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내가 본 마이애미한인사회의 옛 모습 ( 15 ) 

<김현철칼럼>내가 본 마이애미한인사회의 옛 모습 ( 15 )

‘꼭 필요한 언론’과 ‘악질 언론’의 모습을 보인 신문사

평소 남에게 금전적인 피해를 입고 신문사에 호소해서 돈을 돌려 받는 경우들이 알려지면서 동포에게 피해를 입은 이 고장 한인들 중에는 신문사를 한국의 경찰서 같은 곳으로 착각하리만큼 자기네 억울함을 신문사에 호소해 오는 경우가 잦았다. 하긴 미국의 수사기관이라는 곳이 한국처럼 단 돈 백만원(약 9백불)의 피해액수라도 사기 고소가 들어오면 재깍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경찰력은 부족하고 사기 사건은 넘쳐나는 바람에 피해액이 3백만불(약 33억원) 이하인 사기사건은 아무리 눈물로 호소해도 수사관들이 거들 떠보지도 않는 실정이기에, 피해자 처지에서는, 죽이고 싶도록 미운 가해자의 실명을 밝히며 기사를 쓰는 신문사이니 어느 정도 원한도 풀릴 수 있는데다 특히 피해자가 돌려 받는 돈의 댓가를 전혀 요구하는 법이 없었으니 이 신문사야 말로 부담 없이 의지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당시 신문사는 가해자들에게 ‘피해액을 돌려 줄 경우 기사를 안 쓴다’는 조건을 내세웠기에 액수가 아주 크지 않은 가해자가 아니고는 대부분이 신문사의 권유를 따라줬던 것이다. 신문사가 피해자를 위해 돈을 받아 주는 기관이 아니기에 이 고장 신문사말고는 세계 어디를 가나 피해자의 돈을 받아 주는 신문사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우선 가해자 이름들을 가명으로 보도하는 등 적당히 타협을 하는 언론이라면 가해자나 불의,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이 기사를 두려워할 까닭이 있겠는가?
“아들이 도둑질을 했더라도 체포해야 하는 게 올바른 경찰이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걸 못하겠다면 기자 생활을 접어라.”, “악의 편인 뉴스원은 반드시 실명을 밝히되 선의의 피해자나 미성년자만 가명을 써라”… 귀가 닳도록 들어 온 선배 기자들의 엄한 가르침을 잊고 실명 대신 가명으로 얼버무리는 언론은 ‘언론’이라는 이름을 이용한 ‘영업언론’일 뿐이니 그러한 ‘영업언론’으로 언론 본연의 임무인 ‘사회악 척결’이라는 대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가해자가 신문사를 재정적으로 도와주고 있는 광고주라 해서 타협한 적이 없었기에 기사가 보도된 후의 결과는 연중 계속되던 광고가 가해자의 분노로 중단됨은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필자의 사업이 잘 돌아 가는데다 아내의 정신적인 뒷받침이 없었다면 단 몇 달도 버티지 못할 신문사였으니 신문사 사주인 필자야 말로 사업에 관한 한 바보 중에도 큰 바보였던 것이다.
어느 날 젊은 부부가 “사기 피해자”라며 신문사를 찾아와 피해당한 내용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했다.
피해자의 호소 내용을 요약하면… “우리 회사 부사장으로 들어오면 그에 따른 신분 해결책으로 미 영주권 해결과 생활급의 봉급을 지불해 준다”는 사장님의 달콤하고 솔깃한 약속을 믿고 가진 돈 전액(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정확한 액수는 기억 못하나 5만불?)을 주었는데 첫 달만 봉급을 주고는 그 후 부터는 사장님이 완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뒷조사를 해 본 결과, 가족들의 꿈이었던 영주권 수속은 1년이 되어 오도록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준 돈 도루 내 놓아라, 없던 일로 하겠다’고 했더니 돈은 다 쓰고 없으니 ‘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 이제 어린 아이들 및 가족의 생계가 막막한데 이런 경우 신문사말고 어딜 가서 호소할 데가 있냐? 제발 신문사에서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필자는 가해자에게 전화로, 사실을 확인 후에 ‘돈을 돌려주면 기사는 안 쓸 테니 피해자의 어린 아이들을 봐서라도 하루 속히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 줄 수 없겠냐?’고 회유했으나 적반하장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사장님은 ‘당신 마음대로 해, 기사 나가면 청부살인 업자를 3천불에 고용해서 한 밤중에 쥐도 새도 모르게 당신을 마이애미 앞 바다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 줄께, 각오해!’ 하고 협박했다.
이러한 가해자의 자세로 보아 별 방법이 없을 듯해서 피해자에게 돈 받기가 어렵겠는데 어쩌면 좋으냐고 했더니 한 숨을 크게 쉬면서 ‘어쩔 수 없군요, 그냥 기사나 써 주세요’ 했다.
큼지막한 기사가 터지자 며칠 후 피해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신문에 기사가 나가고 나서 며칠 후 사장님이 돈 전액을 돌려주데요, 정말 감사합니다. 돈을 돌려 줄 바에는 왜 기사는 나가게 하죠? 진짜 이해하기 힘든 사장님이네요’했다.
그 후로도 필자의 신상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었으니 필자가 단명 운을 타고 나지는 않은 듯했다.
얼마 후 이번에는 어느 한국식품점의 젊은 엘리트 여사장이 신문사에 찾아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호소 내용은, 가게를 팔고 학업(대학원)을 계속하기 위해 뉴욕으로 이사 가려고 모든 준비를 끝냈는데 막상 잔금 4천불(가게 전액은 3만 불)을 오늘까지 준다해 놓고 이제 와서는 가게 값이 너무 비싸서 못 주겠다고 버티니 어쩌면 좋으냐며 3만 불에 판다는 계약서를 보여 주었다.
필자는 내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야 할 가게 전 주인의 처지 등을 생각해서 즉시 이 가게를 새로 사들어 오는 분을 만났다. ‘신문에 이러한 불미스런 내용이 터진다면 이 가게 사장님을 믿고 단골손님들이 계속 찾아오겠냐? 계약대로 깨끗이 잔금 4천불을 치르고 가게를 성실히 운영해서 4천불을 다시 벌어들일 것은 물론 앞으로 이 고장에서 많은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길 바란다’ 했더니 한참을 망설이다가 잔금을 치르면 기사는 안 나가는 것 약속하겠냐고 물었다. 이렇게 해서 전 주인은 무사히 뉴욕으로 이주, 학업을 계속해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 모교로 초빙돼 교수가 되더니 근래에는 드디어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 활약 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밖에도 억울한 피해자들을 도운 케이스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리만큼 많아 필자가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해서 필자가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있던 신문사는 억울하게 당한 피해자들로부터는 “어느 사회에서나 꼭 있어야 할 언론”이라는 칭찬을 듣는 반면 가해자나 부정비리 연루자 또는 그 측근 인사들로부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악질언론”이라는 악평을 동시에 들어야 했다.(계속) (플로리다자연치유연구원장)kajhck@naver.com <874/2013-04-0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