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동유럽 4개국 및 발칸 2개국 12일(플리트비체 & 포스토이나)간의 여행(9)

 

<김명열기행문> 동유럽 4개국 및 발칸 2개국 12일(플리트비체 & 포스토이나)간의 여행(9)

유럽 여행 중 독일 이야기

 

<지난주에 이어서>

독일인들은 일정한 부를 누리기 위하여 일생동안 열심히 일을 하고, 전혀 소비하려 들지 않기에 ‘지나친 절약’이 경제에 예기치 못한 타격을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독일인들이 악착같이 재산을 모으고 지독하게 절약하는 것을 자신의 아이들을 걱정하기 때문이고 그들의 안전한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만하임의 경제학자인 악셀 뵈르쉬교수의 SAVE라고 불린 독일국민의 절약 태도에 대한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독일인들의 절약의 목적은 자녀나 손주들을 겨냥한 희생의 목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진짜 이유는 자신의 노후보장과 예측이 불가능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라고 한다. 독일은 금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의료보험, 연금보험, 수발보험, 실업자보험비는 국민들의 소득에서 세금으로 지출되고 있다. 높은 세금징수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만을 가지면서도 만약 자신 앞에 불의의 사고가 닥치면 당장 국가적 원조를 받지 못할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독일인들은 실 수입액의 15%를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의 국민과 비교할 때 아주 높은 비율이다. 때문에 연금생활자가 되면 어느 정도의 재산을 통장에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금액은 10년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즐길 수 있는 액수에 달한다. 여기에 덧붙여 연금을 추가로 받게 되니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독일인들의 노후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연금 생활자라면 죽기 전에 그 돈을 완전히 소비할 것이라는게 전문가의 의견인데, 독일인들은 그러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이제 연금을 받으면서도 돈을 절약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금생활자 10명중에 7명이 재산을 즐기며 쓰려들지 않고 그 반대로 늘리려고만 한다. 이처럼 돈을 열심히 아끼고 있는 독일의 80세 노인들은 이제 노후보장을 그 이유로 들 필요성이 희박해져 간다. 그렇다면 그것의 내면에 숨어있는 진실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그들은 그저 소비하길 꺼리는 것이며 소비할 줄을 모른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시장경제측면에서 보면 이보다 치명타를 날리는 소리도 없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의 멋진 식사와 새 자동차, 새옷은 사치가 아니고도 즐겨볼 수 있는 항목이기에 그들에겐 불필요한 소비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지런하고 검소하며 또한 겸손하기까지 하다고 독일인과 오랫동안 일해 온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은 그들의 동료들을 이렇게 평한다. ‘독일인들은 다른 방에 갈 때는 불을 끄며 샤워할 때도 몸에 비누칠을 할 동안에는 물을 잠시 잠근다’라고 유럽중앙은행의 이사회 간부인 이탈리아인 토마스 파도아 시오라는 말한다. 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독일국민들은 더욱 활발한 시장경제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경제성장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더불어 희망하고 있지만 지출을 하고 소비를 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닌 다른이’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모여 출발한 관광버스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얼마를 달려가다 보니 고속도로 주변에는 아름답고 전원적인 독일 시골마을의 전형적인 모습과 풍경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광활하고 끝없이 펼쳐지는 농경지에 펼쳐진 각종 농작물들은 한 여름을 맞아 풍성하고 신선하게 자라고 있으며, 특히 수확기를 맞은 보리(맥주의 원료)밭은 누렇게 익어서 풍요롭게 농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간히 구릉 같은 능선위에 평화롭게 펼쳐진 보리이삭이 불려오는 바람결을 타고 파도를 일구듯이 누렇고 탐스러운 군무를 이룰 때는 그 옛날 나의고향 시골에서 황금빛으로 채색된 보리밭 곁을 지나가는듯한 환상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누렇게 익어 끝도 없이 펼쳐진 보리밭사이로 간간히 짙푸른 녹색으로 모자이크로 수를 놓듯 오롯이 펼쳐져 돋보이는 호프의 농장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생전 처음 대하고 보게 된 호프의 모습은 신기함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저렇게 농장에 질펀하게 펼쳐져서 자라고 있는 저 호프는 맥주를 만드는데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이다. 맥주의 4대요소인 물, 보리, 호프, 효모와 함께 이 호프는 맥주에서는 절대로 없어서는 안될 중요 요소와 재료이다.

