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독일의 베니스, 밤베르크
우리들 여행객 일행은 여행일정의 제11일차 예정지인 밤베르크로 향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내일은 이번 여행일정을 모두 마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귀국 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관광일정의 마지막 날이라 할 수 있는 피날레를 오늘 이곳의 밤베르크에서 마무리할 예정이다.
레그니츠 강 위에 떠있는 것 같은 중세마을 밤베르크, 밤베르크는 199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다. 구 시가지 전체가 중세시대의 동화속 마을 같은 밤베르크는 독일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세계대전 당시에 전쟁의 피해가 적어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호두까기 인형의 원작자 호프만의 동상도 거리에서 볼 수 있다. 호프만은 러시아에서 태어났지만 밤베르크에 머물며 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밤베르크는 호프만의 도시라고도 불리며, 곳곳에서 호프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호프만 극장과 호프만의 생가도 있다. 별도로 이곳에는 독일에서도 특이하게 생산되는 밤베르크만의 특산물인 훈제맥주 (흑맥주)가 있다. ‘라우흐 비어’라는 이름의 훈제맥주는 밤베르크에서 만드는 스페셜한 맥주로 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 밤베르크를 찾게도 할 만큼 유명한 맥주다. 검은색을 띈 흑갈색이지만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는 라우흐비어는 보리나 밀을 훈제해 만든 맥주로 깊은 맛이 일품이다. 흑맥주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른 훈제맥주, 나 역시 호기심 반, 테스트 반, (독자들에게 리얼하게 그 맛을 설명하기 위해 시음해보았다. 그 시음한 결과의 맛 소개는 잠시 후에 별도로 해드리도록 하겠다) 그 흑맥주를 마셔보았다.
밤베르크는 작은 도시이지만 아름답고 매력이 넘치는 도시이다.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의 강변을 따라 줄지어있는 알록달록한 독일의 집들이 마치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니스와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 작은 베네치아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주변의 풍경을 즐기며 감상하는 것도 일품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도시 밤베르크는 곳곳이 중세시대의 동화같은 마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라그네츠강이 흐르는 다리에 매달려있는 구 시청 청사다. 밤베르크는 서기 1211년에 지어진 성 미하엘 수도원이 있다. 고풍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이 수도원은 밤베르크의 빨간 지붕 중세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대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밤베르크 대성당 역시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밤베르크 대성당은 돔 광장에 위치해있다. 로마네스크에서 고딕양식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지어진 곳이라 이 대성당에는 두가지의 양식이 모두 녹아있다.
두번의 화재로 인하여 1237년에 보수한 밤베르크의 심볼같은 대 성당이다.
밤베르크에는 두개의 옛날 왕궁이 있다. 그중에 작지만 화려한 밤베르크의 신왕정 레지덴츠궁전은 밤베르크에 있는 두개의 궁전 중 새로 지어진 곳이라 중세시대의 고즈넉함보다는 화려함을 자랑하는 곳이다. 외부와 내부 모두마치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전처럼 화려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신 왕궁 내부를 둘러보고 나오면 레지덴츠 궁전의 뒷편에는 향긋한 꽃내음을 풍기는 장미정원이 있다. 매혹적인 향기의 아름다운 장미들로 가꾸어진 왕궁에서 장미공원을 걷다보면 내자신이 마치 이곳 궁전의 주인이 된 기분이다.
한편 구 왕궁은 화려한 신 왕궁과는 정 반대로 마치 소박한 집같은 느낌이든다. 중세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한 영화속 공주님들이 살던 바로 그 궁전, 밤베르크의 건물들중에서도 중세의 매력을 가장 잘 품고있는 구 왕궁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밤베르크의 맛집 슐렝케를라 (Schlenkerla) 명물 훈제맥주(흑맥주)의 대명사격인 최고의 집이다. 밤베르크(Bamberg)는 독일 고성 가도 코스중의 하나이나, 보통 뷔르츠부르크, 밤베르크, 로덴부르크를 함께 묶어서 가는데 이곳에는 명물이 많다. 뷔르츠부르크는 알테마인 다리위에서 파는 프랑케와인이 유명하고, 밤베르크는 슈렝케를라 훈제맥주가 유명하며, 로덴부르크는 우리나라(한국)의 꽈배기와 비슷한 맛의 달콤한 슈네발이 유명하다. 나는 이중에서 오늘 이곳 밤베르크를 방문하여 시음해본 밤베르크의 명소,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당 슈렝케를라 부루어리를 소개하여드리겠다. 앞서도 소개했듯이 이곳은 훈제맥주 라우흐비어(Rauchbier)로 유명한 집이다. 슈렐케를라 훈제맥주(흑맥주)가 밤베르크의 명물이 된 것은 우연한 실수(?)에서 시작됐다. 17세기 둔켈을 만들기 위해 맥아를 로스팅하던 양조사가 그만 깜박 졸다가 맥아를 태워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깜박 잠에서 깨어나 보니 맥아는 이미 까맣게 타버리고 말았다. 이 아까운 맥아를 탔다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깝고, 수도원의 사무장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에라 모르겠다” 기왕에 태운 것 어차피 손해보는 것은 뻔하므로 양조사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타버린 맥아를 이용해 맥주를 담아봤다. 그런데 이 타버린 맥아로 만든 맥주에서 구수한 훈제향이 우러나왔다. 한잔을 떠서 마셔봤더니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구수하고 그윽한 은은한 맛의 기막히게 맛있는 맥주가 만들어져 있었다. 이 맥주를 수도원의 모든 사람들에게 시음시켜봤더니 모두가 그 맛에 감탄사를 연발했고, 홀딱 반해버렸다. 매일 똑같은 둔켈만 먹던 독일인들의 입맛을 금새 사로잡은 훈제맥주는 이런 안쓰러운 일화에 의해 탄생되었다.
