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칼럼> 목사님이 ‘가짜박사’ 장사꾼이라니? 

<김현철칼럼> 목사님이 ‘가짜박사’ 장사꾼이라니?

‘뉴욕 모 일간지’가 발행하는 주간지에 전면기사로 ‘주경야독으로 세계 제1호 태권도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아무개 관장’이라는 커다란 제목이 눈에 들어와 부제목을 봤더니 플로리다 중부 지역 도시의 태권도장 이름과 관장인 태권도 사범 이름이 눈에 들어 왔다. 필자가 처음 듣는 ‘태권도학 박사’ 제1호가 플로리다에서 배출되다니! 충분히 기사 가치가 있었다.
우선 플로리다에서 발행되는 동포신문이 모르는 내용이 뉴욕의 주간지에 보도된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면서 필자는 뉴욕으로 전화, 기사 쏘스(취재원)와 기사 내용 확인 여부, 이 기사가 나가게 된 경위 등을 물어 사전 취재를 했다. 놀랍게도 주간지의 담당 편집기자의 대답은 “태권도사범 자신이 전화로 알려 와서 재미있다 싶어 학위를 준 학교에 확인 없이 그냥 믿고 썼다”는 것. 다시 말하면 기사에 관한 책임감 같은 것은 안 중에 없고 그냥 흥미 위주로 기사를 다뤘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혹 기사 내용이 잘 못됐으면 취재 후 알려 달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많은 동포 언론은 이렇게 무책임했다. 기사는 ‘그랬다’고 보도하고 ‘아니면 말고’라니 언론치고는 무책임의 극치가 아닌가.
차츰 필자의 생각은 이 기사의 내용이 과장 또는 허위기사 쪽으로 기울었다. 이 태권도장 관장 자신이 이 고장에 오래 살고 있는 터라 주변에 자신을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가까운 지역 신문에 알리지 않고 멀리 뉴욕지역 신문에 알린 것부터가 뭔가 이상하다 싶어 우선 기사 중에 학위를 수여한 그 학교(Coralridge Baptist University)를 알아보기 위해 그 학교 전화번호를 찾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번 그것도 며칠간이나 연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사무직원인 듯한 여자 목소리가 영어로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기면 리턴콜을 하겠다’는 녹음테잎만 계속 돌아갔다. 방학중에도 일부 직원들이 자리를 지키는 게 미국 내 학교들이 아닌가? 이걸로 필자는 ‘태권도 사범 당사자가 뉴욕 신문사를 속였음’을 직감했다.
또 뉴욕의 위 주간지 기사에 따르면 학위를 수여한 학교의 총장이 한국인 목사인데다 학교 소재지가 플로리다, 그리고 학생 수가 3천명이나 되는 미국에서 가장 큰 신학교를 아직도 모르고 있다면 플로리다에서만 20여 년간이나 기자생활을 해 온 필자는 ‘바보 기자’가 아닌가?
더구나 신학대학에 태권도박사 논문을 심사할 교수가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면서 ‘역시 이건 아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곧 필자는 플로리다 안에서 태권도장을 열고 있는 사범들의 모임이 자주 있음을 알기에 평소에 신뢰할 수 있는 고참급 태권도 관장 두 분께 연락, 가짜박사 여부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다른 태권도 사범 중에도 어느 한국인 목사님이 찾아와 “태권도 박사학위를 안 받겠냐? 5천불이면 된다”는 유혹을 받은 분들이 있었으나 가짜학위는 받아서 뭘 하냐고 생각, 거절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칭 ‘태권도 박사’는 평소 불성실한 언행 때문에 그 분을 믿어 주는 동료 사범이 없다는 것, 박사학위 따려면 공부, 논문 작성 때문에 몇 년간은 도장에 나올 수 없을 텐데 ‘단 1주일도 도장 근무를 쉰 적이 없다’는 증언 등은 ‘가짜’일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드디어 필자는 4시간동안 차를 몰고 예고 없이 이 가짜박사가 있는 태권도장에 찾아갔다. 필자의 명함을 본 이 분은 약간 당황하더니 ‘잠간 앉아 기다리면 커피를 사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얼른 일어나 벽에 걸린 학위증을 받고 촬영한 검은 까운 차림의 사진을 필자의 카메라에 담았다.
필자는 이 분이 앉자마자 ‘학위논문’을 보여줄 수 없냐고 했으나 이런저런 핑계로 응하지 않았다. 이어서 필자는 뉴욕주간지 기사에는 ‘태권도학 박사’라 했는데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필자는 그 대학교가 신학교라는데 태권도 박사가 웬 말이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기독교교육학’이라고 말을 바꿨다.
필자는 이어 그 학교 건물이 어디 있느냐고 했더니 정확한 소재지를 대지 않고 자기는 학교까지 가지는 않고 주임교수님의 배려(?)로 야간에 그 분 교회에서 공부했다고 둘러댔다.
다른 박사학위 수여자들은 평균 5~6년 짧아도 3~4년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열심히 공부하고 논문을 작성해야 하는데 어떻게 단 1주일도 직장(도장)을 쉬지 않고 박사 학위를 딴다는 게 가능하냐? 고 하자 ‘야간대학’이니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학위 따는데 든 비용 총계는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한참 망설이다가 4~5천불 들어갔다고 했다. 필자는 다른 사람들은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최소 3년에서 6년 이상 사이에 최소 10여 만 불에서 30만 불 이상이 드는데 참 재주가 좋다며 담당 주임교수가 누구냐고 물었다. 모 한인교회 담임 목사로 있는 교역자 이름을 대면서 아주 자상하고 친절한 교수님이라고 했다. 학장 이름을 묻자 역시 바로 그 목사님이란다. 총장은 누구냐고 하니까 또 그 목사님(?)이란다. 결국 이 대학교는 목사 한 분이 총장, 학장, 담임교수 까지 다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필자는 단도직입적으로 “왜 세상을 그렇게 사느냐?” “훗날 자녀들이 자라서 우리 아버지가 5천불에 가짜박사 학위를 사서 신문에 진짜박사로 둔갑된 기사가 나간 사실을 안다면 아버지를 존경하겠느냐? 우리가 언젠가 세상 뜨는 날, 지나간 날들에 부끄러웠던 일이 되도록 없는 세상을 살자”고 했다. 이 분이 마지막 한 말은 “다시는 이 박사학위 보유자라는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였다.(계속) kajhck@naver.com <201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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