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의리있는 믿음

<목회자칼럼> 의리있는 믿음
믿음도 믿음이지만 의리있게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믿음이 있다면 당연히 의리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로 하나님께 의리를 지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의리를 지키는 것이고, 셋째는 내 신앙 양심에 의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 가운데 유독 4월과 5월은 아픈 사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Thomas Elliot의 장편 시 “황무지”에 나오는 구절처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학생이 죽고 다쳤던 4·19혁명, 제주 4.3사건,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건 그리고 5.18광주 민주화 운동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6.25전쟁까지 4월부터 6월까지 참 많은 아픈 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 속에 크고 작은 사건과 아픔을 겪을 때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믿음의 핵심입니다. 이때 믿음의 의리를 지키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모습도 있습니다. 일부 대형교회와 리더들이 하나님의 뜻을 빙자하여 기득권과 힘의 논리에 편승한 비신앙적 해석은 대다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매우 의리 없는 집단으로 만들 때가 많습니다.
얼마 전 세월호 희생자 학생의 어머니가 평생을 헌신한 교회를 떠나게 된 이야기를 신문에서 보았습니다. 예배 시간 때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가 기도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란 말을 듣고 그 길로 교회를 떠났다고 했습니다. 저 같아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이것 말고도 더 있습니다. 하나님이 세월호 아이들을 희생시켜서 대한민국을 구하셨다. 6.25전쟁이 난 것도 하나님의 뜻이고, 일제가 침략한 사건도 하나님의 뜻이었다. 대통령과 나라를 비판하고 데모하면 모두 하나님의 뜻을 대적하는 사탄이고 빨갱이다. 모든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데서 오는 절망감과 분노가 오늘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세상의 비난이 되었습니다. 쉽게 말해 어떻게 너희는 그렇게 인정머리도 없고 의리도 없냐는 것입니다.
항상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정말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다면 먼저 그분의 뜻을 우리가 결코 다 알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어떻게 인간이 하나님의 뜻을 다 알 수가 있나요?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지요. 모른다고 믿음 없는 게 아니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하는게 믿음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일에 딱 떨어지는 하나님의 뜻을 알려고 하지 마세요. 대신 내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음을 믿고 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내 맘대로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기 시작할 때 하나님 마음과 다른 사람 마음을 섭섭하게 하고 아프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하나님께 의리 없는 것입니다.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이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하는 것보다 훨씬 의리 지키는 것입니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링컨 대통령에게 한 병사가 하나님이 우리 편에 계시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링컨이 말하길 하나님이 우리 편에 계신 것보다도 우리가 하나님 편에 서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참 의리 있지 않습니까? 무턱대고 내가 하는 게 하나님 뜻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나님의 뜻에 내가 합당한지를 몰라서 고민한 것입니다. 의리있는 믿음입니다.
하나님께 의리를 지키는 믿음은 시대에 의리를 지키는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당면한 아픔과 문제들을 믿음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때 힘 있는 자들의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지 않고 약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대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망언들을 다시 돌아봅니다. 일제의 침략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지요.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다른 나라를 빼앗아 먹겠다는 인간의 욕심과 죄악의 결과입니다. 6.25 전쟁 역시 하나님이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니지요. 대신에 김일성 개인의 헛된 욕심과 죄악이 저지른 결과입니다. 세월호 사건 또한 부당한 이익에 대한 욕심과 비리 그리고 생명경시의 인간 죄악이 낳은 결과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있습니다. 곧 인간의 저지른 죄악을 선하게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일제 침략이란 죄악의 상처 속에 신음하던 조선의 백성들에게 자유와 해방의 역사를 일으키신 것입니다. 6.25라는 죄악의 칼날 속에서 새로운 희망과 생명을 일으키신 것입니다. 세월호라는 비극적 사건 속에서 죄에 대한 각성과 양심의 회복을 일으키시는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입니다. 또한, 사랑하는 자녀들을 잃고 아파하고 신음하는 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회복을 창조해 내심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입니다. 마치 구정물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듯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저지른 죄악을 선하게 사용하시는 것입니다.
얼마 전 새들백 교회의 릭 워렌 목사님 아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아들이 자살하자 온갖 비난이 목사님에게 쏟아졌습니다. 심지어 목사님이 죄를 지어서 하나님이 그 아들을 데려가셨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때 릭 워렌 목사님이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부러진 나무라도 하나님의 은혜의 정원에서는 결실을 맺는다.(Even a broken branch can bear fruit)”. 우리의 아픔과 고난에 함께하시는 선하신 하나님을 고백했습니다. 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자신과 함께 울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말했습니다.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고 껴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시는 선하신 하나님을 바라본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네 뭐네,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데려가셨네, 하나님이 벌주셔서 그런 거네, 하는 등등의 말들은 싫습니다. 참 의리 없는 말들입니다. 하나님께 의리도 아니고, 시대에 대한 의리도 아니고 내 믿음 양심에 대한 의리도 아닙니다. 대신 아무 말 하지 말고 그냥 우는 자와 함께 울어주고, 옆에 있어 주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의리있는 믿음입니다.
감히 예수님 말씀에 한 글자를 더하며 글을 맺습니다.
“의(리)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태복음5:10)
예수 믿는 우리가 의리있게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1025 / 052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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