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서울대학교를 무대로 한 연속드라마 “잘 논다”
새 해 들어 석 달 사이에 서울대 돌아가는 꼬락서니가 정말 가관이다. 보기 민망할 정도로 그곳이 과연 지성의 최고상아탑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잘 논다.
우선 성악가이자 서울대 음대교수인 김인혜(여)가 제자들에 대한 조폭식 교수방법이 첫 회를 장식했다. 학생폭행 및 음악회 티켓 강매 사례금 챙기기 등등 기타 부도덕한 일들로 더러운 냄새를 있는 대로 풍기다가 파면 당한 사건이다.
이어 서울대 출신으로써 모교 총장까지 역임한 전 총리 정운찬은 옥중 수감번호 “4001”을 책제목으로 달고 내놓은 신정아의 화제의 자전 에세이집에서 유부남인 정운찬이 자신을 주로 밤 10시 이후 호텔로 불러내어 치근거리며 사랑하고 싶다며 갖은 추태(성희롱)를 부렸다는 충격적인 실명폭로를 했다.
신씨는 책이 편집되는 과정에서 이 문제(실명폭로)를 두고 전문 법조인과 충분한 숙의 끝에 “정운찬”이라는 실명을 공개했다면서 그런 사람이 어떻게 국립서울대학 총장을 했는지 가소롭다는 소견도 출판기자회견에서 함께 피력했다.
호텔로 불러낸 전화통화기록이나 술값 밥값을 지불한 명확환 증거도 가졌으니 법조인의 자문 운운했을 것 아닌가. 그런대도 정운찬의 만만찮은 인맥 앞에 약자 인권의 불모지인 한국의 정서는 신 씨만 가정파괴범으로 몰아붙인다.
정운찬에 관한 한 신정아는 꽃뱀이 아니었다. 정운찬의 꼬임에 잠시 헷갈려 끌려 다녔을 뿐이다.
그러면 “매도하지 마시오. 나도 총장이기 전에 남자요”하고 오리발보다는 차라리 장부다운 모습의 기질을 보였다면 분당 을인지 무당 을인지에 출마해도 무투표 당선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어 제2의 “장자연 사건”으로 파문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문제의 룸싸롱 사건의 진범도 서울대 교수다.
전직 총리의 아들로써 현 정권 실세들과의 연고를 내세우며 인도영화제 유치자금으로 100억을 따준다는 말에 뿅 간 어느 연예기획사 옥 모(여) 대표로부터 수차에 걸쳐 1억이 넘는 퇴폐성 향응을 받았는가하면 시가 4천만원을 호가한다는 세계적인 명품시계도 건넸으나 수포로 돌아가자 뱉어내라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들어 난 사건이다.
배우와 가수인 세 사람의 P모 양들이 이들의 너절한 치다꺼리를 죽지 못해 맡았다는 건 기본으로 치더라도 그 자리에는 노(盧)교수가 불러낸 청와대 고위관료와 대기업 대표들도 동석했다 해서 “제2의 장자연”으로 비화할 움직임이 엿보인다며 사정당국이 이미 칼을 뽑았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같은 주간에 또 볼썽사나운 일이 터졌으니 이름하여 서울대 오연천 총장에 대한 서울대 교직원들과 학생들에 의해 4월1일에 있었던 심야감금사건이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에 의해 의장 직권상정으로 날치기 통과한 국립대학 법인화 안건에 대해 서울대 총장이 공정성을 잃고 측근들과 수근거리면서 역시 날치기 통과 강행을 시도하려 했으나 서울대 교직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공무원으로써 시장논리로 갈 것이 뻔한 학교의 운명과 함께 지금까지 누렸던 공무원지위의 상실로 인한 불안감에서 그들은 총장실 앞을 점거했고 충격으로 인한 하혈(下血) 흔적이 있는 흰 손수건을 총장이 내놓고 귀가하도록 길을 열어 줄 것을 호소했으나 거부당한 체 새벽 까지 감금당하는 불상사속에서 지내야했다.
연속극 “잘 논다”를 보고 있노라니 노무현씨가 새삼스레 떠 오른다. 남들보다 일찌감치 좁은 이마 한복판에 고속도로처럼 줄줄이 그려져 있는 주름살 콤플렉스는 보텍스로 해결했지만 평생을 악몽 속에 시달린 학벌 콤플렉스에 빠져있던 그는 비록 오발탄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한 때 그 나름의 학교 평준화논리를 내세우면서 서울대학교 폐쇄론까지 들고 나온 적이 있다.
그가 오늘의 서울대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저승에서 보고 무릎을 쳤을지 모른다.
그리고 같은 학벌콤플렉스 환자인 곁에 있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DJ 귀에 데고 자신의 선견지명을 물었을 법 하다
대학평준화를 위한 서울대 폐쇄! 노무현 어록의 백미를 장식할 화두가 아니고 뭔가 오늘의 서울대학교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본 사람들은 “역시 노무현이다” 라는 말이 나올성 싶어 해 보는 말이다. 드라마 “잘 논 다”는 방사능 공포속에 흥행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kwd70@hotmail.com) <778/201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