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국격 높인 35달러 짜리 원피스의 위력

<김원동칼럼> 국격 높인 35달러 짜리 원피스의 위력

미셸 오바마가 TV에 입고 나온 원피스가 연일 아름다운 화제로 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9일 유명 방송 대담프로인 “투나잇 쇼”에 나왔던 그녀를 두고 너무나 우아하고 세련된 패션 감각을 가진 여인이라며 미국 최초의 흑인출신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칭찬이 연일 지면을 달구고 있다.

35달러짜리 원피스치고는 대단한 위력이다. 방송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시청자 80%가 “세련되고 우아하다”는 아낌없는 극찬을 보냈다. 영부인이면 의래 비싼 옷으로 치장하겠지 하던 사람들의 선입감을 여지없이 뭉개버린 중요한 사건이다.

퍼스트레이디의 패션 감각은 국가브랜드의 상승효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 국내적으로는 유권자와의 거리를 좁히는데도 한몫 했다. 무엇을 입어도 어울릴만한 늘씬한 키에 법학박사 소지자로써 법조인과 사회운동가 경력이 있는 지적수준이 맞물리면서 제크린 오나시스를 떠올리는 국민들은 그녀를 “블랙 제키”라는 말로 흔히 비유하기도 한다.

그녀의 패션 감각은 남다르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른 의상 선택이 완벽하다는 후문이다. 미국최초의 혼혈대통령인 남편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식전에는 노란색 정장을 했다.
노란색은 태양의 빛을 상징하기에 선택한 색깔이다. 변화를 외치고 나와 대통령이 된 남편의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흑인 노예의 후손으로 겪었던 아픔들, 가슴속으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인종편견속의 적잖은 아픔과 갈등을 흑도 백도 아닌 오직 하나의 미국을 외치는 희망의 용광로를 부르짖는 듯 한 진한 감동이 생각 깊은 그녀의 패션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이번 35달러짜리 원피스 사건만 해도 그렇다. 한국 같았으면 영부인이 4만원짜리 싸구려 양장을 입고 방송 대담에 나왔다면 국가망신 시켰다고 입 달린 사람들이라면 저마다 한마디씩은 족히 뱉었을 법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선진국 국민수준에 맞는 반응을 본 아름답고 색다른 느낌이 어디 필자뿐일까?

그리고 최근에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한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의 만찬에서는 중국인들이 절대 선호하는 붉은 색깔의 정장으로 겸손히 맞으며 국빈에 대한 배려에 시종 각별했는가하면 변화를 외치며 당선된 남편을 의식한 그녀는 곧잘 민소매 원피스를 입는다.

자신도 변화를 외치는 동반자로서의 빈틈없는 패션 감각인가 하면 싸구려도 입기 따라서는 세련미를 겸비한 우아한 의상이 될 수 있다는 세계여성들을 상대로 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이 또한 미국의 국격을 높였다고 볼만한 일이라는 데서 칭찬에 인색할 이유가 더더구나 없다.

여기에 비해 모국의 퍼스트레이디 김윤옥여사는 어떤가 한번 짚어 볼만하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G20 행사 당시다. 행사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여성 지도자와 영부인들을 모신 가운데 그것도 한복의상 쇼에 초청해 놓은 주최 당사자인 영부인 김여사는 양장에 모피 숄을 걸치고 나왔다.
사리판단이 형편없이 부족한 대단히 부적절한 사례였다.
세계인이 주시하는 행사에서 모피를 걸치고 나온 행위 말이다. 그렇게도 몰랐을까? 지구촌에 널려있는 그 많은 동물애호가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한 수준의 패션 감각 말이다.

그 모습이 전파를 타고 지구촌에 뜨자 세계적인 동물애호가 협회에서는 김여사가 걸친 모피 숄을 보고 즉각적으로 “최악의 의상”이었다고 혹평했다.
대통령은 침이 마르도록 국격 상승을 외치는 와중에 패션의 감각이 무딘 정도가 아닌 수준 이하의 선택으로 국격을 떨어뜨리는데 한몫 했다는데서 미셀 오바마와의 패션 감각을 비교해 보는 악의 없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지금 미셀 오바마가 입었던 35달러 짜리 원피스의 유사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나온 제품이 품절상태라면서 그 모조품의 봉제공장은 대박을 터뜨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녀가 입었던 원피스를 사 입는 것 보다 그녀의 따뜻하고 멋진 마음을 닮아보고 싶은 생각이 앞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kwd70@hotmail.com) <772/201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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