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환관(宦官)들의 박비어천가(朴飛御天歌)

“10월 유신”은 “야만시대가 낳은 산물”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화제다.
유신시대 때 긴급조치 위반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당시 한신대 학생이었던 임모씨 외 4명이 35년 만에 제기한 재심 청구를 법원은 받아드렸다. 그리고 지난달 말 서울 북부지방법원 형사1부의 김재환 부장판사는 재판에서 “유신은 국민저항 탄압용으로 유신시대 자체를 폭압적인 야만시대가 낳은 산물로써 마땅히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역사를 보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법원의 판결이라는 관점에서 예의 주목 할만한 사안이다.
판결 직후 사회단체 및 학계의 반응도 판결내용과 대동소이하다. 홍사덕 등 쿠데타와 유신을 미화하는 박근혜 진영의 환관(내시)들에게도 물 먹인 판결이다.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가 된 박근혜의 역사관과 법원의 판결내용은 엄청난 차이를 보여줬다.
그녀를 상대로 국가의 지도자가 되길 희망하는 사람인 이상 그녀의 역사에 대한 인식, 즉 역사관을 묻는 앞에서도 그는 쿠데타와 유신을 아버지로서는 어쩔 수 없는 구국의 결단이라는 식의 구태의연한 상황논리로 나름의 소신을 밝히고 있다.
거기에 “옳소”를 외치는 공주를 에워 싼 환관들의 못 말리는 굿놀이는 완전 개그수준이다.
그리고 “유신은 100억달러 수출달성을 위한 조치였다”는 대표적인 환관(宦官) 홍사덕의 황당한 괴변에 대해 반대진영의 논리는 정연하다.
민주헌법국가에서 금과옥조는 3권 분립과 국민의 기본권보장이라며 유신은 경제발전보다 박정희의 영구집권에 목적이 있었다며 홍사덕의 발언은 민주주의 가치부정이자 헌법적 가치를 수출을 위해 부정하는 터무니없는 짓거리로써 민주주의 국가 시민으로서 자질이 의심된다고 했다.
수출달성을 위한 헌법 부정 및 파괴행위에 대해 새누리당 경선을 박근혜 원맨쇼로 보고 보이콧 한 정몽준의원은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느냐며 비웃었고, 역시 경선을 거부했던 이재오도 발끈한다.
유신을 그렇게도 당당하게 표현하는 박근혜가 왜 유신의 희생자들인 장준하선생과 전태일 유족을 방문하려 했느냐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식의 박근혜의 일방통행식 광폭행보야말로 국민 소통 및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며 그런 손만 내밀면 화해라는 생각자체가 독재적 발상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장준하선생 유족들을 만나 화해했다는 박근혜 측의 재빠른 보도에 유족들은 사실무근이라고 한다. 일방적인 방문에 보상절차 운운하는 묻지도 않은 횡성수설의 일방적 발언뿐이었다며 그녀의 화해요구를 들어줄 하등의 이유도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전태일 측 유족과의 면담이나 재단방문도 문전박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곳은 아직 당신이 찾아올 곳이 못 된다”는 반대와 항의 속에서 되돌아서야 했다. 그 두 곳이 유신의 정당논리를 펴면서 찾아갈 곳인가?
이제 유신시대를 야만시대라고 표현한 법관의 준엄한 판결을 역사의 순리로 받아드리고 환골 탈퇴하는 계기가 되었음 싶다. 1심 판결이기에 항소하는 등의 시간 끌기 작전은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결과뿐이다.
5.16을 쿠데타로 인정하고 유신을 반 헌법적 발상으로 인정해도 박정희의 경제부흥의 공은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한다.
며칠 전이다. 태풍에 피해나 없나싶어 대구근교에서 홀로 전원생활을 하는 팔순의 누님께 전화를 걸었다.
이런저런 안부 끝에 “야이야 니는 차기대통령을 누구로 보냐”며 묻는다.
“내사 투표권도 없는데…”누님은? 하고 물었더니 “우리사 죽으나 사나 박근혜지, 누구 덕에 이만큼 사노?”라고 한다.
요지부동의 그 높은 벽, 박정희가 이룩한 경제부흥에 대한 보답이라는 묻지마식 일편단심이다.
부모의 후광으로 톡톡히 덕을 보는 박근혜가 귀담아 명심할 대목이다.
환관들 때문에 될 일도 망치는 역사를 우리는 보아왔다. 폭군 연산군에게 직언하다가 목숨을 잃은 김처선 같은 내시는 눈을 뜨고 봐도 그 진영에는 없다. 때가 겹겹이 쌓인 환관들 뿐이다.
직언을 워낙 싫어하는 성격임은 능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환관들의 십팔번 곡인 박비어천가에만 희희낙락할 때는 아니다. 환관 홍사덕의 유신망언으로 박근혜 지지도가 하향곡선을 그리는 주간에 띄우는 글이다. kwd70@hotmail.com <846/09052012>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