Rauch는 독일말로 Smoke, 훈제라는 뜻이다. Rauchbier는 말 그대로 훈제맥주라는 뜻이다 너도밤나무를 사용해서 맥아를 훈연한다.
이 라우흐비어를 만드는 부르어리는 전세계에서 오직 독일의 밤베르크에만 있으며, 밤베르크에서도 슈렝케를라와 스페치알(Spezial)양조장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스페치알은 슈렝케를라에 비해서는 훈제향이 많이 약하다. 에히트 슈렝케를라의 대표 라인업은 마르첸(Marzen)이다. 마르첸은 독일말로 3월이며, 3월에 담가 가을에 마시는 옥토버페스트 전용 맥주스타일을 의미한다. 이 마르첸을 잔에 따르는 순간 훈제향이 그윽이 코끝을 자극한다. 향이 너무나 좋다. 모닥불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이다. 훈제 족발을 먹지 않아도 입가에 불 맛이 난다.
나는 이 훈제, 흑맥주를 시음하기전에 나의 마음속에서 두 마음(먹느냐 마느냐)이 매우 부데끼며 갈등을 빚었다. 교회에서 직분을 맡은 사람으로서 교리에 어긋나게 술을 마신다는 것이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부담감과 죄책감이 생겨났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것을 맛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 맛의 소감을 글로서 표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 부담감이 생겨났다. 이것을 마셔보지 않고서는 훈제 흑맥주의 리얼한 맛을 옮겨보지 못한 후회감이 앞설 것 같았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집사람과 함께 흑맥주를 주문했다. 테이블에 나온 훈제맥주는 마치 검은색의 향료를 섞은 듯 암갈색을 띈 흑맥주였다. 잔에 부어진 흑맥주를 먼저 집사람에게 마시라고 권했다. 집사람역시 호기심이 발동해서 덥썩 한모금을 권하는 대로 마셨다. 그리고는 이내 얼굴을 찌프리면서 “아 ~ 써, 이런 것을 무슨 맛으로 마셔?” 하며 곧바로 잔을 내친다. 그런 후 “나는 안 마실테니 당신혼자 천천히 마시고 오세요” 라며 밖의 일행들과 시내 관광과 쇼핑을 하겠다며 식당 밖으로 나갔다. 할수없이 혼자 남아서 커다란 잔의 검게탄 음료, 훈제맥주를 홀짝 홀짝 마시며 맛을 테스트해보았다. 쓰면서 그윽한 스모크향을 입안 가득히 채워주며 맥주의 싸한 호모와 호프가 혼합된 담백하고 감칠맛 나는 맥주의 맛이 부드럽게 목구멍속으로 넘어 들어갔다. 삼키고 난 뒤의 은은한 훈제의 향이 입안 가득히 고여 있었다. 마치 커피나 티를 마시듯이 천천히 혀를 굴리며 한 모금씩 음미하며 마셨다. 참으로 오랫만에 맛보는 흑맥주 맛은 금새 얼굴을 붉혀주고 전신을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커다란 유리컵의 잔을 거의 다 비워갈 때, 갑자기 어느 젊은 외국인남자가 나의 뒤에서 어깨를 가볍게 짚으며 “안녕하세요?” 라며 서투른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웬 젊고 잘생긴 청년 한사람이 손을 내밀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는 이어 “are you korean?”하고 영어로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반갑다며 내 앞의 테이블에 앉는다. 곧이어 자기소개를 하고, 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산다고하며 얼마전에 한국을 다녀왔는데 그곳에 3개월 동안 머물면서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한국 여자친구를 사귀고 왔다고 했다. 그는 그녀가 너무나 좋고 사랑스러워서 그리운 나머지, 마침 이곳에 와보니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사는 나라의 한국인 손님이 이곳에 있느니, 그녀를 만난 듯 너무나 반갑고 기뻐서 나에게 염치불구하고 인사를 건넸다고 했다. 그러고는 나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카운터에서 흑맥주 한병을 사와 기념으로 한잔을 마시란다.
그런 후 그는 나를 반갑게 허그를 해주며 “즐거운 독일여행 되시라”고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자기들 친구 일행쪽으로 걸어갔다. <다음호에 계속>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