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좌)과 빌 게이츠(우)
<김원동칼럼> 억만장자들이 펼치는 감동의 드라마
“부(富)의 사회 환원, 이것은 가진 자들의 선택사항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사항”이라고 강조한 이 말은 미국 땅에 기부문화의 씨를 뿌린 철강 왕 카네기가 남긴 명언이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몸소 실천한 그는 “부의 복음”이라는 저서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그리고 인생전반부는 축적, 인생후반부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한다는 목표를 차질 없이 실천한 인물이다.
축적하는 과정이 조금은 달랐지만 석유왕 록펠러도 말년에는 카네기와 비슷한 선행의 주인공으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되어있다.
그리고 한 세기만에 카네기와 록펠러가 아닌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에 의해 미국의 기부문화는 다시 절정을 이루며 화려하고 멋진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이 불멸의 드라마에 등장할 스타들을 스카웃하기 위해 빌 게이츠 부부와 워렌 버핏이 나섰고 그래서 40명이라는 멋진 화려한 스타군단을 형성했다. 자신들이 가진 재산의 절반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 다른 감동의 장면도 있다. 얼마 전의 일이지만 워렌 버핏은 3백억 달러라는 거금의 기부금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선 재단도 아닌 빌 게이츠 부부가 만든 자선재단인 빌 앤드 말란다 게이츠 재단에 맡겼다는 일이다.
왜 남의 재단에 맡겼느냐는 말에 빌 게이츠재단의 진정성과 투명성이 자신의 재단보다 높게 보인다는 스스로의 평가와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 우리를 또 한번 놀라게 한다.
버핏의 이런 사고나 철학이 오늘의 미국을 이끄는 원동력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들의 아름다운 자선모금캠페인 행렬은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로 그 영역을 넓힌다는 후속기사다.
중국과 인도의 재벌들에게 자선캠페인의 동참을 호소할 모양이다.
한국은 건너뛴다. 씨도 안 먹힐 일이기에 나름대로의 선견지명의 판단일지 모른다.
지난 한 주간에 가장 돋보이는 뉴스로서 지구촌을 감동시키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유산은 가족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상식화된 한국의 재벌들을 생각해 본다.
미국 억만장자들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뉴스로 뜬 같은 주간에 미국의 서해안 관광지대에는 회사 돈을 불법으로 빼돌려 몇 채의 화려한 부동산을 구입한 한국 10대 기업의 하나이며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비리기사가 한국계 언론을 통해 함께 떴다.
비자금이다 차명계좌다 하며 편법 불법으로 긁어모으다가 들통이라도 나는 날에 면죄부를 받기 위해 마지못해 재산의 일부를 사회 환원한다는 기부의 진정성이 극히 의문시되는 한국재벌들을 향해 “권력에 빌붙어 자기 뱃속만 채우는 재벌이 아닌 국민들의 아주 조그마한 존경이라도 받을 수 있는 재벌이 되어 달라”는 어느 네티즌이 쏘아 올린 댓글이 눈길을 끈다.
물론 한국재벌 전부를 도매금으로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들 나름대로 기업을 키우고 고용을 창출해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왜 없겠는가만, 미국식의 건전한 기부문화가 정착되기에 그곳은 까마득한 머나먼 장래의 이야기 같아서 해보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억만장자들… 그들이 외치는 베풀고 지원하는 일종의 사회환원 행위가 책임이나 도덕이라는 철학에 입각한 필수과목이라면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먼 한국 재벌들은 필수가 아닌 선택과목인 듯하다.
패륜이나 불륜의 막장드라마 일색인 주말연속극이 아닌 “슬픔은 나누면 반이되고 기쁨은 나무면 배가된다”는 명언이 주제곡으로 배경을 깔고 흐르는 듯하다. 더 이상 아름다운 감격의 드라마가 또 있을까! 감동의 명화다 (kwd70@hotmail.com) <747/201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