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베갯머리송사 | |
[2016-10-12, 08:23:22] |
옛날 중국의 명태조 주원장이 부인 마씨 황후를 데리고 남행 순찰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그가 자그마한 고을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때 어느 한집의 대문위에 높이 걸린 빛발치는 편액을 보게 되었다. “이게 무슨 편액인데 이리도 현란하노?” 급히 다가가보니 편액에 천하제일가(천하제일가)라고 쓰여 있었다. 그 글을 본 주원장의얼굴에 대뜸 노기가 서렸다. “천하제일가는 짐이 당연히 거처하는 황궁이 되어야 옳겠거늘 하필 이런 편벽한 고을의 아둔한 평민 집에 이런 편액이 걸린담? 이야말로 세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임의로 부리는 크나큰 방자함이 아닌고?” 주원장은 즉시로 집주인을 호령해 불러내었다. “이것이 웬 망발한 편액이냐?” 고 따지게 되었다. 불려나온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황제에게 읍하고 나서 말하기를 “황제폐하 지금 이 소인네 집에서는 5대가 동거해 살고 있아온데 그 식솔은 무려 3백여명에 달하나이다. 그런데 이상 제하 뉘라 없이 화목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일하며 의좋게 살아가니 이웃들이 이렇게 편액을 만들어 달아주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황제폐하의 막대하신 감은(感恩)인가 아뢰옵니다” “오, 그런고?” 그 말을 들은 주원장은 마음속에 차올랐던 노기가 풀리며 노인을 극구 칭찬하면서 “오~ 짐의 나라에 이런 집이 있음은 실로 광채롭다 하리로다” 라고 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잠자리에서 황후가 있다가 주원장의 귀에 대고 소곤거려 말하기를 “황제폐하께서는 절대 그 노옹의 말꼬임에 넘어가지 마옵소서” 라고 말했다. “그건 웬소린고?” “황제폐하 이렇듯 몇세대에 걸쳐 몇백명 식솔을 잘 거느려 가는 집이 있어 이것이 마침내 본보기가 되어 온 나라에 퍼지는 날 이러한 무리무리 집들이 조정을 배반하는 날이면 우리가 어이 이 대령 강산을 보존해 나가오리까?”
그 말을 들은 주원장은 그 즉시 사람을 파하여 그 편액을 뜯어 깨버리는 한편 온 식구중 나이든 사람들은 모두 잡아서 옥에 가두어 버렸다. 이로부터 항간에는 “베갯머리송사”라는 속담이 생겨 널리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많이 사용되고 쓰여 먹는 베갯머리송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부부가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삭이며 청을 한다는 뜻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베갯머리송사”때문에 망신을 당하거나 역사가 뒤바뀐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말은 원래 침변교처(枕邊敎妻)에서 유래됐다. 아내를 가르치는데는 베개를 베고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의 이 성어는 너무 딱딱하게 가르치면 그 효과가 적으니 잠자리에 누운 자리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남편을 설득하는 데는 눈물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의미로 원래의뜻과는 다르게 변했다. 베갯머리송사라는 말은 오랫동안 부정적인의미로 사용되어왔지만 가정생활에 유익한 면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부부간의 애정이 오래도록 지속되기 위해서는 시시때때로 상대방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의 감정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에 주의해야한다. 그렇지만 현대사회는 생활의 리듬이 너무나 빨라져서 낮 시간의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하느라, 가사를 돌보느라 등의 일로 여념이 없음어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럴 때 잠자리에 들기 전 베개를 나란히 한 채 서로의생각과 느낌을 나지막한 소리로 주고받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베갯머리에서 가장 많은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남편이 어떤 일을 하다가 잘 안돼서 마음속에 불만이 가득한데 그걸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할 수도없는 경우가 있을 때, 아내가 베갯머리에서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해주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아내와 시어머니사이에 약간의 오해가 있으면 남편이 베갯머리에서 몇 마디 말로 공정한 평가를 해줌으로써 아내는 남편이 자기를 이해하고 신임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되며, 그 결과 고부간의 갈등도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된다. 또 부부간에 약간의 틈이 생겨서 서먹서먹할 때라도 그걸 모두 집안어른에게 고해바쳐 문제를 확대시키기보다는 베개를 나란히 한 채 대화로 푸는 것이 좋으며, 말싸움을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어린자녀들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가려가며 애를 쓰기보다는 베갯머리에서 소곤소곤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더 부드럽고 효과적이다. 물론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베갯머리에서 누가 잘 했네 누가 못했네 하면서 시비를 가린다거나, 남편이 특히 공직에 있을 경우 직무와 관련된 일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기위해서 베갯머리송사를 하는 일은 피해야한다. 한국의 경우 어느 대통령이 공약을 발표한 후 며칠도 안돼서 그 공약이 없었던 것으로 흐지부지된 내면에는, 대통령의 부인인 영부인이 밤의 잠자리에서 남편인 대통령에게 베갯머리송사로 몇 마디 건넨 것이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훗날 뒤늦게 밝혀진 경우도 있었다. 그 당시 항간에는 그 대통령위에는 더 높은 부인이 있다고 사람들이 비아냥대기도 했다. 어쨌거나 옛부터 베갯머리송사가 부정적인 의미로 간주되어온 것은 아내가 남편의 하는 일에 나서서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결과 남편이 잘못된 결과가 많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살을 맞대고 자는 베갯머리는 부부사이의 둘도 없는 보금자리이다. 이러한 다정한 베갯머리에서 아내에게 설교만하는 남편, 남편을 설득해서 자기의 뜻을 관철시키려고만 하는 아내는 없어야한다. 보다 건설적이고 올바른 방향의 부부간의 베갯머리송사가 이루어져야만 가정이 화목하고 세상이 편안해진다. <1042>문필가(탬파거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