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꽃을 바라보며………….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우리들의 조국, 한국에서는 5월 중순경이 되면 종류도 다양한 각종색깔의 장미들이 아름답게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계절의 여왕인 5월과 꽃의 여왕인 장미가 함께 공존하는 달이기도하다. 한국은 5월 중순 경이 되면 장미의 달이라는 말에 걸맞게 장미꽃이 피어나 절정에 다란다. 이 장미꽃은 지방과 온도, 기후의 변화에 따라서 꽃의 개화시기가 천차만별 이다.
일 년, 4계절 꽃이 피어나고 온화한 아열대성 기후에 속하는 플로리다의 탬파지역은, 북쪽의 추운겨울인 1, 2월달에도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런가하면 겨울이 길고 추운지방에 속하는 시카고지역은 6월 초순이 되어야 장미꽃의 개화가 피크를 이룬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지구의 위도에 따라서 꽃의 분포나 개화기도 차이를 두고 피어나고 있다. 그러나 꽃이 피어난 장소나 지방, 나라는 달라도 그 요염하고 정열적이며 아름다운자태의 그 모습은 모두가 대동소이하다.
여름의 문턱으로 성큼 들어선 이 6월에는 세계의 어느 곳에서나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꽃을 볼 수 있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뜨거운 열정을 나타내는 붉은 장미, 장미꽃의 주 향기인 ‘페닐에칠알콜’이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고 감상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붉은 장미꽃을 받쳐 주나보다. 그리고 세계적인 유명한 시인이나 문학가들은 이 아름다운 장미를 그들의 시와 문학에서 가장 즐겨 사용하던, 가장 시적이고 문학적인 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바로 장미꽃일 것이다. 장미꽃은 세계의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든지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결코 흔해빠진 꽃이 아니며,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꽃이지만 꽃의 내력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꽃이 또한 장미이기도 하다. 장미꽃은 여러 나라와 민족들의 문명뿐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문화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장미는 인류의문명이 시작된 이후부터 꽃들의 대표로 여겨져 왔다. 그러한 까닭에 이 장미꽃만큼 신화적인 의미가 풍성한 꽃도 없다. 지금까지의 사실에 비추어 볼 것 같으면, 시와 문학, 소설, 그리고 노래에 이르기까지 장미꽃(Rose)보다 많이 사용된 꽃은 없었다. 부족한 나 같은 사람도 장미꽃을 주제로, 젊은 시절에는 시를, 나이가 들면서는 문학적인 측면에 글을 쓰면서 이 장미꽃을 문장의 소재로 많이 등장시켰다.
장미꽃은 그 아름다움과 향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관상용과 향료(향수)로 재배되어 사용해 왔으며, 장미는 잼(Jam)이나 젤리(Jelly), 혹은 Tea와 같은 식용이나 음료로도 사용되었으며, 중국에서는 의약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장미는 영어권에서 사람의 성(性)과 이름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기도 한다. 현재 세계에 분포되고 재배되고 있는 장미의 종류는 약 1백여 종이 넘으며 해마다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장미꽃의 색깔은 붉은색, 분홍색, 주황색, 파랑, 노랑, 흰색, 보라색, 녹색등이 있으며, 장미꽃 말은 장미꽃의 색깔마다 다르다. 노란색은 우정과 영원한 사랑, 빨강은 열렬한 사랑, 흰색은 순결과 청순을 상징한다.
장미는 그리스, 로마시대 이전부터 사랑과 미의 여신에게 바쳐진 꽃이었는데 이것이 후에 천주교에서 성모마리아 숭배가 시작되면서 장미는 마리아에게 바치는 꽃이 되었고, 유명한 화가들이 성모마리아상을 그릴때 장미꽃을 함께 그려 넣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화가들이 성모 마리아와 함께 하얀 장미꽃을 그림에 그려 넣을 때 이것의 의미는 성모마리아의 깨끗한 순결과 영적인 사랑을 표시하기 위함이다.
