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올랜도 총기사건을 보는 신앙키워드

<김호진목사 . 올랜도 연합감리교회 담임>
올랜도에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2일 새벽 다운타운에 펄스라는 클럽에서 소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한 괴한이 침입하여 무려 50명이 숨지고 53명 이상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사건의 희생자 32명을 뛰어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이번 올랜도 총기사건에 관한 뉴스의 기사를 보면서 두 가지 키워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게이클럽”과 “이슬람”입니다. 동시에 두 가지 질문이 생기지요. “하나님이 계신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그리고 “이번 사건은 동성애자들에 대하여 하나님이 벌을 내리신 것인가?” 입니다.

첫 번째로 하나님이 계신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적 사건이 생기게 된 원인은 하나님에게 있지 않습니다. 대신에 이러한 비극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죄’입니다. 인간 안에 들어있는 증오, 미움, 원망, 살인, 정죄 등과 같은 죄가 비극의 원인입니다. 들판에 내리는 이슬을 젖소가 먹으면 맛있는 우유를 만들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을 만들어냅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로봇으로 만드는 대신에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창조하셨습니다. 사람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죽음의 손이 되기도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손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당하는 비극적 사건들의 원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죄악이 만든 결과입니다.

두 번째로, 동성애자들에 대하여 하나님이 벌을 내리신 것인가요?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입니다. 사건의 장소가 게이클럽이었다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매번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를 볼 때마다 섣불리 하나님의 진노를 말하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을 졸이는 경험을 합니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 버지니아공대 사건, 심지어 Sandy Hook 사건 때에도 그랬습니다. 이번 사건을 볼 때에 게이클럽과 동성애라는 프레임에 붙잡히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지금 동성애가 죄인지 아닌지를 가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에 인간과 생명이란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총 맞아 죽어도 괜찮고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역시 범인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인간의 생명은 모두 다 고귀하고 소중합니다. 나이, 인종, 성별, 성 정체성에 상관없이 동등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하여 예수그리스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만 구원받는 죄인입니다. 이런 존재인 우리가 다른 인간의 비극적인 죽음을 향하여 하나님의 진노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세 번째로, 기독교인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우리는 기도해야 합니다. 비극적인 사건을 목격하고서 기도가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기도가 더 불타올라야 합니다. 멈췄던 기도가 다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기도의 능력이 없어서 이런 비극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도만이 비극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을 생각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성도의 기도는 능력이 있습니다. 비록 우리는 그들을 알지는 못하여도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아시지요. 성도의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위로와 치유하심이 그들에게 임하게 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증오를 이겨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프레임이 ‘이슬람’입니다. 범인이 IS와 연관되어있었다는 증거가 나오자 어떤 정치가는 이것을 빌미로 반이슬람 정책과 반이민자 정서로 몰아가려고 하는 것을 봅니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 사건이 발생했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그때 미국사회는 한인이민자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그러한 비극적 사건의 상처를 미국의 아픔과 상처로 함께 껴안고 이겨냈습니다. 증오를 또 다른 증오로 갚은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랑으로 덮어버렸습니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에 사랑만이 이기는 힘이 됩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 사랑의 선봉에 서야 하나요?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십자가의 그 커다란 사랑, 인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이기에 우리가 선봉에 서야 합니다. 증오와 미움이 할퀴고 간 상처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싸매고 감싸 안아야 합니다. 곧 빛과 소금의 역할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실천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에 동참해주세요. 가까운 헌혈센터에서 헌혈하시면 그들을 도울 수도 있고 건강에도 좋습니다.
2. 희생자들을 위한 Donation에 동참해야 합니다.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작은 정성이 모여서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3. 총기규제를 위한 정치적 투표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번 11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총기규제와 관련한 후보자들의 입장을 잘 살펴서 투표권을 꼭 행사하시기를 바랍니다.

Pray for Orlando.
<1027 0622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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