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21> 

<김명열기자의성지순례기행문21> 

여리고(Jericho)성과 엘리사의 샘

여리고는 예루살렘 동편 약35km, 사해 북쪽으로 8Km 떨어진 요단계곡의 서쪽에 위치한 도시로 해면보다 250m 낮은 지역이다. 여리고는 구약의 도시, 신약의 도시, 오늘날의 소도시, 이렇게 세개의 여리고가 있다. 여리고는 구약시대나 신약시대에 걸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구약성서에 묘사된 여리고는 텔 아스 술탄(Tel as-Sultan)으로 지금의 여리고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22m의 높이의 언덕에 있다. 여리고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임을 말해주는 이곳은 길이 350m, 폭 150m의 성곽도시였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은 자연석을 쌓아올린 둥근 탑으로 이는 주전 70세기경의 것이다. 주거지와 무덤, 성벽 등이 아직 남아있고 훨씬 이후의 유물로는 그릇, 항아리, 도자기 등이 있다.

이 여리고는 BC 14세기경, 여호수아가 인솔한 이스라엘 사람들의 공격을 받고 점령되었다. 여호수아가 7개의 나팔을 불어서 난공불락을 자랑한 성벽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후에 베냐민 족속의 소유지가 되었다.(수18:21).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땅을 거점으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 왕국을 세웠다. 발굴된 도시나 성벽에 여러번 파괴된 흔적이 남은 것으로 보아 여러 차례 외적의 침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여리고는 신약성서에 의하면, 예수님께서 여리고에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았고, 세리였던 삭개오를 만나 그에게 새 삶을 주었으며(눅19:1) 눈 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선한 사마리아 이야기도, 예루살렘과 여리고를 잇는 비탈길을 무대로 하고 있다(눅10:30). 조용한 여리고 마을로 들어가면 길가에 삭개오 뽕나무가 있다. 예수님을 보기위해 키가 작은 삭개오가 올라갔다는 성경속의 그 나무다. 나무옆에는 예수님을 만난 삭개오 이야기를 표현한 모자이크가 있다.(눅19:3~4절 참조).

실제로 성서에 등장하는 이 나무는 한국어로 뽕나무이지만 정확히 번역하면 돌무화과 나무이다. 이곳에는 실제로 뽕나무가 없다. 번역할 때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뽕나무로 번역한 것이다. 밑둥치가 굵어 꽤나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실제 예수님 시대부터 있었던 나무는 아니다. 그러나 돌무화과 나무든, 그 시대의 것이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예수님께서 죄인 취급을 받던 삭개오에게 구원의 은총을 베푸신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삭개오는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받아들였기에, 진정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어 구원을 얻은 것이다. 우리 역시 삭개오와 같은 죄인이지만 주님의 무한한 은총에 의하여 구원을 받은 존재들인 것이다.

좀더 들어가면 무너진 여리고 성이 나온다. 이곳의 유물 발굴은 1930~1936년에 영국의 고고학자 죤 카스탕이, 1952~1958년에는 영국의 여류 고고학자 캐더린 캐년이 맡았다. 그 결과 신석기 시대에 속하는 성과 성벽, 그리고 둥근 망대(Round Tower)를 발굴하였다. 즉 주전 7천년경에 이미 성을 쌓고 도시생활을 시작한 유물인 것이다. 지금의 도시는 십자군때 건설되었던 제3의 도시 지역에 건설된 것이다. 1948~49년의 팔레스타인 전쟁이후 요르단에 귀속되었으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여, 팔레스타인 자치 협정에 따라 1994년 5월 팔레스타인 통치로 넘어가 있다. 도시의 부근 일대는 종려나무도시(The City of Palms) 라고 불릴만큼 무수히 많은 종려나무가 자라는 오아시스다. 여리고에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솟는 샘이 4곳이나 있다. 물이 풍부한데다 토질도 좋아서 오렌지, 바나나, 대추야자 등의 과일이 풍성하다.

여름에는 덥고 건조한 반면에 겨울과 봄에는 기후가 좋아서 온통 꽃향기가 진동한다. 이곳에는 엘리사가 물을 맑게한 ‘엘리사의 샘’이 있는데 지금도 물이 콸콸 솟아나고 있다.(왕하 2:19~22). 분당 4천톤의 물이 콸콸 솟구쳐 나와 대형 수도관을 통하여 여리고 온도시를 오아시스로 풍요롭게 해주며 여리고 시 전체의 식수원과 생활용수로 공급되고 있다.

