밥알을 버리게 되는데, 보통 밥 한공기에는 2천5백개 정도의 밥알이 담기므로 결국 매끼마디 2만 그릇의 밥을 버리게 된다.

즉 국민 한사람이 한알의 밥풀만 절약해도 2만명이 먹고살수 있다. 2)반찬도 먹을 만큼만 가져다 먹고 남기지 말 것. 남기면 낭비가 될 뿐 아니라 쓰레기가 되어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3)물을 적당히 쓸 것. 세수나 양치 및 설거지나 샤워를 할 때는 물을 계속 틀어놓고 사용하지 말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 그릇을 닦고 헹굴 때 물을 틀어 씻어내라는 얘기다. 어찌 보면 이러한 구호는 너무나 지나치다 싶지만, 이런 근검절약 정신이 지난 시대에 오늘의 우리를 키워낸 밑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국민들 사이에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것은 여러가지의 이유가 있겠으나, 한편으로 말한다면 우선 박대통령이 자신을 위해 부(재산)를 모으지 않았으며 근검절약을 실천한 지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점은 그분의 따님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똑같은 입장이며 그녀 역시 훗날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영원히 기록될 위대하고 거룩한 나라의 지도자로 평가받아 사람들에게 추앙받고 존경받을만한 훌륭한 대통령의 한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다음은 박정희대통령 통치시절,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김정렴씨의 정치 회고록에 담긴 이야기를 발췌해낸 이야기다. 김정렴 비서실장이 함께 타고 있는 헬기안에서 박대통령은 여기 저기 우뚝 솟은 아파트단지, 새마을운동으로 개발된 논과 밭, 그리고 아름다운 농촌 주택,크고작은 공장들과 대규모 다목적 댐과 방조제, 그리고 간척지 등을 내려다보았다. 박대통령은 자신의 아파트나 집, 공장이 늘어나는것 처럼 무척이나 기뻐하며 흐믓해 했다. 그는 이어서 박대통령의 집무실에 있던 파리채를 기억한다. 박대통령이 살던 본관 2층과 집무하던 1층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 당시 웬만한 대 그룹 회사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없는 사무실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박대통령은 일국의 대통령의 집무실에 전기를 아끼려고 에어컨 설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선풍기는 있었지만 박대통령은 그것조차 돌리지 않았다. 한 여름에 뜨거운 열기가 닥치면 박대통령은 창문을 열었고, 이내 파리가 집무실 안으로 날아들었다. 그러면 박대통령은 파리채를 휘둘러 파리를 잡았다.

2층 서쪽 구석에 있는 내방(김정렴 비서실장의 방)은 오후 내내 뜨거운 햇볕으로 달구어 졌다. 땀이 많이 흘렀지만 대통령이 틀지 않는데 내가 선풍기를 돌릴 수는 없었다.

박대통령은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을 때 꼭 30%는 보리를 섞었다. 지금처럼 건강식으로 먹는것이 아니라 부족한 쌀을 아끼려는 마음에 혼식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점심은 멸치나 고깃국물에 만 기계국수 였다. 영부인 육영수여사와 나, 의전비서관 등 본관식구들은 똑같이 국수를 먹었다. 장관들도 청와대에 서 회의를 하는 날이면 점심은 으례 국수였다. 박대통령께서는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을 유달리 싫어하셨습니다. ‘15년동안 그분을 곁에서 모셨지만 권위의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았습니다.’ ‘그분은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자상하셨고 정도 많았습니다. 특히 절약하는데는 아마 그분을 따라갈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분은 늘 윗옷을 벗고 런닝셔츠 차림으로 이발관에 오셨는데, 구멍이 뚫어진 해진 셔츠를 입고 계신 적이 많으셨습니다. 너무나 오래도록 입어서 그런지 셔츠는 풀기가 없이 언제나 후줄근해 보였고, 너무나 자주 깨끗이 빨아 입다보니 셔츠는 언제나 너덜너덜 해 보였습니다. 허리띠도 얼마나 많이 오래도록 사용했는지 허리띠 구멍이 사람의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크게 나 있었습니다. 절대권력자인 일국의 대통령께서 이처럼 소박하고 검소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라고 하며 박정희 대통령의 머리를 15년간 만져온 박대통령의 전용 이발사 박수용(87)씨는 박대통령을 모셔온 지난 시절을 회상하면서 두눈에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질풍노도의 시대를 살면서 영욕과 청탁(맑고 흐림)을 함께 들여 마셨던 사람이다. 영웅이란 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고 그 시대를 담는 그릇이며 새로운 시대를 빚어내는 용광로 이다. 그는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그 시대의 요구를 담아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사람이다. 영웅은 보통 난세에 나타나서 불꽃처럼 살다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리하여 후세에 오래오래 계속되는 논쟁점을 남긴다. 바다처럼 청탁을 함께 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이란 실로 더러운 강물일 뿐 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고 이 강물을 삼켜버리면 모름지기 바다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니체가 말한대로 스스로의 혼을 더럽히지 않고 청탁을 함께 쓸어 담았다가 이를 소화하여 대한민국이라는 화폭에 큰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여타의 대통령들 보다 차원을 달리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다른 대통령들은 권력으로 부패했으나 박정희대통령은 권력을 쥐고도 맑은 혼을 유지했다. 부전 여전 이라고, 이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이 두 부녀는 정치적 혼란과 궁핍에 시달리던 우리나라를 구국충정과 애국 애족의 정신으로 보살폈고,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을 세계의 최강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는 근본이 되었다. 특히 새마을운동은 세계 여러 후진국의 경제개발정책의 모델이 되었다.

