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춥고 우울한 이 겨울 속에서………

<김명열칼럼> 춥고 우울한 이 겨울 속에서………
[2017-01-18, 06:00:40]

춥고 우울한 이 겨울 속에서………

2017년의 새해가 바뀐지도 여러 날이 지났다. 한 겨울의 가운데서 사색에 잠겨본다. 새해가 겨울의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까닭은 지나간 과거의 낡고 묵은 것들이 겨울을 건너지 못하기 때문인가 보다. 낡고 묵은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새로운 출발의 한 조건이고 보면, 칼날같이 매서운 추위가 낡고 묵은 것들을 가차 없이 잘라버리는 겨울의 한복판에 새로움의 출발인 정월초하루, 1월1일이 자리 잡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해가 되면 지난 한 해 동안의 묵은 것과 힘들었던 고통들을 다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것들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춥고 기나긴 겨울의 한 중심부에서 나는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잊으며 어느 것을 간직해야할지 곰곰이 생각하며 사색에 잠겨본다.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침묵과 적막, 그리고 그 속의 사색을 나는 사랑한다. 이 깊고 늦은 고요한 밤에, 생각이 깊어질수록 괴롭지만 그래도 그것을 사랑할 수밖에………그것이 없다면 삶의 일상이 무의미해진다.
겨울이 저물어가는 시기엔 사색의 공간이 필요하다. 지난날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다가오는 길에 나설 채비를 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은 조용한 적막과 고요의 늪에서 생각에 잠기며 계획과 설계라는 연장으로 꿈과 희망의 각종 도구와 건축물을 지어본다. 겨울은 춥고 황량하다. 나뭇잎을 다 떨궈내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목(裸木)은 겨울의 풍경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자연에 겨울이 있듯이, 우리들의 인생에도 겨울처럼 힘든 시기가 있다. 어떤 이들은 아주 오랜 세월을 겨울 속에서 보내기도 한다.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겨우겨우 힘들게 버티고, 또 어떤 사람들은 이 겨울처럼 춥고 지루한 시절을 견디지 못해 쓰러지고 좌절하기도 한다.
춥고 기나긴 회색빛의 연속, 찌푸린 하늘속, 이 깊고 깊은 한 겨울에, 봄을 회상하며 봄을 품는 마음은 따듯한 봄바람처럼 훈훈한 마음이다. 길고도 지루한 이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며 동경하는 그런 계절이기도 하다. 기다림은 그냥 쉬는 것이 아니며 준비하는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수동적인 것 같지만 마음의 눈으로 보면 능동적이다. 엄마의 뱃속, 태속에서 생동하는 아이는 오랜 세월, 열달 동안 기다리는 중에 성장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엄마의 태속 안에서는 신기하고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아기는 태속에서 기다리는 중에 변화되며 자라고, 세상 밖으로 나올 것에 대비한 기다림의 준비 중에 있다.
봄, 여름, 가을에 걸쳐 치장하고 겹쳐 입었던 아름다운 무늬의 옷들을 나무는 겨울이 되어서 그 옷을 벗어낸다. 그러고는 모든 외적인 활동을 중지한다. 그런데 겨울나무의 뿌리는 대단히 분주하다. 뿌리는 모든 것이 정지되고 휴식을 취하는 한 겨울동안에 엄청난 에너지를 축적한다. 모두가 움츠러들고 추위 속에 떨며 지겨워하는 이 겨울은 오직 나무에게 있어서만은 뿌리를 돌보는 계절이다. 뿌리는 나무의 온몸 전체를 유지하고 보존하며 에너지를 공급하고 축적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추운겨울이 찾아오면 나무는 봄에 공급할 힘의 원천인 에너지를 뿌리에 축적한다. 뿌리의 힘이 곧 나무의 힘인 것이다. 뿌리 속에 담긴 풍성한 에너지가 나무의 미래를 결정한다. 뿌리는 깊은 땅속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지만 나무의생명은 이 뿌리에 달려있다. 그래서 나무에게 있어서 겨울은 꼭 필요한 계절이기도 하다. 겨울은 나무를 보존하고 아울러 강화시킨다. 나무의 힘이 바깥의 표면에서 소모가 되기보다는 그 나무의 수액이 나무의 안쪽 깊은 곳까지 점점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겨울은 나무가 생존하고 번창하기위해서 꼭 필요한 계절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추운겨울을 싫어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겨울이 꼭 필요하다. 인생의 겨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내면을 가꾸고 다듬는 것이다. 우리 안쪽 속을 돌보며 강건케 하는 것이다. 우리들 인생에 겨울이 찾아왔을 때 ‘낙심치 말라 하나님이 우리의 영혼을 돌보라고 주신 시간으로 알라. 말씀과 기도로 뿌리 깊은 영혼을 돌보도록 하라’고 성경말씀에도 쓰여 있다.
춥고 지루하고 썰렁한 이 겨울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겨울이 끝나는 날이 반드시 있다. 썰물이 끝나는 곳에 밀물이 시작되듯이, 겨울이 끝나는 곳에서 봄이 시작된다. 춥고 지루한겨울을 견디는 힘은 봄을 기다리며 동경하는데 있다. 알베르 카뮈는 ‘깊은 한겨울에 나는 마침내 내 안에 완강한 여름이 버티고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춥고 깊은 한 겨울에 여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지구의 북반구에서는 살을 외이는 듯 한 겨울속의 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다운 자켓을 비롯한 동내의를 두둑히 껴입었는데도 추위는 가시지 않는다고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어느 지인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통해 볼멘소리를 전한다. 그러나 나는 그의 겨울에 움츠러든 얼음 물속에서 외쳐대는 듯한 우울한 목소리 속에서도 멀리서 찾아오는 봄을 가슴속에 품을 수가 있었다. 지금 이 겨울이 아무리 춥고 지루하고 힘들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모두가 함께 가슴과 마음속에 따스한 봄을 품어보도록 하자.
아지랑이가 아롱아롱, 노오란 새싹이 돋아나는 대지위에서 자연이 주는 풍요를 누리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꿈도 꾸어보자. 아직은 겨울이 멀고, 봄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도 없지만, 꿈속에서라도 꽃피고 새소리 아름답게 지저귀는 따듯한 봄을 나의 가슴속에 그려보자. 누구에게나 춥고 힘들은 겨울이 떠나가고 따듯하고 생동하는 봄은 자신의 인생에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다.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 <1055>
문필가 / 탬파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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