주전 8천년 여리고에 사람이 정착하고 고대도시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샘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야의 샘(여리고 샘)은 멀리서 보면 빨간 지붕의 건물안에 위치해 있다. 샘은 여리고의 동편 끝에 존재하고 있다. 이 우물은 바벨론 왕에 대적했다가 눈이 뽑힌 시드기야 왕(BC597~586)의 이름으로 명칭 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예언자 엘리사의 이름을 붙였다. 그 이유는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 ‘여리고’ 성읍 사람들이 엘리사에게 말하되 우리 주인께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성읍의 위치는 좋으나 물이 나쁘므로 토산이 익지 못하고 떨어지나이다. 엘리사가 이르되 새 그릇에 소금을 담아 내게로 가져오라 하매 곧 가져온지라. 엘리사가 물 근원으로 나아가서 소금을 그 가운데에 던지며 이르되,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이물을 고쳤으니 이로부터 다시는 죽음이나 열매 맺지 못함이 없을 지니라 하였느니라 하니 그 물이 엘리사가 한 말과같이 고쳐져서 오늘에 이르렀더라(왕하2:19~22)

 

여리고의 시험 산 (the Mt of Temptation)조망

 

“예수께서 성령의 충만함을 얻어 요단강에서 돌아오사 광야에서 사십일동안 성령에게 이끌리시며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시더라. 이 모든 날에 아무것도 잡수시지 아니하시니 날 수가 다하매 주리신지라.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 하시니, 이에 마귀가 예수를 거룩한 성으로 데려다가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뛰어내리라 기록되었으되, 예수께서 이르시되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 하였느니라 하시니…….(마4:1~7)”

성경이나 다른 자료들에서는 예수님이 정확히 어느 곳에서 사십일동안 금식을 하고 시험을 받으셨는지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여리고 옛 도시 뒤편에 깎아지른 듯 높이 솟아있는 카란탈 산이 예수님께서 마귀의 유혹을 받던 산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산 이름의 뜻은 ‘사십의 산’이라는 뜻이다. 이 산의 정상에는 이미 주전 2세기경에 시리아장군 박시데스에 의해서 요새가 건설되었다. 이곳에서 주전 134년에 시온 마카비는 당시 여리고통치자였던 사위 프톨레미에 의해서 암살되었다. 6세기에 산 동쪽 기슭 예수님이 있었다는 동굴위에 교회가 하나 지어져 있었으나 13세기에 없어져버리고 다시 1874년에 희랍 정교회에서 지은 수도원이 남아있다. 이곳에 있는 수도원은 1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에는 2개의 교회가 있었다. 하나는 지금의 수도원자리에 있었고 다른 하나는 산 정상에 있었다. 현재의 수도원 자리에는 예수님이 금식을 하셨다는 굴이 있었던 곳이고, 마귀와 대면할 때 예수님이 앉으셨다고 하는 바위가 이곳에 있다. 이 수도원은 이전 건물을 헐고 산 정상에 1874년부터 짓기 시작해서 1904년에 완성되었다. 이 산은 가까이 보이지만 훨씬 북쪽에 있고, 산 중턱까지만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산 정상에 올라가려면 걸어가거나 케이블 카를 이용한다.

이곳에 오는 순례객들은 현실과 타협해서 떡으로만 살려는 가치관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짐하며 옷깃을 여민다. 그리고 유혹에 흔들려 절대자인 하나님에 대한 신의를 버리고 세상 영화를 택하려 하는 자신을 꾸짖게 된다. 시험산을 조망하는 광장 앞에는 쇼핑센터가 있는데 이 지역 여리고의 특산품인 대추야자와 무화과를 선물용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과일 외에도 여러가지 선물용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들 일행들도 이곳에 들러 저마다 선물세트를 샀다. 나의집사람 역시 여리고 특산품인 대추야자와 선물세트를 샀다. 순례여정이 끝나서 귀국하면 지인이나 친지들에게 이스라엘의 상징 대추야자열매 세트와 기타 특산물을 선물해주기 위해서다. 다른 일행들도 너도나도 이곳의 특산물을 사서 바구니에 담느라고 분주하게 상점내를 오고 갔다. 이곳 이외에서는 선물(특산물)을 살 수 있는 마땅한 곳도 없으며 시간도 여유롭지 못하다는 안내 선교사님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을 끝으로 이스라엘에서의 모든 순례일정은 끝을 맺고 내일은 요르단으로 넘어가 새로운 그곳의 일정이 시작된다.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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