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무릎 꿇은 대통령과 빗나간 국가조찬기도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명박 대통령 부부.
국가를 위한 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은 채 통성기도를 한 대통령을 두고 말이 많다. 개신교장로로써 개인적인 예배행위가 아닌 국가수장(首長)으로서 참석한 기도회라는 데서 그의 무릎 꿇이 기도를 두고 적절치 못했다는 평은 종교편향성을 내세우며 서울시장 재직 시의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던 망언(妄言)과 함께 다시 떠올리는 이도 있다.
무릎꿇이 기도 자체를 보고 국가 수장으로써 국격 훼손 그만 시키고 제발 체통 지켜달라는 불교청년회의 성명은 한층 격렬하다.
“무릎을 꿇으려면 민생파탄에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부터 꿇으라”며 취임 후 그치지 않는 종교편향으로 국론분열과 사회갈등을 부추긴다며 성토한다. 정교(政敎)분리를 주장하는 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 무슨 해괴한 굿거리 판인가? 국민은 두렵잖고 종교권력은 두려운가” 라며 질타했다.
이 말에는 물론 가시가 있다. 최근 대통령을 상대로 하야운동 전개 운운했던 조용기목사의 겁주기 발언에 무관치 않은 타이밍 때문이리라.
그리고 순수한 국가를 위한 조찬기도회라기 보다는 그 행사를 주최하는 개신교측 단체나 참석하는 대통령이나 서로가 적당히 이용해먹는 행사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자리에 나서 거들먹거리는 축복 받은 거물급 목사들 말고도 우선 거기에 초대되는 목사들도 그렇지 않는 목사들에 비해 몸값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다.
지난 3일에 있었던 조찬기도회의 역사는 박정희 대통령 때인 1966년에 시작 올해로써 43회째다.
개신교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지만 참석한 역대대통령들 중에 제대로 임기를 마친 대통령으로서의 개신교 신자라야 고작 YS와 MB 두 사람 정도다.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등은 불교신자들이다. 그래서 주최측이 개신교단체일 뿐 개신교 행사로서 못 박을 이유는 없다. 그러기에 개신교신자 유무를 떠나서 대통령이 꼭 개신교 의식대로 따라해야 할 이유도 설득력이 약하다. 대한민국 헌법에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국교(國敎)는 아직 없다.
그리고 정교(政敎)분리라는 헌법정신이 명문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개인 아닌 대통령자격으로서의 특정종교단체 행사에 참여시에는 이명박 장로가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라는 걸 애써 의식할 필요가 있다.
무릎 꿇은 통성기도 자체를 두고 왈가왈부하기에는 믿음이 약한 필자로서는 못이기는 척 하고 넘어가겠다. 단 대통령을 위한 국가조찬기도회란 것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는 한번 짚어 보고 싶다.
오래전 어느 날 전두환씨가 최측근 육사후배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자신은 정말 대통령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개신교 거물들이 주최한 “국보위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라는 요사한 기도회에서 한경직 조향록 김준곤 등 기라성 같은 거물 목사들이 자신을 여호수아로 비교하며 난세의 영웅으로 치켜세우던 날 이만한 지지그룹의 파워라면 뭘 못하겠나 싶어 대통령의 꿈까지 꾸었다는 일화다.
헌정유린한 반란괴수를 여호수아 장군으로 미화시키던 당대의 내노라하는 일단의 목사들이 저지른 한국개신교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오욕과 굴종의 기록을 남겼다.
전두환으로 인해 무참히 희생당한 광주시민이나 삼청교육대 희생자 및 유족들에게 악몽의 그 조찬기도회가 준 순간은 경악과 분노 그 자체였을 것이다.
권력자에게 아첨을 위한 도구였던 조찬기도회! 잘못 나가고 있는 대통령을 꾸짖으며 회계를 권유하는 기도회가 아닌 독재자고 뭐고 잡을만한 줄이라고 판단되면 모셔놓고 죽기살기식의 칭송일변도의 기도회라면 그건 이미 기독교 정신에서 한참 벗어난 행위다.
그래서 개신교주최의 국가나 민족을 위한 기도회가 아닌 아부 일색의 이런 빗나간 국가를 위한 조찬기도회는 이쯤해서 사라지는 것도 국격을 높이는 일 중에 하나가 아닌가하는 생각에서 해 보는 말이다. (kwd70@hotmail.com)<775/201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