홉(호프)에 대하여 맥주가 세계적인 술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호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세이전의 맥주에는 약초나 향초를 넣거나 아무것도 넣지 않고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탁주와 비슷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맥주의 기술이 발달하며 호프를 첨가하게 되면서 맥주의 특징인 씁쓸한 맛과 독특한 향이 부여될 뿐 아니라 맥주의 거품을 풍부하게 해주어 상쾌한 맛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단백질 혼탁을 방지하여 맥주를 맑게 하고 잡균의 번식을 막고 부패를 방지하므로 써 보존성이 뛰어나게 되어 맥주의 대량 유통이 가능하게 해주었다. 또한 이뇨작용이 있어 맥주가 신장결석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도 이 호프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한 호프농장에서 일하던 여자 인부들이 2~3일마다 생리를 하고 남성의 젖가슴이 부풀어 오르기도 하는 등,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는데, 그 원인을 살펴본바, 그것 또한 호프에 함유된 여성호르몬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날 중세시대 수도원에서는 수녀들의 생리가 불순할 때 호프를 끓여 마시게 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리고 이 호프를 베개 속에 넣고 잠을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데 이는 호프의 노란 가루속에 진정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맥주거품이 일어나는 것도 호프속의 수지와 호프유성분에 의한 것이고, 거품을 보다 좋게 하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호프를 ‘녹색황금’이라 부르기도 한다. 호프란 다년성 넝쿨 식물의 꽃으로서 작은 솔방울같이 생겼다. 냉량성 작물로서 햇살이 잘 들고 서늘하며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호프로 이름난 산지는 체코의 Saaz, Auscha, 독일의 hallertau, Spalt지방과 영국의 Kent, 미국의 캘리포니아, 오레곤 지역의 호프가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있다. 한국에서는 독일남부의 Hallertau산이나 미국의 Yakima계곡에서 생산되는 Magnum, Cluster나 독일의 Spalt산의 호프를 주로 수입해서 사용한다. Hops(Hof=생맥주집)을 대개 홉이라고 부르며 맥주의 원료 홉을 뜻하는 독일어로는 Hopfen이다. 삼과에 속하며 완전히 다 크면 5m이상, 최대 15m까지 자란다.

맥주에 있어 독특한 쓴맛과 향기를 내며 잡균에 의한 산화를 방지한다. 맥주에는 8세기경부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하 50도까지 견디는 내한성(耐寒性)식물로서, 한국의 개마고원이나 강원도 산간처럼 냉량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독일의 남쪽지방을 여행하다보면 여름철에 넓은 밭에 호프농장을 많이 보게 된다. 바이에른 주가 가장 많은 호프를 생산하며, 농가 거의가 여름으로 이 작물을 키운다. 여름이 지나면 높은 장대를 타고 올라 연노랑과 그린색을 띈 꽃이 핀다. 이 꽃이 핀 밭을 지나면 맥주의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맥주의 생산과정을 보면, 호프, 맥아, 효모, 그리고 물이 4개 성분이 맥주를 만들어낸다. 어떻게 이 4가지만의 재료로 맥주가 만들어지는지 맥주애호가들에겐 궁금증이 생겨난다. 어두운 색을 가진 흑맥주나 색이 맑은 라거, 외에 수없이 많은 독일맥주들은 이 4개의 기본 재료를 벗어나지 않는다.

다음주에는 독일의 맥주에 대하여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다.

다음 주에 계속 이어짐

<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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