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독도함에 구호품 싣고 일본의 항구마다

<김원동칼럼> 독도함에 구호품 싣고 일본의 항구마다

3.11일본 대지진이 일어나고 몇 날 며칠을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참화 속의 일본 국민들의 질서의식을 배워야 할 점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다.
우선은 그렇게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본 국민들의 그 훌륭한 질서의식이 1923년 9월에 발생한 관동대지진 때는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가볍게라도 한번 토를 달고 스쳐가는 이가 없다. 80여년 만에 같은 일본 땅에서 일어난 두 지진을 비교분석 해보면서 하는 말이다.
무려 6,400명의 한국인들을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넣기 시작했다”는 유언비어를 날조한 일본정부는 전국에 조선인학살을 지시했으며 죽창과 일본도(刀)를 든 광란의 살상극은 그래서 시작됐다.
이번 지진 재해 중 일본의 줄서기 문화가 세계의 자랑거리로 부각되던 시점에서 다른 나라는 고사하고 한국이 관동대지진의 슬픈 역사와 견주어 보는 한 줄의 글도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따질 겨를이 없었을 정도로 무조건 돕고 보자는 한국의 줄서기 기부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모금함에 돈을 넣던 어느 여학생이 말한 “유관순 언니 미안해요”라는 말이 지난날 일본의 악행을 의식한 듯 한 표현으로써 고작이다.

기막힌 한국민들의 인류애(?)정신! 물론 한국의 역사를 좀 아는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은 쓸개 없는 민족이 아니라 원수도 사랑하는 믿음 대단한 민족이라며 잘 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국격 상승의 효과는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한 일본대사관 조문방문은 이해 할 수 없다. 우리에게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천인공노할 악행을 저지른 그 일본의 국왕이나 수상이 주일한국대사관은 물론 관동대지진의 한국인희생자묘비 앞에 찾아가 머리 숙여 조문하고 사죄한 일이 있는가!
그런데 왜 대통령은 나서서 일본 희생자들 앞에 머리 숙여 조문하는 엉뚱한 개그를 하는가?
필자도 지진 쓰나미 원전폭발이라는 엄청나고 걷잡을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처음에는 조건 없는 지원에 마음으로나마 동참했다. 그래서 하나님을 믿지 않아 돌아온 징벌이라는 발언에 발끈하고 하나님은 그렇게 정의롭지 못한 분이 아니라며 문제의 발설자인 조용기 목사의 빗나간 종교관을 두고 까기도 해봤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힐러리 미 국무장관의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말은 자국영토까지 날라 오는 공포의 핵가루도 사건초기에 피해를 축소할 수 있는 미국의 과학적인 제안과 지원을 거부한 그 오만한 일본을 두고 하는 말이지만 필자는 다른 측면에서 일본은 신뢰할 수 없는 민족들이라는데 있다.
즉 급할 때 도와 줘도 고맙다는 말보다 그들이 던지는 속이 확 뒤집혀 지는 잘못된 반응에서 오는 배신감 때문이다.
그 세 벌써 방사능시금치를 먹고 햇가닥 한 건가, 아님 살아있는 자들의 의도된 일본인 특유의 오만방자함인가? 대만이 보낸 구호품엔 정말 감사하다는 일본의 네티즌들이 한국의 구호금품 앞에서는 “우선은 고맙다”는 말이 yahoo japan에 뜨면서 부터다.
“우선”이라는 말을 왜 달고 나오는가? 위기 국면이 해소되고 안정을 찾으면 또다시 독도는 저희 땅이라며 다께시마 망령이 부활한다는 예고탄인가? 그리고 한국 재계의 긴급 거액 지원 앞에서도 그들은 감사하다는 말 대신 한국재벌들은 일본 기술을 카피해서 번 돈이라며 당연한 give and take론을 네티즌도 아닌 유수 언론이 뱉어냈다는데 대해선 뭐라 할 말이 없다. 이게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튀어나올 말인가!
이렇듯 엄청 혼란스러운 와중에 누군가가 준 아이디어다. 맞다 독도함을 이용해야 한다. 구호물을 가득 실은 독도함이 피난용 대피소가 몰려있는 인근 일본항구들을 돌면서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것이 흠뻑 젖은 땀으로 무대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벌어드린 돈으로 광고료를 지불하면서 뉴욕타임스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가수 기부왕 김장훈의 끈질긴 애국심에도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구호품을 군용기나 전세기에 탑재할 것이 아니라 태극마크도 선명한 독도함에 실어서 일본항구 곳곳마다 입항하면서 보라는 듯이 하역작업을 벌려야 한다. 그러고도 그걸 받아먹은 저들이 또 다시 독도가 저희 땅이라고 외친다면 그들은 영영 희망 없고 구제할 수 없는 민족이다. 3.11보다 더 가혹한 재앙을 달라는 호소에 다름 아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현해탄의 파도를 가르고 갈 독도함의 위용이 새삼 멋지게 떠오른다. 일본열도의 빠른 회복과 지진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kwd70@hotmail.com) <777/201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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