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망중한(忙中閑)을 갖는 삶의 여유
분, 초 단위를 쪼개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생활 속에서 여유를 갖고 싶어도 그럴만한 시간이 부족하다.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며 쫓기듯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바쁘기만 하다면, 어찌 생각해보면 그것은 오히려 내 삶의 빨간불의 적신호일지도 모른다. 빨간불이 들어오면 세상의 모든 기기들은 위급상황이나 위험상황이 닥쳐왔음을 알리고 경고해주는 싸인이다. 우리(내)삶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면, 일상의 급한일을 하느라고 정작 중요한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내용을 채우기 위해 생각을 벼르고 심신을 준비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을 다 써버렸다는 신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위급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언제나 내 마음에 여유를 갖고 공간을 만들며 살아가야한다.
즉 삶의 여유와 심신의 충전을 위해서 때에 따라서는 망중한을 즐기고 가져보자는 얘기다.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하루하루를 너무나 바쁘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바쁘다보니 분 단위로까지 시간을 쪼개어 사용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것 자체도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느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하루 삼시세끼 식사를 하는 것조차도 쉬운 일이 아닌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친 몸을 침대에 뉘이면 이내 골아 떨어지고, 시간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금세 아침이 되어 허둥지둥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하고 출근을 서두른다. 이러다보니 아예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빵조각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점심식사도 햄버거나 샌드위치, 또는 김밥, 라면 등으로 적당히 때운다. 이러한 식생활이 거듭되다보니 각종 질병이 생겨나고 스트레스가 쌓이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계적인생활에 우울증마저 생겨난다.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시간에 쫓기며 사는 현대인들의 필연적인 결과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옛 시절, 먹거리가 부족하여 굶기를 밥 먹듯이 했던 우리의 선대들이 겨우겨우 목숨만 연명하며 넘어온 보릿고개가 바로 지금의 계절이다. 추곡양식을 보관하던 곳간은 텅텅 비고 보리가 여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만 하는 4~5월경, 허기를 면하려고 풀뿌리를 캐어 삶아먹고 소나무껍질을 벗겨 말려서 가루를 내어 떡을 만들어먹던, 그야말로 속된말로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막연히 그저 ‘얼마나 많이 음식을 먹었기에 항문이 찢어질 정도였을까?’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속담의 참뜻은 그것이 아니다.
소나무껍질 가루로 만든 송기떡으로 계속 허기진 배를 채웠으니 배변이 제대로 잘 될 리가 없었다. 즉 심한 변비현상으로 인해 정상적인 통변이 불가능하여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눈물겨운 사연이 이 말속에 숨어있음을 알아야한다. 그래도 옛날의 농경사회에서는 위장병이나 우울증환자가 많지 않았었다. 온몸 전신을 움직여 농사를 짓고 일을 하다 보니 그것이 곧 운동이 되고, 복잡한 업무나 인간관계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를 거치고 오늘날의 최첨단 창조사회로 진입한 현대인들은 과거와는 사정이 다르다. 직장에서는 온 신경을 곤두세워 일을 해야 하므로 정신적인 여유를 갖기가 힘들고, 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회식과 음주를 하는 횟수가 잦아진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식생활과 강도 높은 업무일, 사내에서의 경쟁적인 조직문화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고조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긴장과 경쟁심을 해소하려고 음주와 흡연을 자주 하다보면 쉴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갖기가 힘들고, 그러므로 건강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공장의 기계도 계속해서 돌리면 고장이 나기 마련인데 하물며 사람이라고 여기에서 예외일수는 없다.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장시간 여유를 갖기란 사실상 너무나 힘이든 일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선조들이 행한 망중한(忙中閑)의 지혜가 요구된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조금씩의 틈은 있다. 자투리시간을 활용해 정신적인 피로를 풀어야한다. 잠간동안 명상을 하거나 가벼운 신체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망중한인(忙中閑人)이란 말이 있다. 이 뜻은, 망중한인은 자신의 분주한 일과 속에서도 한가롭게 여유를 부리며 즐기는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소중한 것들을 이미 많이 갖고 있음에도 그것을 모르고 생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에 매몰돼 심신의 밭이 황폐된 사실조차 깨닫지도 못한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틈틈이 망중한의 호미와 삽을 들고 내 마음의 밭을 뒤덮고 있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이란 잡초를 제거해 나아가야만 한다. 얼마 전의 뉴스에서도 봤듯이, 우울증을 앓고 있던 유명인이 자살을 한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아무리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현대인들이지만 그것에 상응하는 정신세계가 채워지지 못한다면 공허한 마음만 더 커질 뿐이다. 긴장이나 급박함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고 지치고 힘에 부친 심신에 생기를 불어넣는 망중한이야말로 나의생활에 활력을 되찾는 소중한 일이다.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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