장미꽃은 사람들에게 가장 기쁨의 날인 결혼식과 가장 슬픔의 날인 장례식에 동시에 사용되는 유일한 꽃이기도 하다. 장미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때나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 장미를 바치기도 한다.
우리나라(한국)의 나무 중에서도 장미과(果)가 가장 많다. 매실나무, 살구나무, 배나무, 앵두나무, 벚나무, 모과나무, 명자나무, 복사나무 등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사람들에게 따듯한 봄을 선사하는 나무들이 대부분 장미과다. 장미하고는 꽃모양이나 나무의 생김새가 전혀 다른데도 이렇게 장미과로 뭉뚱구려서 엮어놓은 내면에는 아마도 한국 사람들 역시 장미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이런 나무들에게도 연민의정을 못 잊어 장미과로 이름 지어 부르나보다.
지난 5월에 한국은 대통령선거를 치렀다. 장미의 계절 5월달에 선거를 치르다 보니 언론기관에서는 이번의 대통령선거를 ‘장미대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겉으로 나타난 좌파와 우파간의 대결 양상을 띄었던 이번의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사랑을 상징하는 장미처럼, 이번에 대통령이 된 문재인대통령은, 국민들간에 서로 사상과 이념으로 싸우는 불화의 사회를 만들지 말고 서로가 한몸과 한마음이 되어 사랑하는, 아름다운 장미꽃의 향기처럼 그윽한 사랑의 통치철학이 담긴 훌륭한 대통령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고 우아하게 폼내고 서있는 소나무숲길을 지나 산책을 마치고 동네로 들어오니 어느 누군가의 집 앞 화단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장미꽃이 질펀하게 널려 피어있다. 아침이슬을 함초롬히 맞고 각종의 색깔로 싱그럽게 피어난 모습에 매료되어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허구 많은 꽃 중에 ‘여왕’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보드라운 겉 꽃잎이 속 꽃잎을 살포시 감싸며 꽃잎 끝을 뒤로 살짝 젖혀 겹겹이 피어난 한송이 장미의 우아하고 매혹적인 자태는 감히 어떤 꽃도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움이며 아주 은은하면서도 기품 있는 그 상큼한 향기 또한 어느 꽃도 넘보지 못한 고고한 향이다. 6월의 아침을 수놓고 있는 장미로 하여 이 아침은 더욱 싱그럽고 화려하다. 장미는 가시가 있기에 자신을 지켜낼 줄 안다. 누구도 만만하게 보지 못하는 도도한 아름다움이다. 결코 허술하지 않으며 헤프지 않아서 더 귀한 꽃이다. 정절을 지키는 고고함이 더욱 품위가 있다.
시인 릴케는 장미가시에 찔려서 죽었다고 한다. 1926년 9월 어느 날 이집트출신의 젊고 예쁜 여인이 멋진 차를 타고 그의 성으로 왔다. 릴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를 만나고 그녀가 떠나려할 때, 릴케는 그녀에게 주려고 서둘러 장미꽃 몇송이를 꺾다가 그만 가시에 찔리고 말았다. 그 찔린 상처부위가 덧나서 글을 쓸수가 없게 되었다. 그것이 패혈증으로 발전하여 12월29일 51세로 릴케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실 릴케는 백혈병 때문에 죽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후세 사람들은 릴케이 장미가시에 찔려 그 상처가 곪아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 것이 더 낭만적이라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장미는 시인을 찔렀지만 릴케 때문에 더 이름이 났는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장미 가시 때문에 릴케이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릴케이 찔려죽었다는 그 장미의 가시를 만지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6월의 하늘은 마냥 푸르기만 하다.
릴케이 아름다운 여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가시에 찔려가며 꺾었던 그 아름다운 장미꽃이 지금 나의 손끝에서 나를 유혹하고 있다. myongyul@gmail.com <1075/06/21/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