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요즘 한국의 국회에서나 사회, 또는 언론매체에서 자주 등장하며 떠도는 유행어가 있다.
“내로 남불”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이다. 얼핏 보기에는 사자성어같이 보이는데, 이 말은 주로 자기한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에 쓰이고 있는 말이다. 즉 같은 일인데, 나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는데, 남이 그랬을 경우 온갖 비난을 퍼붓는 그런 느낌이다. 비슷한 말의 표현으로 고사성어인 ‘아전인수’란 말도 있는데 “내로남불”이 뭔가 더 찰지고 마음속에 확 와 닿는것 같다. 그러나 이런 말 자체가 사회에 많이 나도는 내면에는 이 세상에는 그만큼 이기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게 된다. 우리들 주위를 둘러보면 “내로남불”에 딱 맞는 사람이나 상황들이 은근히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우리들 사회가 이기주의로 물들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2008년 12월18일은 수치스러운 동물 같은 국회의 밤으로 불린다. 그날 오후 당시의 여당인 한나라당이 국회외교통상 통일위의 문을 걸어 잠그고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상정하려하자 야당의원들은 해머와 망치를 가져와서 문을 부수고 난동을 치며 극렬하게 반발을 했다.
각 언론매체나 TV를 통하여 생중계된 이 사건은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는 그 단초가 되기도 했다.
그 당시의 야당(현 더불어 민주당) 의원들은 한-미 FTA협정을 결사반대하며 심지어는 ‘신 을사늑약조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현재의 대통령인 문재인 당시 민주통일당 후보는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을 통해 불이익을 바로잡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약속을 하며 정부와 여당의 한미 FTA협정을 맹렬히 비난하고 반대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대선 승리이후 대통령이 된 후에는 그렇게 반대해왔던 한미 FTA에 대하여 입을 다물고 있다. 최근 들어 한미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트럼프대통령이 한미 FTA협상은 미국에 도움이 안 되고 불공정한 협상이었다고 주장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서는 재협상이 아닌 보완협상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만약에 정식으로 한미 FTA가 폐기되고 재협상을 하게 된다면 한국측에 불리하게 되고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 한미 FTA 협상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며 한미 FTA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밀어붙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에서 초청한 여야 대표회담을 거부하며 한미 FTA추진을 비난했던데 대하여 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측이 먼저사과를 하라고 요구를 하기도하였다.
“내로남불”,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되는듯하다. 옛날 한미 FTA협정당시 그렇게도 결사반대했던 그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그 한미 FTA협정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렇게 과거와는 달리 정권이 바뀌고 자기들이 권력을 손에 넣고 보니 과거의 잘못되었다고 반대했던 그 정책과 협상들이 자기들에게 불리하게 되니 이제는 입장을 바꿔 과거의 잘못된(불륜) 정책이 이제는 올바르고 유익한 정책과 협상으로 변하여 국가의 권익과 국민들의 삶의 소득을 높이고 유지하기위하여 로맨스가 돼버렸다.
지난 8월 27일자 한국의 신문기사에 보면 청와대의 참모들, 재산공개대상자 15명중에 그 절반이 넘는 8명이 집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은 청와대의 참모들은 부동산도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비판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 참모들의 재산신고 내역이 가관이다. 어떻게 부동산대책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무장관은 말하기를 “불필요한 부동산은 팔아야할 것”이라고 장담을 하며 그에 대한 척결을 장담했지만, 가재는 게 편이라고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면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일제히 부동산 척결을 말로만 떠들게 아니라 청와대부터 솔선하여 모범을 보이라고 일침을 가하며 성의 있는 행동으로 실천에 옮길 것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나 현재의 정국(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정권)에서 여야 공히 두드러진 현상이 내로남불 공세다. 여야의 위치가 서로 바뀌자 과거와는 정 반대의 논리와 주장으로 상대를 공격하며 자신들만 옳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정권교체가 거듭되며 한국의 정치가 조금이라도 발전하려면 뻔뻔한 “내로남불”이 아니라 역지사지의 자세로 상대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키워야한다. 말로만 외치는 협치도 그래야 실질적으로 가능해진다. 내가 보기에 뒤 꼬인 정국을 원만하게 이끌 1차적인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원칙만 앞세울게 아니라 보다 낮은 자세로 넓은 소맷자락을 펼치는 정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은 한국의 정치무대를 비유하여 “내로남불”의 얘기를 했는데, 우리들이 세상을 살다보면 별의 별가지 일들의 “내로남불”의 사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내가 차에 타고 있을 때는 앞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에게 늦게 건너간다고 욕을 하고, 나 자신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어느 운전자가 나를 보고 늦게 건너간다고 빵빵대면 그 운전자를 이해심도 없다고 욕을 해댄다. 앞의 차 운전자가 천천히 운전을 하면 소심운전자고, 내가 차를 천천히 몰면 안전운전이다. 남의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아내에게 쥐어사는 공처가이고, 내 남편이 설거지를 하면 애처가다. 며느리는 남편인 내 아들에게 쥐어 살아야하고, 내 딸은 남편인 사위를 휘어잡고 살아야한다. 사위가 처가에 자주 오는 일은 당연한 일이고, 내 아들이 처가에 자주 가는 일은 줏대 없는 일이다. 남의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버르장머리 없는 짓이고, 내 자식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은 자기의 주장이 뚜렷한 것이다. 스스로 높아진 자아는 가족이나 이웃, 친척, 지인들에게 끊임없는 갈등을 양산해 낸다.
어느 가정의 얘기다. 부엌과 베란다사이 문지방위에 물컵이 놓여있었다. 아내가 미쳐 물컵을 보지 못해 발로 차는 바람에 컵이 깨져버렸다. 그걸 보고 있던 남편이 소리를 지르며 호통을 친다. “아니 바닥에 있는 물건도 못보고 다녀? 눈을 어디다두고 무슨 여자가 그렇게 덜렁대? 좀 조심을 하지” 그 일이 있은 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동일한 장소에 또 그 물컵이 놓여있었다. 이번에는 남편이 문지방을 넘다가 물컵을 깨트렸다. 그런데 남편이 아내에게 호통을 친다. “아니 물건하나도 제대로 정리를 못해? 물컵이 문지방에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썼으면 그때그때 제자리에 두어야지. 여편네가 왜 그리 칠칠맞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세상을 살다보면 벼라별 일들이 다 많다. 정말로 세상은 요지경속이다. 나의 탓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남의 탓이며, 잘된 것만이 나의 탓이고 나의 덕이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