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관광객들로 분주한 핫스프링스는 도시전체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국립공원의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도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운타운의 비지터센터(Visiter Center)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배스 하우스(Batthouse)가 나란히 보인다. 비지터 센터는 Fordyce Bathhouse 자리에 있는데, 이곳에 가면 옛날 목욕시설을 구경할 수 있다. 전통방식의 온천목욕을 하며 숙박도 할 수 있는 곳은 알링톤 호텔을 포함해 몇개의 호텔이 있다. 핫스프링스를 여행하면서 호텔을 선택하려면 여행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가령 온천을 겸한 여행이 목적이라면 알링톤 호텔이나 마제스틱호텔 등이 있는데 이 호텔들은 다운타운의 대표적인 곳으로 온천욕을 즐기려면 숙박을 이곳으로 선택해 묵으며 호텔 안에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으며, 공원 구역안의 다른 호텔이나 모텔에서 숙박을 하고 온천욕은 Buckstaff를 이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의 경우처럼 해밀턴호수 근처의 호텔이나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들은 좁은 공간으로 인해 자동차 주차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끄럽고 복작대는 도심보다는 여유롭고 경치 좋은 해밀턴호수에 인접한 호텔이나 리조트는 그만큼 마음의 여유를 찾고 평화로우며 완전한 자연속의 해방과 휴식을 편안히 취할 수 있는 곳이기에 나는 호수가 바로 앞에 놓여있는 경관 좋은 리조트를 선택했다.
핫스프링에 오면 가장먼저 눈에 띄는 곳이 도시중앙에 우뚝 높이 솟아있는 산 정상의 마운틴 타워(Hot Springs Mountain Tower)를 볼 수 있다. 핫스프링스의 아침은 해발 1256피트 높이의 산에 위치한 핫스프링스 마운틴타워에 비친 강렬한 태양빛 쇼와 같이 시작된다. 다운타운의 복잡한 거리에서 바로 가까이에 있는 이곳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유혹하며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다. 이곳 마운틴타워를 오르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핫스프링스 다운타운 알링톤호텔 앞의 Fountain St.를 따라 운전을 하면 오른쪽으로 Hot Spring Mt. Dr.를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을 따라 산을 계속 오르면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길은 일방통행으로 안전하게 설계되어있으며 핫스프링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들이 있어 이곳에 차를 세우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내를 내려다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다른 한가지 방법은 등산을 하는 방법으로 다운타운의 알링턴호텔에서 마주보는 천연온천수물이 흐르는 공원을 통하여 올라가면 된다. 온천수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계단을 오르면 다운타운의 지붕색깔과 조화를 이룬 빨간 벽돌들이 산을 따라 놓여있고 거기에 등산 안내문과 지도가 있다. 숲 사이로 그려지는 아름다운 핫스프링스의 절경을 감상하며 0.5마일거리의 정상을 향해 심호흡을 고르며 서서히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마운틴 타워 안으로 들어가 입장권 10달러를 내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오르면 되는데, 타워의 정상에는 실내로 구성된 2층과 실외로 구성된 3층이 있는데, 맑은 날이면 이곳에서 140마일의 먼 곳까지 볼 수가 있다고 한다. 이 타워는 1877년부터 핫스프링스를 대표하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화재와 증축의 과정을 거치면서 1983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과 절경을 사람들에게 선사하는데, 봄에는 초목에 물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마음을 다짐할 수 있고 성하의 계절 여름에는 푸른 산과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뚝뚝 떨어지는 땀의 의미를 알 수 있으며 초록이 지쳐 단풍이드는 가을에는 만산홍엽의 아름다움을 마음속깊이 간직할 수 있고, 한적한 겨울에는 새로운 도약과 희망을 꿈꾸며 다가오는 봄을 기약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를 때는 중간 중간에 그릴(Grill)을 할 수 있는 피크닉장소들이 있는데 온 가족이 산을 오르며 음식을 싸들고 여유있게 피크닉을 이곳에서 즐기며 하루를 산속에서 보낼 수 있다.
