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부부싸움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평소 가깝게 지내며 벽이 없이 대화를 나누는 지인S씨 부부가 있다. 이분들은 나이가 70이넘어 중반대에 이르렀는데 아직도 젊은 시절의 신혼 때처럼, 사랑의 열정이 식지 않고 신선하며 따듯하고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사랑을 부부간에 나누고 누리며 원앙처럼 금술 좋게 지내며 재미있게 사는 부부이다.
몇년전에 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며 왕성한 활동을 하며 지냈던 그는 이제 은퇴를 하여 따듯한 플로리다로 이사하여 편안한 여생을 부부가 정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씩 시간나는 대로 만나서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자식들이야기, 젊었을때 청춘이야기 등을 나누고 회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는 좋은 부부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들 부부가 자식이 주는 용돈문제로 이견이 생겨 언쟁을 벌이다 급기야는 감정이 격해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그래서 상대가 미워지고 자기의 마음을 이해 못해 주는것이 야속하고 속이 상해 잠자리도 따로 쓰고 방도 각방을 쓰고 있다고 한다.
전화상으로 들려오는 S씨의 음성이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가시가 돋혀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자기의 부인이 자기의 마음을 이해 못해주는 것이 너무나 분하고 못마땅하며, 미워서 견딜수가 없이 화가나 있다고 했다.
부부가 살다보면 어느 누구나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그 싸움끝에는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한다. 우리는 반드시 사랑만으로는 살기가 어렵다. 때로는 누군가를 미워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에는 미움도필요하다. 나쁜 것을 미워해야만 좋은 것이 존립해 나갈 수 있다.
나쁜것 만이 아니라 나쁜자(여기서 표현하는 나쁜자는 어느특정인, 즉 S씨 부인이 아님)도 미워해야한다. 그리하여 악이 용납 될 여지를 주지 말아야 착하고 선한 것이 뻗어 나갈 자리를 얻게 된다. 만일 이러한 악에 대한 미움이 없고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것은 원만함도 아니고 평화적 제스처도 아니다. 그것은 결국 악을 용납함으로써 악의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에 아무리 그처럼 미워해야 할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더욱 값진 것은 사랑이다. 왜냐하면 미움은 목적이 정당해도 그것 자체는 파괴요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런 파괴와 전쟁이 지나간 뒤에 영광의 승리가 온다는 것은 기쁘지만 그 과정자체는 불행이다. 거기엔 슬픔이 있고 고통이 수반되며 눈물이 생겨나고 또한 미움은 때때로 미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기쁘게 하고 아름답게 하는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사랑이 존재하는 한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도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연애시절을 마감하고 드디어 뻐꾸기둥지처럼 편안한 결혼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안도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복병이 숨어있으니 이것이 바로 부부싸움이다. 눈물 콧물 다 뺐던 연애싸움경험을 생각하면 부부싸움은 거뜬히 이겨낼 듯 싶지만, 실제로 부부싸움은 연애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팩하니 토라져서 각자 집으로 가버릴 수도 없고 코맹맹이소리나 꽃다발은 더 이상 약발이 받질 않는다.
그러다보니 평생을 살아가면서 부부싸움은 그림자처럼 두사람을 쫓아다닌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고 삶의 가치가 다르며 문제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 못하는 한 부부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갈등을 봉합시키고자 노력하는 첫번째 발걸음이 부부싸움인 것이다. 부부싸움은 결혼생활을 하는데 최대의 함정이자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이지만 부정적인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부부싸움을 한다는 것은, 한편 건강한 부부라는 의미이기도하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어느 한쪽이나 양쪽모두가 자신의 욕구를 표현 할 줄 모르고 무조건 스스로를 억제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배우자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간의 갈등은 일정부분 부부관계에 긍정적인 역활을 한다. 부부가 서로 갈등을 겪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대처함으로
써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같은 문제로 반복해서 싸우지 않는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소모전은 부부관계에 심각하게 손상을 주고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어 결국은 건널 수 없는 갈등의 골을 형성시키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싸움의 요소는 그것이 환경적인 것이든, 아니면 개인의 특성과 관련된 것이든 간에 어떻게든 서로가 봉합하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또한 부부싸움은 이기는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오히려 부부관계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어야 하는것이다. 사소한 의견대립부터 가치관과 성격차이, 크고 작은 일상의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지난해 어느 가정연구소에서 발표한 이혼에 이르는 지름길 4가지를 발표해서 눈길을 끈적이 있다. 그내용은 이렇다. 1, 늘 그런 식이지(비난) 2,너나 잘하세요(자기방어) 3,주제파악이나 하시지(경멸)4,”…..”(침묵,담쌓기) 이다. 음식 맛이 짜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게 없다. 주제파악좀 하시지 등의 이러한 말들은 인격과 능력에 대한 비난으로 자기 존중감을 손상시킨다. 비난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식의 자기방어를 낳고 결국 ‘주제파악좀 하시지’, ‘넌 그냥 그렇게 살아’)식의 경멸로 상대방의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담쌓기 또한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로, 눈 마주치지 않기, 말 안하기, 늦게 들어오기 등으로 이어지면서 거리감과 단절감을 증폭시켜 이혼으로 치닫게 한다.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춘 부부는 10년안에 이혼할 확률이 95%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부부가 싸워가면서 정이 든다면 많이 싸울수록 정도 많이 들것이다. 부부싸움이 칼로 물베기라면 평생을 싸워도 두사람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부부싸움이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것은 사실이며, 부부싸움이 잦다면 그만큼 상처를 남길 수 밖에 없다. 부부라는 관계는 두사람이 같이 행복해지기위해서 선택한 것이다. 상처입는 것이 행복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행복하고 싶다면 부부싸움은 피해야한다. 인간은 많은 동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이성적이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 동물은 아니다. 배우자의 감정에 상처를 내서라도 싸워서 이기는 것은 잠시 동안 한사람이 행복해지고 기분이 좋은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부부가 같이 행복해지는 방법은 결코 아니다. 싸워서 이기는것이 중요한가? 행복한 것이 중요한가?…….
당연히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이기려 들지 말아야한다. 싸우지 않으면 이기는 사람도, 지는 사람도 없으며 상처를 입지도 않는다. 부부싸움에도 기술이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그따위 기술은 부부싸움을 안하면 배울 필요가 없다. 싸움으로 행복해 질 수는 없다. 부부싸움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myongyul@gmail.com <1012/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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