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다다익선(多多益善)과 과유불급(過猶不及)

<김원동칼럼> 다다익선(多多益善)과 과유불급(過猶不及)

어린이 주간에 터지는 개판뉴스들, 그들이 보고 무엇을 배울까 두렵다. 그들이 보고 느끼고 배우기에는 너무나 부적절한 것들로 순수해야 할 동심을 구기려 드는 어른들의 추태 말이다.
어린이날에 맞춰 12세 이하 어린이들로써 억대이상의 부자들인 102명의 어린이 부자명단이다. 그 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6살짜리 외손녀와 그리고 9살짜리손녀로써 지난해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몽클레어 패딩을 입어 명품시비에 쌓였던 문제의 그 장손녀가, 각각 10억 선의 부자며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의 11살짜리 손주는 40억의 주식보유자로 랭킹 5위를 마크했다.

같은 날 뜬 또 하나의 충격적 기사다.
장난감도 못 사준 채 어린이날 하루를 자식들을 피해 쓸쓸히 동래 공원에서 힘든 하루를 보냈다는 어느 실직자가 결식아동들의 모습과 함께 오버랩 되어오면서 말로만 듣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피부로 느꼈다.
이대통령은 자랄 때 가훈(家訓)이 “정직”이었다는 소리를 곧잘 한다.
그 가훈과 어린이 손녀들의 억대부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정직한 가훈 아래서 손주 손녀들은 그토록 엄청난 부를 축적했을까 생각하니 정직을 들먹거리는 대통령의 가훈이라는 용어선택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차라리 글로벌시대에 맞춰 가훈을 “정직”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바꿨다고 말하는 편이 났다. 그리고 또 멀지 않을 어느 날엔가는 외로운 독방에 앉아서 “욕심이 화를 불렀나니….”라는 성경구절을 읽으면서 다시 가훈을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바꿀 날이 있겠지만…… 손녀들의 어린이 재벌권 진입을 두고 다다익선이라는 가훈에 충실한 덕분에 이루어진 성공케이스의 모델이라며 콩가루 집안의 가훈을 들먹거린 것을 후회할 날이 오겠지만 말이다.

생일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카드나 축하케이크가 뭔지도 모를 그 시절 비싼 생일 장난감 대신 헌 공책이나 시멘트 포대로 만든 딱지나 값싼 구슬놀이로 하루를 보냈다. 케이크 위에 촛불을 켜놓고 축하송이 아닌 모처럼 만에 나오는 미역국이 귀빠진 날을 알리는 유일한 날로 알고 자랐던 필자의 뇌리를 스쳐가는 것이 있다.
주식부자에 명품의상을 걸치고 다니는 그들의 생일 파티는 얼마나 요란스러울까 라는 생각이 와 닿는다.
축하케이크나 축하송이 없더라도 아빠의 일자리나 있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뿐일 빈곤층 아동들의 소중하고 절박한 기도와 꿈은 언제 현실화될까, 그 꿈을 실현시킬 의무가 어른들이나 국가가 져야 한다는 것이 구속력 있는 UN의 어린이 헌장 중에 핵심이다.

그리고 어린이 주식부자 문제에 대한 충격 뿐 아니다.
어른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울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에게 “어린이 주간”에 일어난 사건들, 그들이 보고 뭘 배울까 싶다.
은행이 부도나자 은행장은 엄청 많은 공금을 빼돌려 중국으로 튀려고 밀항선 밑바닥에 숨어 있다가 붙잡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뭘 배웠을까?
어른들 세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줄 알고 배우겠지 그리고 대통령을 만들어 놓은 일등 공신이 철창으로 끌려가는 어린이주간에 있었던 TV화면을 보고는 대통령이 심어놓은 사람들은 결국 해먹고 보자는 상황극을 연출하는 탤런트들 쯤으로 보았을 것이다.
야당의 유력 대권주자의 목을 베어 보스에게 바치는 어느 젊은 여당측 비대위원의 삼국지만화 패러디에 그들은 또 뭘 배웠을까?
이 모든 것이 어른들 사회에서는 예사로 통용되는 상식적인 사례로 알고 배우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두렵다.
어린이들이 보지 않아야 할 사건들이 너무나 많이 뜨는 어린이 날 주간에도 패륜 불륜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으로 홍수같이 밀려든다.
어린이날이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불륜 패륜의 스토리가 아니고는 시청률이 뜨지 못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작가들의 양심도 헐값에 팔아먹는 시대다. 물론 몇 세 이하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체면치례의 자막이 뜨기는 한다.
그러나 감시할 능력이 없다. 저마다 가지고 노는 스마트폰으로 그들은 못 볼 것이 없다. 유치원 졸업선물도 스마트폰이라지 않는가!

지난주 어린이주간에 일어났던 몇 가지 불편한 진실들을 대충 기억해보며 어린이주간 단상이랍시고 적어보면서 우리가 자라던 어린시절과 비교해 보며 격세지감(隔世之感)도 넉넉히 느껴봤다.
아무튼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임에는 틀림없다. <831/0516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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