새마을운동의 자조, 자립, 협동정신은 가난한 국민을 보듬은 인간 박정희의 애틋한 민족애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잘사는 조국을 만들자’는 일념 하나로 정치적 입장보다는 경제적 발전에 주력했다. 몸소 근검, 절약을 보여주었고 부정부패를 멀리 하였으며 국력을 키우기 위해 철강, 조선, 중화학공업 등 기간산업 구축에 몸을 바친 청렴한 애국자 이자 위대한 지도자였다.

집을 나와 나는 가끔씩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동네의 어느집에서 야드세일을 하는것을 종종 보게 된다. 야드세일이란? 자기가 쓰던 물건이나 혹은 있어도 쓰지 않는 물건을 자기집 앞에 내놓고 파는 것이다. 처음에 내가 미국에 와서 참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한국사람 같으면 그냥 줘도 안 갖고, 안 쓸 물건들을 팔고, 또 남이 실컷 쓰던 물건을 미국사람들은 돈주고 사는거였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다 커서 쓸모없어진 장난감이라 던지, 입다 말은 옷이라던지, 하물며 신다 말은 신발, 쓰다 말은 부엌살림도 그렇고, 여하튼 간에 온갖 잡동사니들을 다 내다놓고 판다. 더구나 입던 옷 같은 것은 한국사람들은 친척이나 잘 아는 사람이 준 거라면 몰라도 모르는 사람이 입던 옷같은 것은 아무리 그 옷이 좋다고 한들, 기분상 불유쾌하고 찜찜해서 안 입을 것 같은데, 여기 사람들은 그런 거 없다.

더군다나 옷은 그렇다손 치고, 남이 발 냄새 나도록 신다 말은 신발도 돈을 주고라도 자기가 필요하면 사는데, 새것을 사는 것 보다 엄청나게 싸니까 몇푼 안주고라도 야드세일에서 사는 것이다.

한국에서 온지 얼마 안된 사람들은 여기서 야드세일을 하는것을 보고 아마도 요즘 미국이 불경기라서 그러는 줄 알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전통이고, 억만장자 부자들도 이러한 물건들을 사 간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사람들은 집안에 누가 죽으면 그 사람이 쓰던 것을 버리거나 태우는 관습이 있는데, 이곳 미국은 죽은 당사자가 쓰던 물건을 남은 식구들이 모조리 집앞에 내다 파는데 그것을 에스테이트세일(Estate Sale)이라고 해서 인기가 최고다.

나는 어려서부터 죽은 사람이 쓰던 것은 쓰는게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사람이다.

아무리 좋고 비싼 것이라도 그냥 줘도 싫은 물건들을, 여기 사람들은 싸게 잘 건졌다며 좋아하며 사 간다. 그런걸 보면서 모든 것은 하나의 생각 차이라는 걸 배울 수 있었다.

잘 아는 사실이듯, 전후 독일이 라인강변의 기적을 이룬 것이나 일본이 단기간에 패전국에서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발돋움 한것은 무엇보다 전 국민의 근검절약에 기인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독일가정은 유아기 때부터 경제교육을 통해 근검절약정신을 몸에 베이게 함은 물론, 13세가 되면 법적으로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힘들게 번 돈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도 6.25 한국전쟁 이후 피폐하고 궁핍한 시기를 근면과 성실뿐 아니라 근검절약 정신으로 보릿고개와 같은 가난의 강을 건너왔다. 이후에도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국민이 모으고 아끼는 것으로 극복했다.

근검절약은 인간이 지녀야 하는 중요한 덕목(德目)이자 우리 후세들의 미래 경쟁력 통장이다.

소비가 미덕이고 대량 생산과 소비가 국가나 세계경제를 견인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자원이 유한(有限)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가능한 수준에서 재정확대에 의한 소비촉진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운영도 좋지만, 근검절약과 현명한 소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빈사 상태의 환자에게 극약처방에 의한 생명연장을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지금 나라의 경영을 위임받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미래세대의 통장 잔고까지 꺼내어 쓸 권리는 없다. 비축 창고를 열고 자기 것인양 마구 내다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국의 전임 대통령이 국고를 마음대로 써 버려 곳간이 텅텅 비어 국가의 빚이 1000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국가경영은 한국이나 미국 모두가 현재도 중요하지만 미래도 대비해야 하는 일이다. 근검절약의 유전자는 세대를 넘어 누구에게나 이어져야 한다. <문학 작가 김명열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355/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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