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 50> 마야(Maya) 여행 <7>

 

<김명열 기행문 50> 마야(Maya) 여행 <7>

고대 마야문명

식민지시절의 Chichen Itza의 유적은 간간히 선교사들의 관심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한동안 잊혀졌던 이곳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 당시 유카탄은 멕시코에서 벗어나 독립국가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미국과 국교를 맺고 있었다.

이곳에 영사로 발령받은 에드워드 톰슨은 이 지역을 자비로 사들였고, 곧이어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그가 왜 이 오지나 다름없는 유카탄에 영사로 오기를 자원했는지를 빤히 보이는 대목이다. 최대의 발굴성과는 우물에서 건져낸 각종 유물들이었다. 그 유물들을 통해 세노테라는 우물의 정체와 마야인의 종교관, 생활상, 문화수준 등이 세밀하게 연구 조사되었다. 그의 발굴조사 사업은 카네기재단으로 이전되어 연구사업은 보다 진일보한 형태를 띄게 되었다. 보다 체계적이고 보다 학술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멕시코혁명이후 수립된 정권에서는 에드워드 톰슨의 연구행각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급기야 에드워드 톰슨을 문화재 절도혐의로 구속수사를 미국정부에 요청하였다. 그러나 톰슨은 이미 미국으로 들어간 뒤였고, 미국은 구속수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톰슨의 혐의는 1944년에 멕시코대법원에서 무혐의판결을 받으면서 종결되었다. 모종의 타협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 후손들은 치첸잍자의 소유권을 멕시코 문화재관리국으로 완전 이전하는데 합의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치첸잍자가 세계사적 유물로 조명받게된 것은 내셔날지오그래픽의 역할이 가장 컸다. 1961년부터 다루기 시작한 기사와 논문들로 인해 치첸잍자의 유명세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로 들어오면서 또다시 대규모 발굴사업이 진행되어 피라미드의 비밀은 또 한꺼플 벗겨지게 되었고, 경내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재정비되었다.

옛날의 마야인들은 샤머니즘이면서도 토템이즘이 섞여있는 신앙관을 가지고 있었다. 샤머니즘은 주로 제사의식에, 토템적 신앙을 주로 일상생활에 적용했다. 토템이라면 숭배대상인 동물을 등장시켜야한다. 현존하는 생물도 등장하지만 신화적 또는 상상의 동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야인들이 가장 즐겨 사용한 토템은 뱀, 독수리, 그리고 쿠가 표범이었다. 이런 동물들은 주로 밀림에서 관찰되는 동물들이다. 그런데 이 뱀은 실존의 뱀이 아니라 신화적 형태를 띄고 있었다. 말이 뱀이지 돌에 새겨진 것을 자세히 보면 그것은 용, 또는 기린에 해당하는 동물이었다. 신화적 성격을 띈 동물로는 코끼리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배워온 지식을 총 동원 해 보아도 중남미지역에 코끼리가 살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인데, 아마도 맘모스를 형상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맘모스는 후기 빙하기에 지구상에서 멸절한 포유류다. 빙하기 후반기에 마야인들이 존재했을 리는 만무이고, 그것이 수수께끼다. 맘모스의 화석은 지금도 시베리아에서만 발견된다. 그렇다면 마야인들은 그 옛날 몽고리안이 그 맘모스의 화석을 기억하고 이곳까지 내려와서 상상력을 집중해 새겨 넣은 것이 아닌가 추측도 된다.

이제 끝마무리로, Yucatan 반도는 곳곳마다 흥미로운 볼거리와 풍성한 정글이 펼쳐져있는 재미있는 곳이면서 인류역사상 가장 정교한 문화를 보여주는 문명들중 하나인 마야문명이 자리 잡았던 지역이다. 별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관찰하고 지구의 사이클과의 관계를 찾고자 탐구했던 훌륭한 과학자들, 정교한 건축가들, 철저했던 수학자들과 빼어난 재능을 선보였던 예술가들에 이르기까지 마야문명은 천재들의 지혜를 멕시코남부의 유카탄주, Campeche주, Quintana주 Roo주, Tabasco주, 그리고 Chiapas주를 포괄하는 지역이 잉태하였다. 고대 마야세계는 높은 사원들을 많이 건축했다. 건축가들은 이 사원들의 정면에 신들의 얼굴을 새겼다.

이들의 감독하에 마야인들은 빗물을 저장하고 심지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조화로운 도시를 건설하였다. 이들은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지식들을 탐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과학을 연구하기도 했다. 그 오랜 옛날에 이미 마야인들은 상당히 정확한 달력을 개발하여 사람들의 일상을 정확히 관리하고 농사를 짓고 심지어는 군사적 용도로도 이용했다.

