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기행문> 가을 구경, 힐링 여행(4)

<김명열기행문> 가을 구경, 힐링 여행(4)

망중한인(忙中閑人)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우선 망중한은, 바쁜 가운데서도 한가로운 때를 의미한다. 따라서 망중한인은 자신의 분주한 일과 속에서도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며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 이런 사람을 두고 지혜 있는 사람, 세상을 멋있게 사는 사람, 자기만의 인생을 즐기는 사람, 등으로 표현하며 모두들 그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부러워할 사항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마음을 먹고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면 그렇게 어렵거나 부러워할 일이 전혀 아니다.
한자어로 바쁠 망(忙)은, 마음 심(心)에 없을 망(忙), 즉 마음을 잃었다는 의미이다. 바쁘고 분주하게 사느라 정작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세상은 모두들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10대들은 공부하느라고 바쁘고, 20대는 스펙을 쌓고 취업 준비하느라 바쁘고, 30대는 돈 벌기위해 열심히 일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며, 40대는 가족을 부양하고 애들 교육시키느라 앞뒤 가리지 못하고 바쁘며, 50대는 얼마 후에 다가올 은퇴준비, 노후생활의 준비에 뼈골이 빠져 나갈 정도로 바쁘기만 하다.
이렇게 세상은 자꾸만 바쁜게 좋은 거다. 그리고 세상의 풍속은‘젊을 때는 바쁜게 당연하다.’라고 세뇌시킨다. 세상의 범부들은 개미가 옳고 베짱이는 틀렸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열심히 살았으면 이제는 좀 쉬엄쉬엄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시카고만 가면 나는 금세 피곤해지곤 한다. 전에 이곳 탬파로 은퇴하여 이사를 오기 전 어언 40년을 시카고에 살면서 그곳은 나의 제2의 고향이고 내가 처음 미국 땅에 와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그곳, 그곳에 살고 있을 때는 그것을 못 느끼고 살았었는데, 북적대는 그곳을 떠나 탬파의 교외 조용한 동네 바닷가에서 한가하고 평화롭게 지내다가 가끔씩 시카고 다운타운의 내 집, 빌딩숲으로 둘러싸인 고층 콘도 속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생겨나고 피곤함과 나른함이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온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 먹고 나의 기(氣)도 살릴 겸 바람도 쐴 겸해서 테네시주, 켄터키주, 인디애나주등의 농촌과 자연동산을 둘러보고 구경하며 심신을 가을 풍광으로 채워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가끔씩 평화롭고 한가로운 시골길을 걷다보면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을 안기며 나의 마음에 평화와 푸근함을 선물해주곤 했었다. 사람들 많은 시끌법적한 관광지보다는 이름 없는 소소한 풍경에 감동을 받았을 때가 참으로 많았었다. 어렸을 때는 시골에서 살다보니 자연의 풍경보다는 복잡하고 불빛 휘황한 도회지를 동경하며 선호했는데, 이제는 평화롭고 한가로운 시골이나 자연적인 전원풍경이 좋은 것을 보니 아마도 내가 나이를 먹어도 좀은 먹은 듯 싶다.
어느 여행 잡지에서 얻어들은 정보와 소식에 의하면 미국인구의 3억여명중에 그중 48.5%정도가 여행을 즐기고(작년2016년) 다녀왔다는 통계를 보았다. 적어도 미국의 인구 절반정도가 매년 이렇게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다. 요즘세상은 힐링이 필요한 사회라고들 말을 한다. 즉 그것은 현대사회가 수많은 장애물과 삶의 고통으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우리의 영혼을 다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혼의 치유를 위해 여행을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행에는 어느 정도 현실에서의 도피욕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유독 스트레스가 심한 현대사회에서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을 여행을 통하여 충족시키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떤 곳에 가서 어떤 체험을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가 않다. 그저 현실을 탈피해 훌쩍 떠난다는 것,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여행을 하려면 가장먼저 여행에 소요되는 경비와 금전적 지출에 대한 예산과 계획을 잘 세워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돈의 지출이 아까워서 본전 생각을 한다면 그 여행은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가 없다. 즉 본전생각을 버려야한다. 본전생각이 나는 순간 경제활동이 된다.
여행은 여가활동이 돼야 하는 건데 경제 활동하러 여행을 가는 건 아니다. 여가는 버리고 파괴하고 소비하는 것이다. 여행은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새로운 세계, 색다른 풍물과 환경, 이색적인 풍습 등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자신의 삶에 접목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행기간을 통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여유롭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서 여행의 기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에 펼쳐지는 갖가지의 일들이 항상 마음속에 그리움과 추억 속에서 재도전의 정신으로 채워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의미이며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의 이번여행은 테네시주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테네시주는 지난번에도 자동차로 여러번 여행하면서 스모키마운틴을 비롯한, 아팔라치아산맥 일대의 여러 주립공원과 호수, 동굴등을 관광하고 둘러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남부쪽보다는 북부쪽을 둘러보고 관광하기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테네시주의 주도(州都)는 내쉬빌이다. 테네시주는 아팔라치아 산맥일대에서 동서방향으로 펼쳐져있으며, 켄터키,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바마, 미시시피, 아칸소, 미주리등의 8개주에 둘러싸여있다. 동쪽에는 산이 많지만 중부에는 구릉성 산지가, 서쪽에는 평야가 펼쳐져있다. 주의 중심부는 테네시강 유역에 속한다. 이곳은 원래 인디언의 땅이었으나 1541년 H, 데소토가 최초의 탐험가로서 이곳으로 들어온 이후 점차 개혁이 진행되면서 1796년 주로 승격되었다. 오랫동안 뒤떨어진 농업주(州)였으나 뉴딜정책이 실시된 이래 TVA(테네시강 유역 개발계획)에 의한 지역 종합개발계획이 추진되어 지금은 공업이 주요산업이 되었다. 화학, 식품가공, 섬유, 제지, 요업, 전기 기기, 금속, 가구 등등 각종 공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광업 또한 중요한 산업인데, 특히 아연과 황철광은 미국 제1의 산출량을 자랑한다.
밀, 옥수수, 잎담배, 재배 외에 낙농이나 목축업이 이루어지고 임업도 활발하다. 최근 들어서는 관광개발에도 주력하고 있으며, 스모키 마운틴국립공원을 비롯한 각종 관광지의 산업을 육성화 시키고 개발 및 보호, 홍보하여 연중 내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 주요 도시로는 멤피스, 차타누가, 녹스빌, 내쉬빌, 잭슨 등의 큰 도시가 있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94/201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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