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MB와 명품차림 손녀의 시장나들이 구설수

<김원동칼럼> MB와 명품차림 손녀의 시장나들이 구설수
작년 바로 이때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유명 방송대담 프로인 “투나잇 쇼”에 출연했다. 그때 그녀가 입고 나온 원피스의 가격이 35달러 짜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너무도 우아하고 세련됐다는 방송시청자들의 반응은 값이 문제가 아니었다. 방송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시청자 80% 이상이 아낌없는 극찬을 보냈다. 퍼스트 레이디의 패션감각은 국가브랜드의 상승효과를 가져온다며 한국의 영부인이나 대통령도 좀 보고 배웠으면 하는 생각에서 필자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런데 딱 1년만에 청와대 안주인은 아니지만 대통령부부가 청와대 인근 재래시장에 데리고 나온 손녀의 패션이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열 살짜리 손녀가 걸치고 나온 프랑스 제 명품 몽클레어 패딩잠바의 가격이 300만원대라고 한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대표적인 주요일간지에 신문1면 톱기사로 장식할 정도로 뜨겁고 시끄럽다. 영부인 자신도 아니고 손녀의 복장인데 과잉반응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지만 “MB는 뼈 속까지 서민”이라는 대국민 홍보전을 벌리는 측근들이나 청와대 홍보담당자들이 머쓱해 진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 홍보실은 “대통령께서는 고통 받는 서민들 때문에 잠 못 이루신다”는 말을 곧잘 하면서도 설날아침 대통령의 서민 행보라 PR하며 각 언론사로 보내는 사진에 문제가 된 손녀의 팻션에 대한 유의는 못한 게 아쉽다
그리고 대통령부부의 모자라는 생각도 문제다. 대통령의 손녀는 꼭 몸빼 입고 고무신 신고 다니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손녀의 패션문제가 나오면서 그 문제의 손녀는 그 문제의 의류 말고도 10억원의 주식소유자라는 폭로성 글도 대통령 형님 이상득의 손녀는 75억의 주식을 소유한 어린이 주식부자라는 사실과 함께 따라 나온다. 그 누가 비싸건 말건 손녀의 예쁜복장을 탓할 리야 있겠는가만 설을 맞아 생활고를 비관하며 자살하는 사람들의 기사가 뜨는 설 연휴 와중에서 영부인의 생각이 좀 못 미치지나 않았나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청와대에서 홍보용으로 나간다며 촬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했을 것이고 보면 말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자람 때문에 부모가 사준 옷 걸치고 나온 죄밖에 없는 그 어린 손녀의 마음에 물론 상처가 가서도 안 될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설에 대한 풍경도 많이 달라졌다. 꼭 고속도로를 꽉 메운 귀향객들의 차량행렬을 두고 하는 말과는 다른 보다 달라진 설 문화 말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는 최근 구정연휴기간 직전에 내린 색다른 판결이 있었다. 명절에 시집방문 때문에 한 번도 명절 친정나들이를 할 수 없었다는 어느 주부가 남편을 상대로 든 반기 때문이다. 시집과 친정을 공평하게 하자는 부인의 주장을 가지고 함께 살 수 없다며 법원에 이혼청구를 한 원고인 남편에게 법원은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며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아무튼 그 문제가 법원으로 갈 만큼 무척도 많이 달라진 모양새다.
세배 돈에 설레는 마음으로 그믐날 밤을 뜬 눈으로 세웠던 추억이 아스란히 떠오르는가하면 설날 아침 일찍부터 동심을 구겨서는 안된다는 뜻인지 나의 아버지는 화로불에 달군 인두를 꺼내어 연신 세배 돈을 빳빳하게 다리던 그 분의 그 모습 또한 선명하게 떠오른다.
몸에 걸칠 것은 고사하고 입에 넣을 것도 없는 수많은 실직자와 노숙자들이 맞는 구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돈으로 쳐 바른 값비싼 명품 브랜드 차림의 손녀를 데리고 보랍시고 카메라맨 앞에서 시장나들이를 하는 대통령부부를 보자니 한심할 뿐이다. 저렇게도 뭘 모르실까? 하는 생각에서다. 오늘 설 떡국 드시면 또 한 살 더 잡수실텐데… 사리 판단력이 전무한 대통령 내외분들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연민의 정을 느끼는 흑룡의 해 구정 아침에 띄우는 글이다. <817/0125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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