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도둑”과 도덕”
경상도 사람들의 한글 발음 문제는 가끔 웃음거리의 소재로 등장한다. 한때 김영삼과 대선에서 붙었던 현대그룹 총수 고 정 주영씨는 유세에서 자신이야 말로 경제대통령으로 적임자라면서 “YS는 이 실타래같이 엮인 경제 난국을 풀 자격이 없다”며 “경제”라는 말도 못해 “갱제”라고 발음하는 사람이라며 꼬집었다.
“갱제”뿐 아니고 “쌀”을 “살”이라고 밖에 발음하지 못하는 그쪽 사람들인데 그야 어떡하겠는가만.
그런데 이번에는 MB특유의 무식한 표현으로 “갱제”도 “살”도 아닌 “도덕”이라는 차원 높은 단어를 가지고 말썽을 피웠다.
그래서 경북 놈들은 “도둑”을 “도덕”이라고 발음하느냐는 네티즌들의 씹는 소리 때문에 TK로 분류되는 필자에게는 남달리 쓰라리게 와 닿는다.
지난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또 한 차례 실언을 했다.
자신의 수족들이 모조리 교도소행 예행연습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인가하면 부산저축은행 비리라는 엄청난 금융사기사건에 형님인 이상득이 몸통으로 본격 지목되자 더 이상 피할 길 없어 검찰에 수사지시를 내린 상황이건만 또 한 차례 개그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그를 질타하는 무서운 여론이 소나기처럼 퍼 붙는 순간임에도 못 말리는 실언으로 인해 보기에 사납다.
욕을 얻어먹으려면 혼자나 저 형제 끼리나 얻어먹지 다른 경북사람들까지 도매금으로 끌고 가는지 정말 못된 취미다.
지난 30일에 있었던 일이다. 그는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중대한 망언을 또 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탄생했다”며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도무지 안될 말이다. 정말 개가 말 끼를 못 알아듣기에 다행이긴 하지만…
그 황당한 발언이 보도되자 즉각적으로 따라 나오는 반응이다.
그 중에는 경북에서는 본래 “도적”을 “도덕”으로 발음하느냐는 질문들이다.
여기에 촉새 진중권이 빠질 리 없다.
“이명박 장로님 은혜 받았습니까? 방언이 줄줄 튀어 나오네요”라는가 하면 대통령의 발언이 하도 가소로워 선지 야후코리아에선 즉각 대통령의 “도덕”발언에 대한 여론조사에 들어갔더니 응답자 84%가 황당하다는 답변이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도 뛰쳐나온다.
그들은 바로 성명을 통해 “도덕불감증이 완벽한 이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발언”답다며 정말 한심해서 한숨밖엔 안 나온다면서 측근과 친인척비리의 악취가 진동하는 순간인데도 그렇게도 분위기 파악을 못하냐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필자가 서두에 “너무 쓰라리게 와 닿는다.”는 말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욕먹으려면 포항사람들이나 얻어먹지 왜 경북 다른 동래 사람들까지 억울하게 만드는가 해서다.
필자가 태어난 동래는 같은 낙동강 상류를 끼고 지근의 거리에 하회마을이 있고 도산서원도 있는 곳이다.
청정지역답게 도덕을 지고(至高)의 가치로 배우고 자란 안동 김가 문중의 후손이고 보면 내 고향 경북 땅이 이렇게 도덕과 도적을 분간 못하는 상놈 동래 취급받으며 도매금으로 당하기에는 너무 억울해서 해 보는 소리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그들 모두가 경북사람들이라는 데서 자랑스럽기보다는 부끄럼을 안고 살던 필자에게 또 한 번 닥친 사투리 파문이다.
경북 사람들 치고 이명박 형제들 빼놓고는 “도둑”을 “도덕”으로 표현하거나 발음하는 사람들은 없을게다 싶어하는 말이다.
같이 안동이 본관인 김병연(김삿갓)이 과거에 장원 급제한날 밤 어머니로부터 지난날 어느 선조의 비행을 듣고 하늘보기가 역겨워 관복을 벗고 그 날로 삿갓을 쓰고 방랑했듯이 나 또한 해 뜨는게 두렵고 부끄럽다.
태어난 고향이 너무 자랑스럽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이 글을 치고 있는 순간 아직은 까만 하늘로 가린 새벽이라 좋다.
그래서 아침이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밝아지면 더 부끄러워질 것은 물론 초가을 전원도시 토론토에 “처음처럼” 사뿐히 내린 “참이슬”이 햇볕에 녹을까 봐도 그렇다.
올해 들어 아직 신제품 같게만 느껴지는 한번 만져보기에도 아까운 이슬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붙잡고 보고 싶기에 그렇다.
아주 녹기 전에, 아니 햇볕에 반사되는 순간까지 만이라도…… <802/2011-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