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요즘 시중에 나도는 달력을 보면, 양력의 날자와 미국의 공휴일이나 특별한 이벤트가 끼어있는 날은 달력에 잘 표시가 되어 있는데 우리 고유의 절기와 명절, 절기마다 돌아오는 민속행사 및 전통 이벤트를 적은 내용의 달력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교회에서 발행한 달력을 보니 음력의 날자는 하나도 적혀있지 않고 매일매일 성경말씀 신. 구약 몇 장 몇 절을 읽으라는 내용들로 꽉차있다.
다행스럽게 어느 식품점에서 얻어온 달력에는 음력 24절기와 명절, 그리고 미국의 공휴일과 명절들까지 상세히 적혀있어서 실상생활에 편리함을 주고 있다. 달력을 보니 양력 8월 20일이 음력으로는 칠월초이레가 되는 날로 우리나라가 옛부터 전통적으로 지켜 내려오는 칠월칠석날이다. 칠월칠석(7월7일)하면 제일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견우, 직녀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양수인 홀수 날이 겹칠 때는 길일이라 하여 그냥 넘어가지를 않고 꼭 그날을 기리는 의식인 민속놀이를 즐기면서 그날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기곤 하였다.
1월1일이 그렇고 지금은 시들해져버린 3월3일인 삼짇날, 강릉단오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5월5일인 단오날, 그리고 7월7일 칠석날이다. 칠월칠석은 삼짇날과 같이 별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날인 것처럼 지내고 있지만, 사실 삼짇날이나 칠월칠석날은 다른 날보다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의미가 깊은 중요한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칠석이 되면 민족의 정체성이 살아있는 의식이나 민속놀이는 사라지고 오직 절에 가서 개인의 기복만을 기원하는 불공을 드리는 날로 되어버렸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칠월칠석날은 불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날이다. 칠석날은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은하수를 건너 만나는 뜻 깊은 날로 직녀성의 날이 기도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견우, 직녀 전설은 중국의 우왕(BC2311)때 생겨난 신화로 누구나 알고 있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다.
음력 7월7일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 서로 떨어져있던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일 년에 한번만나는 칠석이다. 견우는 글자그대로 소치는 목동을 말하며 직녀는 베짜는 여인을 말한다. 두 남녀는 본시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하였다. 그들은 결혼을 하고도 언제나 함께 지내다보니 맡은바 일을 자연히 게을리 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본 옥황상제가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살도록 갈라놓았다. 단
지 일 년에 칠월칠석날 단 하루만 만날 수 있었으나, 크나큰 은하수가 서로를 가로막아 그저 강 건너에서 마주 건너다볼 뿐이었다.
이러한 두 남녀의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에 감복한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로 날아가 두 사람이 상봉하는 다리가 되었다. 그 다리를 까마귀 오(烏), 까치 작(鵲)자를 써서 오작교(烏鵲橋)라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까마귀와 까치가 놓은 다리를 건너 만나게 되지만 새벽 동이 트면 또 다시 이별을 해야 하며 또 애타는 마음으로 슬픈 일 년을 보내야했다.
이날이 되면 까마귀와 까치는 모두 은하수로 날아가며 신기하게도 그때는 시골에서도 까마귀와 까치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때만 되면 모든 까마귀, 까치의 머리는 견우, 직녀에게 밟혀서 머리가 벗겨져 대머리로 화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 슬픈 사랑의 전설은 고구려 벽화 중에 직녀와 소를 끌고 있는 견우의 그림과 붉은 글씨로 견우. 직녀라고 쓴 글씨가 발견됨으로 해서 고구려이전부터 있었던 역사가 깊은 전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저녁에 비가 오면 이것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새벽에 비가 오면 이별의 슬픔을 나누는 가슴 아픈 눈물이라고 전한다.
옛날의 전래를 보면, 칠석날밤에는 부녀자들이 직녀에게 바느질과 길쌈을 잘하게 하는 재주를 빌고, 칠석날의 물은 약효가 있다고 하여 우물을 깨끗이 치우고 떡을 해서 촛불을 켜놓고 샘제(우물제사)를 지내거나 칠석제(七夕祭)를 지내며 집안의 평안과 자녀를 위해 빌기도 하였다. 특히 이날 오시(午時) 정오12시의 물은 약효가 가장 좋다고 믿어 샘물에서 물을 길어다 온 식구가 모여앉아 마시기도하고, 그 물로 목욕도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며 건강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옛날 나의어린시절 기억으로는 이날 동네 남자어른들은 물지게로 샘물을 계속 길어 날라서 깊고 맑은 우물속의 샘물이 바닥이 보이는 경우를 해마다 본적이 있었다. 또 이날의 풍습으로는 칠석날밤에 견우성과 직녀성의 별자리에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동네의 젊은 총각과 처녀들이 제각기 다른 장소에서 은밀히 자기의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날은 고구려이전부터 전해져온 유서 깊은 견우, 직녀설 때문인지 우리의 선조들은 평소에 마음에 담아둔 낭군, 혹은 낭자에게 사랑의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전해진다. 그것은 은행나무씨앗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영원히 변치 말 것을 약속하는 의미라고 한다. 지금 현재 젊은이들이 지키고 있는 발렌타인데이에 주고받는 달콤한 초코렛이 이러한 전설에 걸맞게, 칠석날은 옛날 우리 젊은이들의 연인의 날이기도 하다.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나고,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이 다시 만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러니 장사꾼의 얄팍한 상술로 만들어진 Valentine Day, White Day, 그리고 Black Day라는 이상한 날들이 생겨났다. 이런 날이 되면 초코렛이 불티나게 팔리며 장사꾼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주고 있다. 아무튼 의미도 뜻도 없는 단순히 달콤한 선전문구가 정설이 되어 이젠 아주 특별한 날이 되어 우리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 칠월칠석을 만남의 날로 정하면 어떨까? 외래어를 사용해야 멋지게 보이고 그럴듯하게 느껴진다면 더불 세븐데이(Double sevenday‘s) 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정해서 이날을 헤어졌든 연인들이나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날로 정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연인에게 주는 선물도 초코렛이 아니라 우리 고유음식인 떡이나 들에 피어난 아름다운 야생화를 꺾어와 선물하는 것이다. 떡을 다양하게 만들어 포장을 예쁘게 해서 선물한다든지, 푸르른 자연동산에 지천으로 아름답게 피어난 꽃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을 한다든지, 꽃과 떡이 아니면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푸른 하늘위에 떠가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정다운 눈빛을 마주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따듯한 사랑의 얘기를 나누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또 칠월칠석날의 만남의 날을 위한 특별이벤트도 마련하고 젊은 청춘남녀가 다함께 동참하는 사랑의 광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을듯하다.
우리민족이 옛부터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날 칠월칠석이 있는데 그런 날은 모두 잊어버리고 장사꾼들에 의해 놀아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여러 가지로 우리문화의 정체성과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myongyul@gmail.com <988/08192015>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