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샴페인(Champagne) | |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
미국여자 프로골프(LPGA)대회나 미국 프로골프(PGA)대회 때 보면 골프 챔피언에 등극한 선수들에게 승리의 순간, 그 사람의 지인 및 친구 되는 사람들이 선수에게 몰려와 샴페인을 터뜨리고 머리에다 부어주는 장면을 우리는 종종 TV 화면을 통해서나 또는 직접 그 골프대회에 참석하여 관전하면서 보기도 한다. 몇 년 전 나는 어느 장로님 7순 생신잔치에 저녁초대를 받아 함께한 적이 있었다. 이것저것 각종요리와 음식, 떡, 과일, 음료수 등이 다양하고 푸짐하게 차려져 나왔는데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병들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니 샴페인 병이었다. 곧이어 자녀들이 샴페인 병을 들고 나와 “아버님 7순 생신을 축하드립니다”하면서 샴페인을 펑~ 하고 터뜨리면서 7순 잔치 연회는 축하열기로 가득차 올랐다. 옛날에는 값 비싸고 귀하게 여겼던 이 샴페인주가 지금은 대중화되어서 공식석상이나 일반가정, 대중적인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1970년대 초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친하게 지내고 있는 친구 한명이 한강변에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는 워커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 친구의 부모님은 무척이나 재산이 많고 잘나가는 부자였는데, 친구 녀석은 부모님 덕분에 워커힐에서 호화롭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뻑적지근하게 화려한 결혼식을 올리고 그 옆의 연회장에서 성대한 결혼식 피로연을 베풀었다. 생전 처음보는 요리와 음식, 값비싼 주류와 음료, 과일 등등이 부자인 자기들의 위세를 과시라도 하듯이 모든 것이 최상급의 값비싸고 고급의 음식들로 차려져 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매우 귀하고 값이 비싼 양주와 포도주, 샴페인 등등의 외제의 처음 보는 주류들이 테이블 위를 잔뜩 차지하고 있었다. 같이 간 동창 녀석들은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처음대하는 이름 모를 주류들에 호기심이 동하여 이것저것 들고 다니면서 권하는 웨이터의 술병에서 넙죽넙죽 받아마셨다. 나 역시 호기심 겸 유혹의 손길에 이끌려 주는 대로 조금씩 받아 마시다가,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저쪽 한켠에 얼음 속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샴페인 병을 집어 들었다. 평소에 유사 샴페인은 가끔 마셔봤지만 이렇게 완전한 오리지널 외국산 고급샴페인은 처음대하는 상황이라 마시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샴페인 병을 들고 있으니 친구들이 곁으로 다가왔다. 한 녀석이 내 손에 들고 있는 샴페인 병의 병마개를 터뜨렸다. 펑~소리에 주위의 하객들이 돌아보며 와~하고 함성을 터뜨렸다. 친구들 역시 처음대하는 진짜 샴페인 글자가 쓰여 있는 프랑스산 썅빠뉴는 처음보고 처음 마셔보게 된 것이다. ‘지금 안마시면 언제 이런 진짜 고급샴페인을 마셔보나’하고 둘러있는 친구들도 의기투합하여 투명한 와인 잔에 막걸리 붓듯이 가득 채워서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꿀걱꿀걱 마셔버렸다. 이렇게 친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 이제 갓 결혼한 친구 녀석이 찾아와 ‘야, 더 먹어 더 먹어 오늘은 실컷 먹어도 된다. 남으면 버린다.’라는 부추김에 친구들은 곤드레가 되도록 먹고 퍼 마셨다. 한참이 지난후 둘러보니 친구들만 덩그란히 남아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있었다. 밖을 나와 보니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끼리끼리 방향이 같은 친구끼리 택시를 합승해서 집으로 향했다. 나와 두명의 친구는 택시 한대를 잡아타고 왕십리를 거쳐 서대문 쪽으로 향했다. 뚝섬입구에서 한 친구는 내리고, 서대문 나의 집에 다 와서 택시기사가 깨워 일어나보니 곁에는 신당동 사는 친구가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내 어깨를 기대어 골아 떨어져있다. 시간을 보니 11시40분이다 택시운전사에게 이 친구를 다시 태워다 달라고 하니 통금시간이 임박해서 자기는 자기 집에 가야 한다고 한다. 체격도 나보다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친구를 간신히 둘러 걸치고 집으로 힘들게 들어갔다. 집에 와서는 밤새 그 친구와 교대로 화장실에 뻔질나게 드나들고 수돗가에서는 웩웩대며 토하기도 하였다.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느냐”고 어머니에게 된통 야단을 맞은 것은 아침밥상을 앞에 놓고서였다. 밤새도록 고생을 무지하게 하고나서 그때 얻게된 교훈(?)은 ‘이제 절대로 샴페인은 두 번 다시 안마시겠다“였다. 그런데 그 샴페인을 이번에 여행을 가서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생선요리와 갓구어 낸 바닷가재와 함께 반주로 곁들여 마셔보니 옛날에 고생했던 추억들이 샴페인잔속으로 떠오르며 아름다운추억으로 변해서 상기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하기 싫은 고역의 추억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이 샴페인의 마력적인 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샴페인(Champagne)은 프랑스 샹빠뉴(Champagne)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팍크링 와인이다. 기포가 있는 와인을 모두 샴페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샹빠뉴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에만 Champagne이름을 붙일 수 있다. 같은 재료와 제조방법으로 만들어도 샹빠뉴지방 이외의 곳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샴페인을 영어로는 Sparkling Wine, 불어로는 뱅무세(Vin Mousseux), 스페인어로는 카바(Cava), 독일어로는 젝트(Sekt)로 각각 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