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희생자들이 안장된 대전 현충원에서 가진 100일 추도식 장면. 유가족들이 고인들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원동칼럼> 동경에서 터진 또 한편의 진실게임
필자와 함께 가끔 점심모임을 갖는 동향인 두 분의 전직교수들이 있다. 최근에도 식사 중 두 분은 또 내기를 건다. 내기에 취미가 없는 나는 증인자격으로 입회하며 숟가락만 드는 편이다. 냉면 걸기의 이번 주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결과론이다.
암 전문의로 은퇴한 K박사는 북한에 대한 충분한 응징이 있을 것이라며 파워 있는 결의문이 나올 것이라 했고, 법학자 출신인 P박사는 결의문이 나와도 전혀 기대에 못 미치는 그런 흐리멍덩한 체면 치례에 불과 할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P박사가 정답자였다.
피해국은 표시하면서도 가해국에 대한 표기도 없이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의 채택문이었다. 이에 북한은 외교에 승리했다고 떠들고 한국정부는 그만하면 됐다면서 자세히 읽어보면 문맥상 어느 곳을 지칭하는지 알 수 있다는 퀴즈 같은 것을 내놓고는 슬그머니 물러선다.
이것으로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대응논쟁은 죽은 이들만 억울한 채 물 건너갔고 국민들도 냄비근성답게 이제 천안함 비극은 늘 그렇듯이 망각의 늪으로 빠지고 말듯하다.
그래서 필자도 이쯤해서 이제 천안함 문제도 좀 수그러졌으면 했는데….. 그런데 장난삼아 소박한 점심내기를 한 두 분의 전직교수 박사님들과는 달리 무슨 엄청난 내기를 걸었는지 천안함 문제에 대한 사생결단식으로 덤벼드는 다른 두 분의 고명한 현직교수님들이 있어 글을 쓰기에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 천안함 진실규명에 무슨 시효가 있을까만….
전문성 측면에서도 그렇고 무시 못 할 위치에 있는 분들의 반항이니 저간의 사정을 알아보자. 지난 9일이다. 동경주재 외국특파원그룹에 의해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보는 앞에서 연사로 나온 두 사람의 만만찮은 재미(在美)교수들이 그들이다. 버지니아대학교의 물리학 전공인 이승헌교수와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가르치는 서재정교수다.
이들은 천암함과 북한은 무관한 것으로 결론 지운다. 이제라도 천안함의 진실을 밝혀야하고 그러려면 자신들을 포함해서 재조사 할 것을 한국정부에 요구한다.
그들의 요구를 한국정부가 어떻게 받아드리고 대응할까가 문제다. 이들의 논리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세계적으로 권위가 인정된 영국의 과학학술지 <네이처>에서도 이승헌 교수의 천안함 관련 보고서를 소개했다고 한다. 문제의 이 학술지는 북한무관의 자세한 논란을 함께 첨가했다고 한다.
이제 좀 잠잠했으면 하는 게 어느 때 어느 시대고 집권층을 향해 구관이 명관이라며 정부나 대통령의 담화나 발표를 액면 무조건 믿기 바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냉전논리의 시각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은 한국뿐 아니라 재외동포사회도 마찬가지다.
최근 어느 날 우연히 쇼핑몰에서 산책 중에 만난 친지와 함께 천안함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무심코 나온 필자의 “조금은 미심쩍은 점도 있어 보인다”는 말에 커피 잔을 들고 있던 보수골통인 그 친구의 손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없었던 만남으로 하자며 자리를 뜬 적도 있다. 나와 다른 견해도 우선은 들어줄 수 있는 시대는 언제나 올까?
동경에서 속편으로 이어지는 천안함 진실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의 논리도 들어보고 천안함이라는 연속극이 제발 마지막회가 되도록 논리적인 설득(대결)이 상대적으로 있어야 된다. 두 사람 교수의 이념적인 배경은 모르겠다. 그러나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한국의 좌빨들과는 다른 수준으로 보인다.
물리학과 국제정치학이라는 전공과 교수라는 현직에서 느끼는 불확실한 신뢰에서 하는 말일지 몰라도 말이다. 한국정부도 우리의 조사결과만이 진실이라며 “믿어 주세요”만 외치는 자세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자세가 아쉽다.
유언비어 유포로 매도하기엔 만만찮은 신분이라는 데서 문제가 있을 것 같기에 조심스레 던져보는 말이다. (kwd70@hotmail.com) <743/201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