Hot Springs National Park은 핫스프링스 시내를 중심으로 동서쪽으로 양편에 자리 잡고 있는데 서편의 W. Mountain Dr.를 끼고 올라가 산 정상에서 보는 것도 하나의 운치의 묘미를 더해주는 즐거운 여행이다. 그 외 시내에는 수륙 양용 차와 보트를 겸한(National Park Duck Tours) 차를 타고 구경을 할 수 있다. 일명 오리 투어라고 하는데 도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시내 도시를 돌고 근방에 있는 해밀턴 호수에서 보트여행까지 할 수 있는 즐길 거리의 하나이다. 핫스프링스에 밤이 찾아오면 시내는 더욱 활기를 띈다. 각 거리마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관광을 온 여행객들은 저마다의 취향이나 선호도에 따라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며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도 추며 흥겨운 밤을 보내기도 한다. 영화관에서는 최근의 개봉영화를 선보이고, 각 상점마다 특이한 상품을 진열해놓고 손님들을 기다리며, 한편에서는 찾아온 매장의 넘치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촬영과 수석채집을 취미로 하는 집사람을 따라 어느 수석(각종모양의 돌들)을 진열해놓고 파는 상점에 들어가 보니, 다양하고 다채로운 수석들이 커다란 상점 안에 가득히 진열, 전시되어 있다. 보기에도 매우 신기하고 이상하게생긴 각종모양의 돌들이 수없이 많이 진열대위에 놓여있다. 어느 것은 돌 속에 보석이 박혀 있는 것도 있었다. 수석의 값도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작은 것이 몇십 달러에서부터 어느 것은 4만5천 달러의 판매가격이 붙어있다. 보기에도 호기심이 생기고 갖고 싶은 돌들이 참으로 많이 있다. 나는 그중에서 안내인의 설명을 듣고 약8만5천년전의 화석이 박혀있는 돌조각 두개를 거금(?) 7백 달러를 주고 샀다. 기념품치고는 비싼 가격이다. 그 돌(수석)을 사고 나니 어여쁜(?) 젊은 숙녀(매장의 여직원)가 다가와서 여러 종류의 포도주 병이 놓여있는 테이블로 우리부부를 안내한다.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포도주를 마시라고 권한다. 집사람은 생수병 하나를 집어 들고, 나는 그 아름다운 여인이 권하는 대로 적포도주 두잔을 연거퍼 홀짝홀짝 마셨다. 얼결에 미인(?)이 권하는 바람에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받아 마신 포도주가 금방 몸속에서 달아오른다.
옛날에는 술을 잘 마셨는데, 하나님을 믿고 나서는 안 마시다가 오랜만에 마셔보는 포도주는 금세 몸속에서 흡수되어 사지를 노골노골하게 만들어준다.
거리로 나오니 오색 빛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의 음악에 취한 듯 어느 젊은 연인 한쌍이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곁을 지나는 행인들이 미소를 보내며 박자를 맞춰준다. 건물의 한 귀퉁이 어스름한 불빛속의 건물 벽을 등지고 거의 반나의 차림인 어느 젊은 20대 초반의 여성이 자기의 남자친구와 더불어 뜨겁고 정열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다. 그 앞쪽 노상의 길에는 허름한 차림의 방랑객 같은 20대 후반의 청년이 길바닥에 앉아 통키타를 치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청년 앞에 벗어놓은 모자 속으로 행인들이 넣어주는 지폐와 동전을 받아든 청년이 기타를 치며 눈인사를 보낸다. 한껏 들뜨고 분위기가 달아오른 관광지, 여행지, 도심의 거리풍경들이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를 않는다. 아마도 이러한 느낌은 이러한 관광지에서만 느껴 볼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여행은 즐거운 기분을 만들어주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북적거리는 도심 다운타운을 벗어나 리조트인 숙소로 돌아오니 이곳은 너무나 조용하다. 호수물위로 비춘 가로등의 불빛이 물결에 흔들리며 춤을 추고 있다. 그 위를 밤을 잊은 듯 한 오리 한쌍이 물위에서 한가로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저 녀석들도 오늘밤은 잠이 오지 않아서 늦도록 데이트를 즐기고 있나보다. 그러나 관광지의 밤은 이렇게 흥분과 적막 속에 공존하며 깊어가고 있었다. <myongyul@gmail.com>
<여행작가 및 칼럼니스트> 1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