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낙엽 같은 우리네 인생 | |
[2016-11-10, 07:44:19] |
계절이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형형색색으로 단풍이 들어 한껏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낙엽이 되어 땅위에 나 뒹굴고 있다. 봄에 싹이 돋아나 한여름 푸르름 속에 풍성함을 자랑하며 단단히 매달려있던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약한 가을바람에도 떨어지는 것은 잎의 노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잎이 떨어지는 현상을 ‘탈리’라고 부른다.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화에 관여하는 호르몬이 존재한다. 왕성한 활력 속에 생장하는 봄과 여름에는 ‘옥신’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식물이 왕성한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잎이 노년기에 접어들면 ‘에틸렌’분비가 왕성해지면서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가 진행되면 잎에 있는 영양분을 줄기나 가지로 이동하고 기능을 잃어버린 잎은 식물(본줄기와 몸통)에서 분리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식물이 불필요하게 많은 잎을 갖고 있는 건 긴 겨울을 나기에 비효율적이다. 잎에서 뽑아낸 영양분으로 식물은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뒤 날이 따듯해지는 봄이 되면 엽록소를 다시 만들어 푸른 잎이 피어나게 한다. 곱고 아름답게 물들었던 단풍잎들이 한잎 두잎 떨어져 땅위에 휘날리고 있다. 단풍이란 기온변화에 따른 나뭇잎의 색소변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말하면 나뭇잎의 수명이 다하여 색깔이 바래지고 떨어져 낙엽이 되는 나뭇잎의 소멸과정이다.
청소년기를 인생의 꽃이라고 한다면 단풍은 생명의 끝을 앞둔 인생이라 할 수 있다. 젊음의 꽃은 아름다움을 밖으로 나타내고, 단풍은 그 깊은 아름다움을 내면에서 불사른다. 그러므로 꽃의 아름다움은 눈으로 오고, 단풍의 아름다움은 가슴에 와 닿는다. 꽃은 가까이에서 감상할수록 좋고, 단풍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더욱 아름답다. 가을에만 볼 수 있는 단풍에는 꽃이 따를 수 없는 그윽한 아름다움이 있고 심오한 추상의 세계가 있다. 가을이 되면 울긋불긋 피어나 단풍이 들은 나뭇잎들의 모습이 왜 그토록 아름다울까? 단풍은 나뭇잎이 병든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늙음이기 때문이다. 인생도 올바르고 선하게 살은 인생은 늙어지면 그 황혼인생도 아름다운 것이다. 단풍과 낙엽이 나무의 생명의 절정이듯, 사람의 늙음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석양에 물든 하늘처럼이나 아름다운 것이다. 각종 물감을 들여 곱게 채색을 한듯 아름다운색깔들로 물들여진 나뭇잎, 아름답다 못해 가슴이 시리도록 고운 단풍들…….그 아름답고 고운빛깔로 절정을 이룰 때 생명이 다하여 하나둘씩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가슴 아픈 이별, 땅위로 떨어져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그 낙엽을 바스락 소리를 내며 낙엽을 밟으면서 우리는 인생을 회상하고 그리고 그 추억들 속에서 그리움을 하나 주워 마음의 책갈피에 끼우며 또 한장의 추억을 만들어 끼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았으면……나이 들어 저물어가는 인생, 나만의 아름다운 생의 빛깔로 보는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나만의 향기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기쁘고 즐겁게 해주고, 나의 희생과 사랑으로 나를 그들의 책갈피 속에 추억으로 끼워 넣게 만들고, 누군가 떨어진 낙엽이 되어 바스락거리는 나 하나를 주워서 곱게 자신의 마음속 책갈피에 끼워 넣으며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나를 추억하고 기억해주는 그런 그리움으로, 사랑으로, 누군가의 가슴과 마음속에 존재할 수 있다면………낙엽 같은 인생이라도 그리 허망하지는 않으리…….사랑은 낮은 곳으로 내려앉을수록 더욱 더 아름다운 것이기에,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된 다해도 그것이 참된 사랑이었다. 면 그것으로 족하리라…….만추의계절인 이 늦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보며 혼자 이렇게 독백을 해본다. 벌써 가을의 계절이 끝자락인 11월달로 들어섰다. 자연의 섭리는 인간들의 탐욕과는 다르게 원칙과 자비로움과 그리고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주의 역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길고도 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역사도 길다.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만물의영장인 인간의 역사도 그리 짧지만은 않다. 역사의 인식과 사관의 판단은 사람에 따라 모두가 다르다. 사물을 보는 자의 생각과 해석과 이해에 따라서 다양하고 서로 다른 이야기가 되고 글이나 문학과 예술을 이룬다. 우리가 아는 대로 숲속에는 종류나 모양이 다른 수많은 나무와 새와 벌레나 곤충들,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가 신비, 불가사의의 그 자체이며, 우리는 우러러 그분을 경외하고 찬양하게 된다. 인간들의 역사는 부정과 긍정을 교차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구석기시대를 거쳐 신석기시대와 고대 중세를 거치는 동안에 산업혁명을 맞게 되고, 이성과 합리적 계몽주의 낭만과 낙과주의 진보시대와 역사를 거쳐 이제는 우주시대를 열고 지구는 하나의 동네처럼 좁아져서 살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과 공존하며 때로는 대립하고 투쟁하며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우리들 인간이 자연을 이길만한 어떤 힘이 어디까지 있을까는 더 두고 볼일이고, 낙관이나 부정도 할 것은 못된다. 분명한 것은 인간 스스로의 욕구와 탐욕의 절제 없이는 스스로 자멸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는 위험이 항상 우리의 주위에는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나간 인생세월 오랜 여정 또한 살아오면서 다투기도 했고 교만도 했었으며 남에게 지 싫어하는 이기심 속에 편견과 오판 속에 살아왔던 우리와 나 자신을 인정하며 숙연한마음으로 저녁노을 속 서산으로 넘어가는 빛을 잃은 태양을 바라보며 황혼녘의 인생길을 비교해보았다. 잘난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돈 많고 권세를 가진 것이 무슨 큰 자랑거리가 되겠는가. 무릇 사람들은 말하기를 인생을 어떻게 사는가를 논하지만 실상은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 삶을 누리며 살아왔다는 것 그자체가 만족이었고,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을 해본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살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저 떨어져 지는 낙엽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네 인생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문필가(탬파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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