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 칼럼> “김정일이 너네 할애비냐”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한 지난 몇 일간 한국의 TV는 뉴스시간마다 마라톤 중계방송처럼 첫머리로 지루하게 보도하는가하면 신문은 몇 면을 할애하면서 소설로 갈겨대기 시작했다.
이를 보다 못한 국문학자 양동안 교수가 한국의 정말 못 말릴 언론 종사자들에게 온라인에 내뱉은 글의 제목이 바로 “김정일이 너네 할애비냐”였다.
천안함에 대해 후진타오에게 김정일의 이실직고가 나올까봐 그렇게 턱없는 상상력으로 소설을 써댔을 뿐이기에 하도 유치해서 붙인 글 제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이 북경에 오기 몇 일전 상하이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에게 후진타오가 했다는 말에 대해서도 그렇다. 예의상 천안함 사건의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며 유감을 표시한 걸 가지고 이명박 정부의 대단한 외교성과나 올린 듯 열을 올리던 청와대나 보수언론이 양국 정상이 만난 그 자리에서 사흘 후에 김정일이 북경에 들어온다는 사실을 귀뜸도 안해 줬다며 이럴 수 있느냐고 떠들어댔다.
후진타오가 아닌 어느 나라 국가 지도자건 간에 그 시점에 자국을 방문한 한국의 대통령에게 그 정도의 최소한의 예의 치레는 당연히 했기 마련이다.
봐라 김정일을 대신해서 후진타오가 나한테 유감의 뜻을 전하지 않았는가 하고 기고 만장해 하는 와중에 한방 맞았다. 그리고 주한 중국대사에게 통일부장관이 무식하게도 김정일의 방중(訪中)을 허용한 중국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하자 즉각 중국외교부의 대변인은 우리가 누구를 국빈으로 초청하던 한국이 왜 참견이냐며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내정문제라면서 최소한의 외교관행에도 어긋나는 한국정부 측의 무식한 행동에 입 조심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느 나라건 남의 나라에서 하는 일에 가타부타하는 주권침해 행위는 해선 안 된다. 이 와중(천안함 사고원인 조사과정)에 김정일의 방중을 허용하는 문제쯤은 고려 대상이 아닌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측 입장에선 일종의 희망사항이지 직접 대놓고 이럴 수가 있느냐며 까발릴 일이 아니다.
무식해도 너무 무식했다. 정부나 언론 등 모든 분야가 이제 성숙함을 보여야 한다.
천안함의 영결식이 있던 날 이 땅 캐나다에도 아프칸 전장에서 전사한 어느 군인의 유해가 공수되어 인근공군기지에 내리는 모습을 화면으로 봤다. 유족들의 모습도 비친다.
그러나 캐나다국기에 덮힌 전사한 남편의 유해를 붙들고 대성통곡하진 않는다. 영정을 들고 영결식장에 입장하는 천안함 함장의 다리를 걷어차는 그런 유족과는 너무나 대조를 이루는 이곳 유가족의 성숙한 모습에서 격(格)의 차이점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이제 모든 면에서 성숙함을 보일 때다. 김정일이가 중국을 갔으면 갔지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인가.
김정일의 방중이야 뻔할 뻔자다. 긴박한 현안으로써 경제 원조를 요구했을 테고 대신 6자회담 의장국이자 종주국인 중국에게 6자회담 복귀선언을 했을 테고 그 정도의 짐작이면 족하다.
그의 방중에서 천안함에 대해 숙덕거렸을까 봐 특종을 낚기 위해 뛰었을 성 싶다. 그러나 그건 오판이다.
북한이나 중국은 현재 천안함 용의자 선상에 있는 김정일이가 범인으로 확정 나도 한국은 아무 대책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판국에 무슨 특종이 있을법한가!.
천안함 조사결과가 북의 소행으로 밝혀져도 국민들의 기대에 충족할만한 그 아무것도 없다. 조사결과가 어이됐건 흐지부지 되고 말일이다.
그런데 뭣 때문에 김정일의 중국방문에 그토록 열을 올리는가. 차라리 추측성 보도나 하고 소설로 지면을 채울 바에야 911당시 미국의 일사분란한 국론통일의 모습을 재조명하며 천안함 이후 극도로 분열된 국론의 통일을 위한 방안을 제시 하는게 소설을 쓰는 것 보다 우선해야할 순서이자 언론본연의 사명이다.
성숙한 언론으로 격을 높힐 때다. (kwd70@hotmail.com) <735/201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