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김정일이 만든 자살행진곡
김정일이가 죽기를 결심했나. 아니 그럴 리 없다. 그는 몇 백만 아닌 몇 천만이 굶어죽어도 저 하나는 살고 싶어 할 못 말릴 인간이다. 그런데 평양하늘에 울려 퍼지는 광란의 자살행진곡은 뭔가! 그 광란극의 실체를 보여주듯 지금 옹진반도에는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으며 그리고 다른 불길한 징조도 나타났다. 파선(破船)직전의 배에서 쥐들이 그러하듯 이상하게 빠져나가는 중국 어선들의 모습이다.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중국정부가 취한 것인지는 몰라도 중국 어선들의 어로작업이 연평도 근해에서 일체 모습을 감추었다. “뭔가 터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서일까.
그리고 함경도에 위치한 대포동 2호 미사일기지는 발사준비 과정이 이상하리만치 연일 군사기밀상의 비밀유지가 아닌 지상에 공공연히 보도된다. 그리고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공갈 성 엄포도 점차 수위를 높이며 한국의 최전방기지인 백령도 쪽을 향해선 북괴 해안포가 총구를 진지 밖으로 노출시키면서 포신(砲身)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슨상님(?)이 통치하던 시대처럼 녹녹치 않다. 한국해군의 손발을 묶어놓고 쏘고 싶은 대로 쏘고 가시라던 그때 그 시절은 옛날이다. “서해침범만 해봐라 일전불사다”라는 국방장관의 말이다. 미국의 입장도 단호하다. 김정일의 착각을 일깨워 주는 다양한 성명도 이어져 나온다. 오히려 부시 때 보다 더 강한 미국의 대북정책 말이다. 미 국방장관도 “어디 대포동 2호 한번 쏴 올려봐라 한방에 작살내고 말 것”이라며 미국의 미사일요격체제와 능력을 보여주는 훌륭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자신만만이다. 미국은 미사일격추에 관한 신무기를 개발해 놓고도 시험용 타켓을 물색하던 중이 아닌가!
그리고 국무장관 힐러리도 아세아 4개국 순방길에 앞서 가진 회견에서 김정일의 착각에 뜨끔한 일침을 가했다. “북한의 무조건 완전 핵 폐기가 없는 한 미국의 에너지 경제 달러 등 그 어떤 지원도 있을 수 없다”고 오바마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에 변화 없음을 강조하면서 최근에 부쩍 늘어난 북한의 대남 위협 발언을 두고도 “그런 발언을 해서 안 될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강한 톤으로 경고했다. 그래서 오바마를 잘못 보고 설친 김정일의 핵보유국인정이나 그에 유사한 대우를 따내기 위한 무식하고 서툰 작전은 엄청 빗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3대 세습을 이루어 내려면 단결과 내부결속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다. 그에 대한 사전포석용이 바로 이번 전쟁놀이를 획책한 동기 중에 하나다. 최근에 있었던 군부인사에서도 군부반란이나 기타 소요가 있을 때 즉각 진압하는 부대인 평양방어사령부의 사령관이자 심복인 리영희를 참모총장에 임명했으며 후계자로 지목되는 셋째 아들의 사진도 슬슬 띄운다. 국지전이라도 벌려서 시끌버끌한 전쟁분위기 속에 속전속결로 후계자문제를 해치우려는 김정일의 속셈이 이번 긴장국면 조성의 핵심 배경이다.
북한의 실정은 이제 전쟁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는 김정일의 정권연장은 어렵다. 겁만 주면 돈주고 물자 대주던 남한정부도 이젠 아니다. 조건 없이 퍼주고 굽실거리며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대북정책에 원칙을 강조하는 이명박정권에 대한 앵벌이로써의 기대난망의 이유다. 오바마에 대한 짝사랑도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몸은 기쁨조들 마저 돌아누울 정도로 가버렸다. 이제 절체절명의 지상과제인 3대세습의 꿈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릴 여유가 없다는 판단에서 그는 위험한 전쟁놀이를 결심하고 칼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평양하늘에 울려 퍼지는 장송곡에 다름없는 김정일 작곡 작사의 그 자살행진곡 말이다. kwd70@hotmail.com <676/200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