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꾸러기의 짧은 글 긴 생각> 지난 이야기

이경규목사 / 서울 새로운 성결교회 담임
오늘 지난 30년동안 학교에서 교목으로 사역 하면서 학생들과 생활하는 가운데 느꼈던 것들 중 아이들의 노트나 낙서에서 읽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글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 중에 몇 개를 옮겨 적어본다.

<컨닝에도 도(道)가 있다 2009.8.5)
이제 학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에 들어갔다.
성탄의 계절이 되고, 연말이 된 것이다.
마지막 수업시간에 교실을 정리하라고 잔소리를 하다가 우연히 한 학생의 책상 위에 적혀 있는 글을 발견했다.
재미있기도 하고, 생각해 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 적어놓았다.
제목이 우아하게 ‘컨닝에도 도(道)가 있다’이다.
제1도는 감독선생님과 우등생의 위치를 아는 것이니, 이를 지(智)라고 한다.
제2도는 감독선생님이 바로 앞에 있어도 과감하게 실행하는 것이니, 이를 용(勇)이라고 한다.
제3도는 컨닝한 답이 이상해도 그것을 의심하지 않으니, 이를 신(信) 이라고 한다.
제4도는 남이 컨닝하다 걸리면 안타까워하는 맘을 가지니, 이를 인(仁)이라고 한다.
제5도는 컨닝하다 들켜도 컨닝의 근원지를 밝히지 않으니, 이를 의(義)라고 한다.
제6도는 보여준 사람보다 점수를 약간 낮게 받도록 베끼는 것이니, 이를 예(禮) 라고 한다.

<수학여행 낙수(落水) 2001.5.13>
지난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2박3일동안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수학여행에서 있었던 황당한 일 몇 가지.
1. 짐을 최대한으로 줄인다고 차곡차곡 짐을 꾸렸다.
그리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 편의점에 들려 필름을 샀다. 그런데 짐을 줄이다가 카메라를 놓고 온 사실을 비행기를 타고 발견했다. 그 황당함이란.
2. 첫째 날 저녁 강당에 모여서 찬양을 하고 예배를 드리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집에서 설교를 잘(?) 써서 컴퓨터로 쳐서 인쇄를 했다.
첫째 날 오후 숙소로 들어가면서 차 안에서 설교를 한번 더 읽어보려고 가방을 열은 순간 짐을 줄인다고 성경책도 작은 것을 넣고 오느냐고 설교를 인쇄하여 넣어놓은 성경책을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황당 그 자체.
흔들리는 차 안에서 볼펜을 꺼내 20분동안 설교를 다시 준비하였다. 설교가 끝나고 듣기 좋으라고 장로님이 하시는 말씀. ‘준비하신 설교보다 더 은혜로웠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준비해서 한 설교가 은혜롭지 못했다는 말인가???
3. 수학여행인지 신혼여행인지 구별을 못하는 커플들 때문에 선생님들의 기분이 영 그랬다.
참다못한 학생부장선생님이 한 남학생을 불러서 주의를 주는데, 그 학생 왈 ‘저희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결혼할 것입니다’라고 한다. 학생부장선생님께서 ‘그러면 학교에 돌아가서 퇴학처리 해 줄테니까 살림을 차리든지 네 마음대로 해라’라고 말씀하시자, 그 학생 왈 ‘안돼요, 그래도 고등학교는 나와야 먹고살지요’라고 하는 것이다. 황당한 기분이 가시지 않는다.
어디 그 학생뿐이랴… 주제파악 못하는 것들이.
그 부모가 보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교사가 읽기에 입맛이 쓴 글 2007.4.29>
지각했다고 맞고 떠든다고 맞고 대든다고 맞고 성적 떨어졌다고 맞고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까
하지만 잘못했다고 다 맞을 수는 없잖아 2교시 끝나고 중간식사 하다가 선생님께 들켜서 교실 앞으로 불려나갔다
선생님의 솥뚜껑같은 손이 아직 밥을 씹고 있는 불룩한 볼을 강타한다
따따따따~~~~~
밥알이 총알 되어 칠판을 향해 날아가고 아이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럴 때는 때리는 선생님도 동물같고 맞는 나도 동물같다
그래 이것마저도 내가 잘못했으니까
즐거운 점심시간이 지나고
5교시 HR시간
공부 못하는 날라리 친구가
토론주제를 두발자유화로 건의했다가 선생님께 불려나가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덜된 녀석은 맞아야 한다는 훌륭한 선생님의 지론
친구는 얼굴이 붉어져서 자리에 앉으며 ‘맞은 것은 괜찮지만 인간 이하의 수모는 참을 수 없다’고 중얼거린다
하긴, 공부 못하면 인간도 아니니까 <942/0903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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