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 탬파거주> | |
미 재향군인회 주최, 한국전 정전 60주년기념식에 참석해 참전용사들을 위로한 한겨레여성합창단.한복(韓服)은 우리민족 고유의 옷이다. 옛날부터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들 한민족은 고유의 한복을 입었으며 위정자와 귀족은 외래문물의 영향을 받은 복식을 도입해 입으면서 유행을 만들어내고 격식에 따라 다른 옷을 입기도 하였다. 색이 들어간 천은 관복으로서 각 시대의 위정자가 내린 복식금제에 따라 다른 양상을 띠었으나 대다수의 평민들은 흰색옷을 즐겨 입었으며 한복의 기본구성인 치마와 저고리 바지 등은 변치 않고 오랫동안 오늘날까지 기본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보건데 한복은 전통복식으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 상체가 길고 하체가 짧은 한국인의 체형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활동성을 중시하며 딱 붙는 옷이 아니어서 살집이 있다고 해도 꾸밈에 따라 아름답게 보일 수가 있다. 또한 천 자체를 보면 직선형이지만 몸에 입을 경우 곡선이 살아나게 도와주는 미(美)적 특징도 나타나며 이에 관련하여서는 주머니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마, 즉 상. 하의가 분리되어있어 형태상으로 구분된다. 그러한 우리민족 고유의 상징인 한복을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남-여 노소 구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고 한껏 명절분위기를 더 멋있게 연출해내기도 한다. 여인의 손에 끼워진 고운 옥가락지를 닮기도 하였고 분홍빛 탐스러운 복숭아 같기도 하다. 그도 아니면 고매한 선비의 먹물을 풀었다고 해야 하나……..
한복에 드리워진 고운 색을 볼 때마다 아름다운 자연을 만난 듯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보면 한복의 매력은 아무래도 색깔에 있는 듯싶다. 날아갈듯 가벼운 나비, 청초하게 피어난 들꽃, 짙푸른 바다와 황금빛 들판,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색의 주인이 되고 우리를 빛나게 하는 한복이 된다. 한복의 색깔이 이토록 다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박한 일상과 눈부신 자연의 색을 최고로 표현할 수 있는 옷, 그것이 바로 한복이다. 한복은 변화무쌍한 우리네 사계절을 닮았다. 다 같은 봄이라 해도 해마다 그 맛이 다르기에 매년 다가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기다려지는 것처럼 한복 역시 같은 소재를 사용했다 해도 그 맛이 천차만별이기에 늘 가슴이 설렌다. 봄은 날아갈 듯한 소녀와 같고 여름은 시원한 그늘과 같으며 가을은 우수에 찬 낙엽과 같고 겨울은 위풍당당한 삭풍과 같다. 이렇듯 옷을 입는 사람도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매력을 지녔기에 나는 다른 어느 의상보다도 한복을 사랑하고 그 한복을 입은 여인을 보면 더욱 오묘하고 깊은 아름다움의 환상에 젖어든다.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는 한복을 참으로 오랜만에 볼 수가 있었다. 한국인의 명절인 추석이나 설이 되면 으레 곱게 차려입는 그런 한복차림이 아니라, 자신의 조국인 아니고 연합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국참전용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의 뜻을 후세들에게 알리기 위해 한국전 참전용사 건립비제막식에 참석한 한겨레 여성합창단원들의 한복차림을 이곳 우리들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 탬파의 Veterans-Memorial Park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화씨90도가 넘는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날아갈 듯 화사하고 곱게 차려입은 한겨레여성합창단원들의 아름다운 한복물결이 행사장 전체를 압도하며 한여름의 투명한 푸르름 속에 짙은 녹색과 찬란한 태양볕 아래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수채화 같은 그림을 연출해주었다. 행여 곱게 차려입은 색동저고리, 연두색, 핑크, 장미 빛의 아름다운 치맛자락이 밟힐세라, 앞가슴자락 옷고름이 풀릴세라 조심조심 잔디밭 위를 사뿐 사뿐히 걸어가는 여인들의 모습은 가히 지상에 내려온 하늘의 선녀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지난 7월27일 오전11시,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우리의 땅을 지키고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해준 참전용사비 건립개막식에 참석한 4백여 명의 내빈들 시선을 한 몸에 집중시킨 우아하고 아름다운 한복차림의 한인 여성들을 보고 모든 사람들은 그 맵시 있고 화사하며 아름다운 한복차림의 여인들 모습에 넋을 잃은 듯 했다. 그녀들은 노래도 썩 잘했고 한복을 입은 옷매무새도 무척이나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일상생활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매주 마다 한겨레저널사 연습실에 모여 목청을 가다듬고 자기가 가진 소질을 개발하여 노래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평안을 찾게 해주며 합창음악을 통하여 지역의 문화발전에 앞장서고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며 건전한 한인공동체 문화를 육성하는 그분들 모두에게 격려와 함께 힘찬 박수갈채를 보내드리는 바이다. 앞으로 좀 더 바랄 것이 있다면 가능한 한 좀 더 많은 기회를 내어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음악을 통해 인간의 정신을 순화하고 지친 자를 쉬게 하며 고통을 서로 나누고 병든 자를 위로하며 삶의 기쁨을 드높이는데 기여해주시기를 바라는 바이다.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입고 미국주류사회에 한인의 위상을 드높였으며 한국고유의 멋과 얼을 빛내준 한겨레 여성합창단 단원 모두에게 하나님의 넘치는 축복과 은혜가 함께 하시기를 빌어드리겠다. 그리고 이 합창단의 창단은 물론 이제껏 물심양면으로 뒤에서 보이지 않게 수고를 아끼지 않는 이승봉 사장님과 사모님, 그리고 직원여러분들께도 독자와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감사와 아울러 그 노고를 마음속깊이 치하 드리는 바이다. 한겨레 여성 합창단의 무궁한 발전을 빌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myongyul@gmail.com>895/0904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