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동칼럼> 국민성금을 국방성금으로….

<김원동칼럼> 국민성금을 국방성금으로….

50년 전 바로 그해, 미로(迷路)를 헤매고 있던 자유당 정권 말기 때였다. 3,15부정선거가 터지기 조금전으로 기억한다. 공군레이더 기지가 있던 모슬포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다. 주번사관이 느닷없이 야간에 긴급집합을 시키더니 종이 한 장식을 나누어 준다. 소속 부대명과 관등성명을 기재하고 존경하는 인물 두 사람을 적으란다. 군부의 여론조사라는 명분으로 이승만에게 충성을 보이려는 아부행위다. 종이를 나누어주던 주번사관은 존경인물 두 사람의 이름까지 친절히 알려준다. 이승만과 이기붕을 쓰라는 거다.
나는 주저 않고 함석헌과 장준하를 적었다. 군대라지만 존경할 인물에 대한 자유마저 없는가해서다. 그리고 끌려가서 “임 마 군대생활 좀 쉽게 해”라는 더러운 충고도 들었다. 지금의 군대는 어떤지 모르겠다. 존경할 인물에 대한 자유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상황분석 결과 북괴의 소행으로 판단한 국방장관이 천안함 침몰배경을 두고 소신을 밝히려 드는 정당한 행위를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며 청와대에서 제동을 걸었던 행위가 그렇다. 존경하는 인물을 강요하던 것보다는 한층 심각하고 높은 차원의 문제다. 이기붕 이승만을 적으라던 주번하사관의 지시나 청와대 벙커에서 군대 가보지도 못한 소위 안보라인들이 모여 주먹구구식으로 짜 맞춘 북한의 의심스러운 동향이 없었다는 식의 정훈교육을 국방장관에게 시키는 것을 보고 그때나 지금이나 아직 별로 달라진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라진게 있다면 실종자 가족협회다. 회장이 있고 대변인이 따로 있는 그럴싸한 조직이다. 전사한 군인가족들의 파워치고는 대단하다. 해군본부보다 그 위상이 더 막강해 보일 때도 있다. 선체인양 조사 장례식 등등 모든 과정에서 그들의 발언권은 우선한다. 전쟁터에서 전사한 군인가족들의 이런 권한이 언제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달라진 것 중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눈치 빠른 대통령은 입만 열었다면 실종자 유족회에 대한 얘기다. 최고의 예우를 해주라는 지시가 연일 내려온다.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를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향후 예측불허의 돌발사안들에 대비한다면 최고와 예우의 남발은 이해하기 곤란하다.
군인은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을 명예로 생각한다. 중요한 선거를 목전에 둔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민심달래기용이라면 그것 또한 천안호 격침사건 만큼 비극이다.
달라진게 또 있다면 군 전사자의 대한 보상금액이다. 계급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몇 억으로 유족에게 지급된다는 내용이다. 6.25전쟁 때 희생된 전사자의 보상비가 쌀 2말 반이었다는 사실에서 오는 격세지감도 그렇다. 그것만 줘도 됐지 하는 말은 절대 아니다. 얼마를 준들 아까울 일인가. 그러나 대통령의 최고 예우론이 나오자 전국은 천안함 유족을 위한 국민성금 열기에 휩싸였다. 총리를 비롯 각료들과 거물급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성금대열에 불을 지피니 괘씸죄를 면하려는 눈도장 부대들인 기업들도 따라 나선다. 모국지향형 정치꾼들이 많은 미국의 어느 대도시 한인회 간판도 화면에 뜬다. 엄청난 성금이 모일 것 같다.
그리고 천안함 피격으로 나라가 뒤숭숭한 판에 대잠수함 정찰 작전기종인 링스 헬기 3대가 연이어 추풍낙엽처럼 추락했다. 기체의 노후 탓으로 보인다.
그럼 이번 모이는 국민성금을 국방성금으로 대체해 이번 기회에 노후헬기를 새것으로 구입하고 여타 국방장비 현대화에 조금이라도 일조하는 것이 어떨까?. 실종자 유족회도 그것을 바랄지 모른다. 다시는 자기자식들처럼 불행한 군인들이 없기를 위해서라도 유족들은 그렇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전사한 해군병사들의 명복을 빈다. (kwd70@hotmail.com) <732/201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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