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열칼럼> 고부 갈등

<칼럼리스트 / 탬파거주>
어느 나이 드신 어머니의 푸념이다. 며느리가 잘못 들어와서 집안의 화목이 깨지고 아들과 어머니 모자지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서 앙금이 쌓여간다고………. 이모두가 여우같은 며느리 때문이라고 탓을 돌린다. 웬만한 가정에 돋보기를 대고 뚜껑을 열어보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고, 며느리는 시어머니 때문에 못살겠다고 한다.
고부간의 갈등은 사소한 문제에서 큰 문제까지 마찰을 빚어서 마치 개와 고양이처럼 다투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일들이 왜 자주 집안에서 생겨나고 문제를 만드는가 하고 생각을 해 보니 물질적인문제도 있지만 서로 간에 소통과 배려가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더 많다.
즉 이기주의로 가득 차 있고 자기의 잘못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고부간에 서로가 남의 탓으로만 돌린다. 그리고 서로가 너무나 잘났고 똑똑하다. 모르는 것이 없다보니 입씨름이 벌어지고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지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서슴치 않고 하다 보니 서로 간에 상처를 준다.
아들도 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어머니는 아들 때문에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되었다. 이에 한술 더 떠서 시어머니에게 고통을 주는 며느리도 있고 이를 감수하는 시어머니도 생겨났다. 이러다보니 며느리의 시집살이와 설음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시어머니의 시자도 듣기가 싫다는 며느리가 많다. 심지어 시자가들어가는 시부모, 시동생, 시누이, 시금치, 시래기, 시영아파트, 시의원 등등 시자가 붙은 말을 보면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킨다. 반면에 며느리만보면 혈압이 오르고 치가 떨린다는 시어머니도 있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서 누군가 나서서 중재를 해야 하지만 늘 효과는 별로이다. 어느 사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돈이 최고라고 한다. 어느 쪽이건 징징거리면 돈으로 입을 막으면 된다고 한다. 며느리에게는 돈으로 선물을, 시어머니에게는 용돈을 두둑히 드리면 싸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이나 부처님께서 전지전능으로 도와주시는 것이 아니라 돈이 만사를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그러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에는 너무나 서글픈 이야기이다. 물질만능의시대가 이렇게까지 우리의속을 뒤집어 놓을 줄은 미쳐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지금세상에 누가 등신처럼 시어머니에게 구속받고 살아? 시어머니가 뭐그리 대단하다고…..” 이런 말을 하는 며느리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누가 겁도 없이 며느리성질을 건드려? 제명대로 살고 싶으면 찍소리 말고 참고 살아야지” 이렇게 말을 하는 시어머니도 생겨났다. 고부간의관계는 순수한 애정으로 이루어진 관계가 아니다. 또한 본능적으로 서로를 아낄 수 있는 자연적 조건에 의해 결합된 관계도 아니다. 두 여인은 혈연관계가 아니라 법에 의해 만들어진 가족관계일뿐이다. 남편은 그 중간에 끼어있는 입장이 어서 두 사람이 친 모녀지간처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이가 되기를 바라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그 본질자체가 하나로 되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시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아들이 되지만 며느리 입장에서 보면 남편인 한 남성을 가운데 두고 서로가 심리적인 면과 견제적인 면에서 갈등이 일어나기마련이다. 양자사이에서 애정에 대한 빼앗기지 않으려는 독점력과 질투심이 인간인 이상 생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즈음 며느리 살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고부간의 갈등은 어느 가정에서나 대부분 많이 일어나며 그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며느리가 약자인 것이 사실이다.
고부갈등은 어느 가정에서나 있는 일이지만 이를 잘 풀어나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일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아들과 남편이란 관계를 통하여 이뤄진 관계이다. 때문에 고부갈등을 풀어가는 데는 무엇보다 남편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방관자의입장이 아닌 아내나 어머니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자세가 반드시필요하다. 결혼 전에는 부모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못하던 남편들, 그중에는 결혼 후 아내를 통해서 효도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고부갈등이 생기면 이제껏 키워준 어머니께 불효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내에게 일방적으로 참을것을 요구하거나 방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어머니와 아내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다. 남편이 어머니의 편에 서서 생각하면 고부갈등은 더욱 심해지며 이는 부부갈등으로 치닫게 된다. 아내는 남편의 이런 행동이 더욱 야속하고 미워져서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아내의 어려움을 먼저 이해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모습이 필요하다. 시어머니와 갈등으로 힘들어할 때는 일단 아내의 입장에서 이해해줘야 한다. 무엇이 불편한지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것에 호응 해줘야한다.
옛날의 성 불평(남존여비)등 사회에서 살아온 시어머니들은 결혼과동시에 아내가 시가에 종속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적응하며 평등 의식을 갖고 살아온 현대식며느리는 그것이 부당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럴 때 남편이 아내의 편을 들어주면 자신의 입장을 이해받는 아내는 갈등을 끌고 가거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지 않는다. 어머니 편에서는 자식이 무척이나 야속하고 자신의 입장을 몰라주는 것이 섭섭하지만…….그러나 고부갈등으로 인해 이혼을 하거나 가정이 파탄 나는 것만은 피하는 것이 현명한방법이기에…….사람은 자기의 상황에 인정을 받으면 자기연민에서 빠져나와 마음이 넓어진다.
남편의 위로와 이해를 받은 아내는 마음이편해지면서 주위에 대해 관대해지는데 이때 고부갈등의 개선에 대해 부부가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남편이 아내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감정을 소중히 다뤄주면 아내는 시어머니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깊어지지 않아 고부갈등도 잘 극복할 수 있다.
반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아들의 부부관계보다 늘 앞서서 일어난다. 남편과 아들에 대한 뒷바라지가 자신의 역할 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던 어머니세대에서 특히 아들을 키우는 동안 그에게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아 부었겠는가?
아들의 요구라면 무엇이던지 우선적으로 들어주고 아들을 대신해서 죽으라면 죽을 각오도 돼있는 천륜의 모자관계에 아들이 결혼 후에는 젊고 예쁘고 똑똑한 며느리에게 마음을 뺏겼으니 어머니의속은 평온치가않다. 특별한 모자관계의 그사이에 졸지에 며느리가 끼어들었으니 시어머니 입장에서 볼 때 며느리라는 인물은 별반 노력 없이 나의소중한 아들을 빼앗아간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며느리는 이러한 시어머니의 입장을 이해하여야하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남편, 그 남편을 낳아준 시어머니도 사랑해주고 그 마음을 따듯하게 위로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myongyul@gmail.com> 946/093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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