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아버지의 자식 사랑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에 대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아버지가 사랑이 뭔지 알기나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식들 역시 같은 부모이지만 대개들보면 아버지보다는 엄마를 더 가까이하고 엄마에게서 사랑을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에 자식들이 ‘우리 아버지는 엄마만큼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정말로 억울할 것이다. 많은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어머니와 다를 뿐이지 모두가 자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어머니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사랑한다고 자식들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여전히 자녀들을 사랑하고 있다.
비록 때로는 자식들이 아버지로부터 실망을 할지라도 말이다. 한국에는 자식들의 공부를 위해 희생하며 혼자 지내는 기러기아빠들이 너무나 많다. 미국에는 언어와 문화가 낯설고 사회적인 위치도 보잘것없어 자존감을 잃어버린 아버지들이 많다. 측은하게 보이지만 이 아빠들은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둥지를 떠나지 않다가 먹이 잡이에 서투른 새끼들에게 자기의 몸뚱이까지 바치는 수컷 가시고기처럼 목숨도 아끼지 않을 아버지들이다. 오늘 이후부터 모든 아버지들은 가족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곧 온가족과 온 세상이 행복하게 되는 길이라고 믿고 싶다.
이 땅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서 부성애가 가장 강한 생물은 가시고기라고 한다. 맑은 개울물이나 연못의 물이 솟아나는 곳을 좋아하는 가시고기는 깨끗한 물에서만 볼 수 있다. 크기는 어린아이들 손가락 굵기의 작은 고기이며 등은 암회색 빛이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고기이다. 하지만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아빠 가시고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붉은 분홍색으로 변해간다.
또한 아빠 가시고기는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온몸에서 끈끈한 액체를 내어 어미 가시고기가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둥지를 만들어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미 가시고기는 알을 낳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가버린다. 왜 어미가시고기가 갓 낳은 새끼들을 놔두고 떠나버리는지 아무도 모른다. 혼자된 아빠 가시고기는 알 주위를 떠나지 못한 채 밤낮으로 알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을 노리는 물고기와 물벌레들에 대항해 온몸을 부딪치며 싸운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뜬눈으로 새끼를 지키는 아빠 가시고기는 그만 지칠 대로 지쳐 둥지 곁에서 숨이 끊어지고 만다.
그러면 새끼 가시고기들은 아빠가시고기의 몸을 뜯어먹으며 자란다. 아빠의 몸에 뼈만 앙상하게 남을 때까지…….. 가시만 남은 몸에 새끼들이 둥지를 틀고 살 때까지 그대로 몸을 내어주는 아빠 가시고기….. 엄마가시고기는 이렇게 새끼들에게 몸을 뜯어 먹히는 것이 두려워서 일찍 집을 떠나가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 어린 새끼들 중에는 아빠 가시고기의 뒤를 이을 가시고기도 있을 것이다. 아빠 가시고기가 온몸을 다 바쳐 사랑해 주었던 것처럼……. 이렇게 아빠가시고기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어느 사형수와 효녀 심청이 못지 않은 딸과의 슬프고 아름다운 부녀간의 눈물나는 이야기를 곁들여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어느 사형수가 어린 딸의 손목을 꼭 쥐고 울고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를 혼자 이 세상에 남겨두고 내가 어떻게 죽는단 말이냐….’
‘아빠, 아빠 죽지 마 죽지 마, 흑, 흑, 엉 엉’ 마지막 면회시간이 다되어 간수들에게 떠밀려나가면서 울부짖는 소녀의 목소리가 한없이 애처로워 간수들의 가슴을 도려내는 듯 했다. 소녀의 아버지는 다음날아침 새벽 종소리가 들리면 그것을 신호로 하여 교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소녀는 그날 저녁에 종치기 노인을 찾아갔다. ‘할아버지 내일아침 새벽종을 치지마세요. 할아버지가 종을 치시면 우리아버지가 죽으셔요. 할아버지 제발 우리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네?’.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슬피 울었다. ‘얘야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만약 내가 종을 안치면 나까지도 살아남을 수가 없단다’하면서 할아버지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마침내 다음날새벽이 밝아왔다. 종치기 노인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종탑 밑으로 갔다. 그리고 줄을 힘껏 당기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힘차게 줄을 당겨 종을 쳐도 여전히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그러자 사형집행관이 급히 뛰어왔다. ‘노인장 시간이 다되었는데 왜? 종을 울리지 않나요? 마을사람들이 다 모여서 기다리고 있지 않소?’하고 독촉을 한다. 그러나 종지기노인은 고개를 흔들며 ‘글쎄, 아무리 줄을 당겨도 종이 안 울립니다’. ‘뭐요? 종이 안 울리다니 그럴리 있나요?’ 집행관은 자기가 직접 줄을 힘껏 당겨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종은 울리지 않았다. ‘노인장, 빨리 종탑위로 올라가 봅시다’ 두 사람은 계단을 밟아 급히 종탑위로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거기서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종의 추에는 가엾게도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소녀하나가 매달려 자기 몸이 종에 부딪쳐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그 날 나라에서는 아버지의 죽음을 대신해서 죽은 이 소녀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하여 그 사형수에게 형벌을 면해 주었다. 그러나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어린 딸을 부둥켜안고 슬피 우는 그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은 보는 사람 모두를 함께 울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우리네 가정의 아버지는 딸에게 한그루 커다란 나무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말없는 사랑의 그늘이 되어준다. 모진 비바람, 뜨거운 태양 빛을 막아주며, 계절이 바뀌고 눈보라치며 세찬 바람이 불어 잎이 지고 가지가 꺾여나가도 그루터기로 남아 조용히 눈물 쏟으며 주야로 사랑하는 딸을 위해 기도를 한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가슴을 쥐어뜯는 기도로 자란 딸은 결코 잘못되는 일이 없다.
‘사랑한다 내 딸아.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그리고 영원토록…….’ 이것이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딸에게 전하는 말이다.  myongyul@gmail.com  <962/020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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