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안개속에 거미줄이 보인다.

<김호진목사 / 올랜도 연합감리교회 담임>
2016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시간이 참 빠르게 갑니다. 자기 나이가 시간의 속도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10대에는 시간이 참 느리게 갔어요. 속도가 10마일 정도였습니다. 20대에는 20마일로 속도가 올라갔습니다. 여전히 느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0대 40대가 되니 제법 시간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달리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50대 이후부터는 시간이 고속주행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생의 끝에서 돌아보면 한평생 살아온 것이 쏜 화살처럼 지나갔다 하는 것입니다.
빠르게 지나는 시간속에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는데 문득 거미줄을 보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뒷마당을 보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일교차가 크다 보니 생기는 현상입니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안개가 많이 걷혀갑니다. 그때 깜짝 놀랄 것을 발견했습니다. 뒷마당 뒤편 숲 여기저기 펼쳐진 거미줄입니다. 다리 많이 달린 건 싫어하는 체질인지라 숲 속에 하나도 아니고 수십 개의 거미줄이 말 그대로 거미줄처럼 퍼져있는 걸 보는데 소름이 끼칩니다.
예전엔 미처 거미줄이 숲 속에 그렇게 많았는지 몰랐습니다. 나비 한 마리가 그 숲에 들어간다면 살아나오는 게 기적일 것입니다. 평소에는 안보였어요. 그런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고 나니 곳곳에 펼쳐진 거미줄이 눈에 보이는 것입니다. 재미있지요. 안개가 끼니까 평소에 보이던 것은 보이지 않게 되고 대신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된 것입니다. 만약에 나비가 사람 같은 시력이 있다면 안개 낀 날에 숲 속을 비행하는 게 훨씬 좋습니다. 곳곳에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거미줄이 잘 보일테니까 말입니다.

우리의 삶을 볼 때도 그렇습니다. 살면서 햇빛이 쨍쨍 비추는 날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푸른 날만 있으면 행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삶에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천둥과 번개가 칩니다. 때로는 짙은 안개가 우리 인생에 드리워져서 어디로 가야 할지 보이지 않을 때도 잦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때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어디로 가야 참 길인지 안갯속에서 해답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눈으로 보던 삶이 믿음으로 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눈앞에 캄캄한 일을 당했을 때 눈이 열리는 환한 길이 보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인생에 안개가 드리울 때 우리는 세 가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내 안에 도사렸던 거미줄입니다. 내 안에 안개가 드리우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집니다. 모든 것이 공허해집니다. 그러나 안갯속에서 내 안에 나를 옭아맸던 거미줄이 보이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것에 목숨 걸고 있는 허영의 거미줄,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 근심의 거미줄, 더 갖고 모두 다 갖고 싶어서 안달하게 만드는 욕심의 거미줄들이 보이는 것입니다. 스스로 쳐놓은 거미줄에 갇혀있는 자기가 보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 도사린 거미줄입니다. 주변 관계에 밀려드는 안개는 우리를 답답하게 하고 숨 막히게 하며 외롭게 합니다. 그러나 이때 주변 관계 안에 드리워졌던 거미줄이 보이는 것입니다. 맑고 화창한 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래서 건강한 줄로만 알았던 우리 사이에 사단이 쳐놓은 거미줄이 보이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하나님과의 관계를 가로막는 거미줄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에 안개가 끼면 불안하고 흔들립니다. 그러나 안갯속에서 아버지와 우리 사이에 드리워졌던 거미줄이 보이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끊지 못했던 세상의 욕심과 정욕, 분노와 미움, 그리고 자기 의와 교만함의 거미줄 가닥들이 환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나 정도면 괜찮게 믿는 줄 알았던 착각이 깨집니다.

안개처럼 눈앞이 캄캄했던 경험들이 여러분들에게 있었을 것입니다. 안개가 빨리 걷히기만을 바랬을 겁니다. 왜 이런 답답한 일들이 생기는지 원망도 나왔을 겁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안개 낀 인생의 경험 속에서 거미줄이 보이는 것입니다. 내 안에, 내 주변 관계에,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에 오랫동안 도사린 거미줄이 보이는 것입니다. 보인다면 이제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로 거미줄이 끊어져 나가기를 바랍니다. 성령의 불로 태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당신은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생에 안개를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에 닥치는 안개속에 거미줄이 보입니다.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1008 / 01202016>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