이상으로써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마야문명의 역사적 유적지를 비롯한 캐리비안 일대 인접국의 크루즈여행 기행문을 끝마치기로 하겠다. 우리는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고 알게 되고 느끼게 되며 새로운 정보와 삶의 지혜도 터득하게 된다. 나 같은 사람의 경우, 글을 쓸 때 평소에 지니고 있는 기억력이나 지식, 정보, 상식, 그리고 상상력만으로는 어느 순간 한계가 온다.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는 애시당초 상상력조차 나올 수가 없다. 이 상상력이라고 하는 것도 기본적인 지식이나 경험, 능력, 정보, 소질 등등의 어떤 바탕이 있어야한다. 그것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바탕이 될 수 있고, 책을 많이 읽은데서 얻은 견문, 또한 옛날 고전에서 읽은 책의 글귀가 될 수 있으며, 세상을 살아오면서 부딪치고 겪게되는 삶의 체험에서도 얻어질 수 있고, 이렇게 여행을 통하여서 얻어지는 느낌일수도 있다.

그런데 여행을 통하여 꼭 얻어지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잃는 것도 많다. 그것은 바로 시간과 돈이다. 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즐기려면 또한 돈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아까운 사람은 머릿속에서 손익 계산서를 작성하고 마이너스, 플러스를 재어본다. 그런 사람은 아예 여행을 할 생각을 말고 그냥 집안에 눌러앉아 그 돈과 비용으로 맛있는 것이나 사먹고 즐기고 놀면 된다.

이렇게 여행은 아무나 하지를 못한다. 언제나 강조하여 말하듯이 여행은 가슴 떨릴때 하는 것이지 다리 떨릴 때는 하고 싶어도 못한다. 내가 잘 아는 지인, C씨는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회사의 회장이다. 젊을 때 무척이나 고생을 했고, 근검절약 속에 자수성가를 이뤄 오늘날의 부를 쌓게 되고 잘 살게 되었다. 그의 나이 78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일속에 묻혀 휴일도 없이 열심히 일하며 오늘날의 기업가가 되었는데, 이제는 기업에서 손을 떼고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고 집에서 쉬고 있다. 그런데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가게 되는 신세가 되었다. 심한 관절염과 허리통증으로 1백미터도 걸을 수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었다. 돈은 몇백억을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지만, 그 돈을 쓸데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가게 되었다고 하소연하며 지난날 쉬지도 못하고 여가도 즐기지 못하며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한마디로 여행은 삶의 충전제이다. 자신을 새롭게 돌아볼 수 있고, 나만의 사고와 관찰력으로 세상을 궤뚫어 본다는 것, 그것이 곧 보고 느끼고 얻는 것이다. 단조롭고 기계적인 틀에 박힌 생활 속에 훌쩍 배낭하나 걸머메고 먼 타향이나 타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 지인끼리 자동차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이제껏 각 지방, 다른 나라, 관광지 및 여행지를 다니면서 그곳들의 모습과 풍경들을 주재로 기행문과 글을 써 올렸다. 횟수로는 이번을 끝으로 50회가되며 1년이 넘게 게재해 올렸다. 그동안 나의 기행문을 읽고 내가 다녀온 곳을 여행하신 독자들이 참으로 많이 계신다. 멀리는 사우스 다코다의 러쉬모어 대통령조각상을 비롯해 그곳의 주변 관광지, 그리고 가깝게는 조지아의 주립공원, 테네시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경계선에 있는 스모키 마운틴, 테네시 주의 Lost Sea의 지하 동굴 등은 독자들께서 가장 많이 찾은 여행지이다. 이번 가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쪼록 나의 기행문이 여러분들의 여행에 도움이 되고 참고가 되었다니 보람을 느낀다.

여행은 여유가 있고 시간이 남아서 가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이 그것을 만들고 계획하여 그 속에서 나의 삶과 인생을 조화시켜 즐기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 흥미로운 생활, 처음 보는 풍물, 경이로운 자연, 그 속에 어우러지고 달구어진 사람들의 진솔한 인간성과 사람냄새,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배움이고 삶의 철학이며 상생(想生)의 연속이다.

이제껏 기행문을 게재하며, 글을 읽고 독후감이나 이메일을 보내주신 수많은 애독자와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저의 칼럼이나 기행문, 기타 신문에 게재하는 저의 모든 글들을 애독하여주시는 애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려드린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myongyul@gmail.com   <1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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