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장난칠게 따로 있지 찬송가를 가지고 감히…

<김원동칼럼> 장난칠게 따로 있지 찬송가를 가지고 감히…

역대 대통령을 두고 별의 별 패러디가 다 나왔다.
서슬 퍼렇던 군부 정권 시절에는 금물이었음 물론, 이승만 자유당정부 때는 더욱 엄격했다.
대통령이나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를 비유하는 그 어떤 패러디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 것 하다가 잡히는 날에는 엄청 욕보았으니 말이다.

경무대청소부들까지 기고만장하던 시절 터진 동아일보 고바우 만화 사건이 그 한 얘다.
경무대 변소의 내용물을 처리하던 사람의 행차 앞에 일반 집을 상대로 하는 같은 업종의 “ㄸ푸이”가 큰절을 하자 같은 처지의 “푸이”끼리 뭘 그러느냐는 옆 사람의 말에 “쉬!”하며 “경무대 푸이 어른”이라며 입조심 하라는 4칸짜리 만화에 고바우 김성환은 구속되었고 한국최초의 만화필화사건으로 기록되며 벌금형이라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패러디는 아니지만 전두환 때는 그와 시원한 대머리부터 얼굴이 아주 많이 닮았다는
이유로 중견 탤런트 박용식은 5공이 끝나는 날까지 방송출연이 금지된 채 참기름 행상으로 한 많은 미아리고개를 넘어 다니며 생계를 유지했다. 에피소드라고 치기에는 참 가슴 아픈 실화다.

이제 노래 쪽으로 가보자.
대통령을 빗대어 대중가요를 개사(改詞)해서 부른 노래들은 더러 있었다.
즉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때 그00, 비상계엄령 좋아하던 그때 그00”, 심수봉의 노래를 빗대어 고쳐 부르는 노래가 학생들의 반정부 시위 대열에서 터져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세대가 안주 삼아 불렀던 삐딱한 애창곡 중에 하나였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유행가다.

찬송가를 고쳐서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런 일은 아마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퇴임 후 사저로 호화찬란한 내곡동의 어느 집과 주변을 아들과 경호실 간에 비밀리에 편법을 쓰며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 패밀리들이 가지려던 소위 내곡동 사건, 대통령이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옛날 집으로 가겠다고 국민 앞에 백기투항 했는데도 아랑 곳 없이 일수불퇴다.
도둑놈이 남의 물건 훔쳤다가 체인지 마인 하고 주인한테 되돌려 준다고 해서 절도죄가 성립되지 않느냐는 법 이론까지 동원하며 야당과 네티즌들의 이유 있는 반항은 계속 진행형이다.

그것이 지금 장안의 최고 인기프로인 “나꼼수”의 제26회 방송이 있던 지난 29일 한바탕 걸죽하게 펼쳐지면서 그 날 그 자리에서 나온 찬송가 364장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으로 이어지는 너무나 유명한 찬송가를 마구 진 이겨 놓은 사건이다.
20세기 최대의 해상재난사고였던 타이타닉호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울려 퍼져 영화만 보고도 은혜를 받았기에 충분했던 곡인가 하면 1905년 9월 미국대통령 맥퀜티의 유언에 따라 임종시에 불렀던 그 찬송은 전 미 국민의 추모송으로 불러지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손댈게 따로 있지 천하에 무례한 놈들 같으니, 도대체 어떻게 고쳐놓았는지 밝혀나 보자 이것이 현재 인터넷 세대에게 베스트 송으로 불리고 있다니 정말 망조다.
“내곡동 일대를 사려함은/ 십자가 짐 같은 그린벨트일세!/ 내 일생 소원은 재테크하면서/ 재벌이 되기를 원합니다.”라는 보기 흉한 가사다. 뜯어고치기 좋아하는 국민들이지만 황망한 성형수술이다. 은혜 받기 말짱 황인 인간들이 아니고 뭔가!
찬송은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요 신앙고백이자 헌신이다.
이 성스럽고 엄숙한 찬송을 내곡동에 같다 붙이는 결례를 서슴지 않은 그 문제의 인물이 또 웃긴다.
김용민으로 불리는 시사평론가인 그는 은혜롭지 못하게도 목사님의 아들이다.
아무튼 지난 한주 이 짝퉁 찬송가는 인터넷을 바짝 달구었다.
천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모집중이라는 온라인의 광고도 뜬다.
국민애창곡으로 부르게 만들 것이라는 각오가 대단하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 날 때까지라는 엑스파이어 데이트를 단 조건부 유행가로 둔갑한 성형수술 찬송곡! 정말 기가 막힌다. 살다 별꼴 다 보내 우째 다 이런 일까지…….. <806/110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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