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 기행문<24>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

김명열 기행문<24>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
여행작가 및 칼럼니스트 / myongyul@gmail.com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일행은 키스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4명의 대통령 조각상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으로 향했다. 우리들이 머무는 숙소,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식사를 마치고도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우리는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오전10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여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자동차를 파킹할 주차장이 많은 차들로 붐비며 자리가 없다. 이리저리 몇 바퀴를 돌며 헤매다 겨우 자리 하나를 맡아 주차를 할 수가 있었다. 유명 관광지라서 그런지 세계각처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붐비고 있었으며, 이곳은 마치 세계 인종들의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말로만 듣고 사진과 그림으로만 봐왔던 러시모어 산에 오니 감개가 무량하다.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은 사우스다코타의 Black Hills National Forest에 속해있는 산으로 미국의 4명의 위대한 대통령을 조각한 조각상(러시모어 국립 기념공원=Mount Rushmore National Memorial)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북미대륙의 한가운데, 사우스다코타 주와 와이오밍 주에 걸쳐있는 Black Hills 산악군의 하나로 대평원 속에 우뚝 솟아있다. 마운트 러시모어에는 자연의 위풍과 인간의 집념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미국역사의 한 페이지가 상징적으로 새겨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이고 위대한 민주국가의 탄생을 위하여 헌신한 조지 워싱턴대통령, 미국의 독립선언문을 기안했고 루지애나 지역을 구입해 국토를 넓힌 토머스 제퍼슨대통령, 남북전쟁당시 북군의 승리로 미연방을 살렸고, 모든 인간의 자유를 지킨 에이브러햄 링컨대통령, 그리고 서부의 자연보호에 공헌이 컸고 파나마운하 구축 등 미국의 위치를 세계적으로 올려놓은 시어도어 루즈벨트대통령 등 4명의 대통령 초상이 산정의 거대한 바위에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로 그 위풍을 과시하고 있다.
조각할 당시에는 다이너마이트로 깎아내고 못과 망치로 다듬질을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러시모어 대통령조각상은 무려 14년(1927년~1947년)이란 오랜 시간과 세월에 걸쳐서 만들어졌다. 다만 이중에서 실제 작업하는데 걸린 시간은 6년반 정도였고, 중간에 돈이 떨어지거나 날씨가 나빠서 작업을 하지 못한 날이 많았었다. 사실은 원래계획의 반 정도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원래의 계획은 손과 옷까지 만들고 바위산을 완전히 깎아서 석상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또한 내부에 기록저장소를 만들어서 독립기념사를 넣으려고 시도했다.
미국의 상징물이 있는 산이지만 산 이름의 유래가 특이하다. 산 이름은 뉴욕출신 변호사인 찰스 러시모어라는 사람에게서 유래한 것인데, 1885년 그가 광산업자들과의 토지소송 문제로 사우스다코타까지 오게 되었다. 러시모어가 이 산을 보고 산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광산 업자에게 묻자 광산업자가 “저 산의 이름은 없습니다만 이제부터 망할 러시모어=Damn it Rushmore라고 부르도록 하죠” 라고 가시 돋친 독설을 날렸다. 이 농담 섞인 욕설의 말이 그대로 퍼져서 정말로 산의 이름이 러시모어 산이 되어버렸다.
다만 이름이 지어지기전의 이산은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들의 성지였다. 원주민인 라코다족이 부르던 이름은 ‘여섯명의 할아버지’라는 뜻의 퉁카실라 샥페(Tunkasila Sakpe)였다. 때문에 미국정부가 이곳에 대통령상을 조각하려 하자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였고, 결국 원주민들은 그것이 관철되지 않자 조각상에서 27Km떨어진 곳의 산자락에 인디언의 전설적 영웅인 라코다 수우족의 크레이지 호스의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크레이지 호스(Craze Horse)의 조각상은 현재 얼굴상이 완성되고 왼팔과 말이 조각되고 있는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이어서 게재되는 크레이지 호스의 기행문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조각상을 만들때 루즈벨트 대신 우드로 윌슨대통령이 될 뻔했다고 전해진다. 이곳 4명의 대통령 두상(頭像=얼굴) 조각상에는 끊임없이 균열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균열을 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형상만큼은 너무나 커서 인류가 멸망해도 10만년이상 남을 것이라고 한다. 작업을 주관한 조각가 존 겉전 버글럼(John Gutzon Borglum)
이 완성직전에 사망하는 바람에 그의 아들인 제임스 링컨 버글럼이 대를 이어 완성했다고 한다. 사실 버글럼이 처음 만들고자 했던 것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스톤 마운틴(Stone Mountin)에 로버트 E. 리 장군을 선두로 1200명의 남군 장병들을 조각하는 것이었으나, 의뢰자와 의견이 맞지 않아 손을 뗀 상태였다. 이곳 대통령들의 얼굴은 그가 쉬는 사이에 만든 것이다.
조각가 버글럼은 (1867~1941)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2세로 미국에 대단한 애정을 가지고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던 유명한 조각가였다. 그는 뉴저지주 뉴왁에 있는 ‘어린이들의 링컨’이라는 조각상을 위시해서 국내외로 수많은 조각품을 남긴 조각가였다. 그가 처음, 1925년 작업을 시작할 때는 산을 깎는 어떠한 지침서나 뛰어난 공학기술이 발달되기 이전이었다. 따라서 도르래를 이용한 활차나 바위에 조각을 하기위한 의자를 자체 개발하여 이용했다. 인부들이나 조각가들은 이 거대한 국가적 차원의 사업에 참여한다는 자부심에 차있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낮은 임금과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가지고 일했다고 한다.
이후 쿨리지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모아진 많은 기부금과 연방정부 기금으로 사업을 완성했다. 다이너마이트가 번갯불과 벼락에 터지는 사고와 인부를 운반하는 기구가 추락하는 일도 있었지만 이 거대한 작업은 14년간 한명의 피해자도 없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조각상 바로 아래에는 4명의 대통령과 조각 공사를 하던 순간들을 담은 기록영화를 상영하는 공연장이 있다. 관광객들 특히 미국인관광객들은 영화를 본 뒤 모두 일어나서 미국국가를 부르고 환호를 외친다. ‘마운트 러시모어 기념상은 바로 미국인을 의미하는 것이다’라며 조각가 버글럼이 미국인이라는 자부심에 넘쳐 남긴 말이다. 그의 필생의 작품인 마운트 러시모어 기념상이야말로 자손 대대로 미국민에게 미국인이라는 긍지를 심어줄 것만 같다. 마운트 러시모어는 최근 마약, 인종문제, 재정적자, 총기살인, 각종범죄 등등으로 세계 최강국으로서의 세력이 약화되고 이미지가 흐려지고 있는 듯한 미국의 위상을 조금은 강화시켜주고 있는 역할을 다분히 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이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 속에 끼어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마운트 러시모어 조각상이 여기에 있는 한 내가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이 미국은 “아직은 희망이 있다”라는 말을 남기고 싶었다.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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