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염병하네!”

<목회자칼럼> “염병하네!”

김호진 목사 / 올랜도연합감리교회 담임

“염병하네!” 오랜만에 듣는 구수한 욕입니다. 대한민국을 여전히 흔들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의 주인공이 특검에 출석하면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며 고래고래 고성을 지르자 옆에 있던 60대 여성 미화원 임모 씨가 일갈한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염병하네”가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부는 “시민의 분노를 정확하게 표출한 단어다”, “특검 청소 아주머니는 특검처럼 남다르다”는 폭발적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공중파 방송에서 말 한마디로 스타 됐습니다. 

염병의 사전적 의미를 보니 장티푸스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그 옛날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던 장티푸스 전염병. 그러니 이대로 해석하면 ‘염병한다’는 ‘장티푸스 걸렸네’, 좀 더 확대해보면 ‘전염병 걸려서 정상이 아니다.’ 라는 의미가 될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주의를 짓밟은 장본인이 민주주의를 주창하는 것이 정상은 아닌듯합니다. 

어렸을 때 외가 쪽이 전라도 분들이어서 원치 않게 ‘염병’이란 단어를 자주 들었습니다. 친척들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 간에 염병하네 하길래 어린 마음에 참 이상한 집이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말이 욕이라기보다는 토속적 통속어입니다. 친한 식구들이나 친구들끼리 말하다가 익살스러운 추임새로 사용하는듯했습니다. 심지어 상대방의 말이 너무 맘에 드는 데 좋다고 말하기가 뭐할 때도 넌지시 ‘염병하네’ 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게 욕인지, 일종의 추임새인지, 아니면 좋다는 말의 반어적 표현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대화 속에서 그 사람의 감정과 표정을 읽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특검에서 일하시는 그 아주머니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여러분들이 판단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미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습니다. 여전히 대통령 선거로 인한 분열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전 세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하여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선포되고 곧이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탈퇴를 공식으로 선언했습니다. 몇 일 전 소위 말하는 ‘트럼프 장성’을 멕시코 국경에 설치하기로 하였습니다. 무려 3,144km에 달하는 ‘미국판 만리장성(Great Wall)’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대략 80억 달러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 1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제껏 ‘불법 체류자 보호 도시’(Sanctuary cities)에 대하여서도 새로운 이민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연방정부 지원이 중단될 것입니다. 취임 후 불과 며칠 만에 엄청난 속도와 위력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결국 이번 주 ‘초강경 반이민 정책’에 사달이 났습니다.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잠재적 테러 위험이 있는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과 비자발급이 중단되고, 일부 항공사에서 미국행 발권이 중단되는가 하면, 뉴욕 JFK 국제공항 등에서는 난민 등이 억류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테러리스트의 미국 잠입을 차단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미국에 가족과 생활근거지들 둔 무슬림 국가 출신 영주권자까지도 입국 제한 리스트에 오르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향해 내뱉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상상해 보게 됩니다. 한마디로 ‘염병하네!’ 아닐까. 이게 욕일지, 추임새인지 아니면 매우 좋다는 긍정의 의미일지는 여러분들이 판단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미국의 아름다움은 자유, 평등, 다양성, 민주주의, 이민자의 나라입니다. 선거에서 누구를 향해 투표했던 그 결과에 승복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적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주기를 여전히 바라고 희망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까요? 바로 견제와 균형입니다. 시민권 받을 때 배웠습니다. ‘Checks and Balances(견제와 균형)’ 한 사람이나 기관의 독주를 견제(Check) 하여 균형(Balance)을 이루는 것이 이 나라의 위대함입니다. 이것을 잃어버린 결과 떠나온 조국 대한민국이 지금의 혼란과 아픔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사법기관의 견제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5개 주와 워싱턴 DC 법무장관들이 초강경 반이민 행정명령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보스턴의 한 연방 판사는 로건국제공항에 억류 중인 이란 출신 매사추세츠 대학 교수 2명을 풀어 주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워싱턴 주의 시애틀에서도 연방 판사가 2명의 추방을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고, 뉴욕 주 브루클린 연방 판사도 구금된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의 송환을 금지하는 긴급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들의 판결에 대한 찬반은 여러분의 판단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법부가 대통령에게 “No” 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로, 기업들의 견제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에게 “No”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간 전 세계에서 난민 1만 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퇴임하는 레임덕 대통령이 아니라 지금 막 취임한 살아있는 권력의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기업이 대통령께 당당히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경유착의 고리 속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줄 서기 하는 부패의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셋째로, 정부의 공직자들도 양심에 따른 목소리를 냅니다. 샐리 예이츠 법무부 장관 대행은 법무부 직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는 (무슬림 국가 출신자들의 입국 제한을 규정한) 행정명령의 변호가 우리들의 책임에 부합하는지, 또 적법한지 확신할 수 없다.” 시민들이 제기한 행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법무부가 정부를 변호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그녀를 해임했습니다. 리얼리티 쇼에 나온 유명한 명대사 “You are fired!” 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조직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막는 데에 앞장서는 비양심적 공직자의 모습과 상반되는 모습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어떤 소리를 내야 하는지요? 어렵다면 어렵겠고 쉽다면 쉽습니다. 여러분의 양심과 믿음을 통해 주시는 말씀을 겸손히 용감한 심장으로 들어보면 들릴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예’ 할 때는 ‘예’ 라는 말만 하고, ‘아니오’ 할 때는 ‘아니오’ 라는 말만 하여라. 이보다 지나치는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마태복음5:37) 

지금 미국의 상황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궁금합니다. ‘염병하네!’ 제게 들리는 소리입니다. 욕인지, 추임새인지, 아니면 매우 좋다는 긍정인지. 여러분들이 판단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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